Flaming Lips – In a Priest Driven Ambulance – Restless, 1990 거장을 향해 내딛은 진정한 첫걸음 오클라호마 출신의 플레이밍 립스(The Flaming Lips)는 욜라 텡고(Yo La Tengo)와 더불어 아메리칸 인디 록의 또 다른 거대한 산맥이다. 두 밴드 모두 1980년대 좌충우돌하는 시기를 거쳐 1990년대 초 자신만의 스타일을 확립했고, 1990년대 후반에는 대중적 인지도를 바탕으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거장의 위치에 올라섰다. 또한 외견상 상이한 스타일에도 불구하고 노이즈와 멜로디의 융합에 심혈을 기울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비범한 팝을 창조하라는 인디 록의 명제에 누구보다 충실했던 밴드였던 것이다. 하지만 비유는 여기까지다. 욜라 텡고가 일상 속에 숨겨진 낯선 감정을 즐겨 묘사하는 반면 플레이밍 립스는 일상과 묘하게 엇갈려 있는 세상을 향한다. 그것은 무엇보다 밴드의 리더로서 가사를 담당하는 웨인 코인(Wayne Coyne)의 불가해한(혹은 과대망상적인) 상상력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그는 픽시스(Pixies)의 블랙 프랜시스(Black Francis)에 비교될 만도 한데, 사람들로부터 종종 그의 정신상태가 의심받을 정도다(기이한 앨범 제목들을 보라). 보통 이들에게 영향을 준 밴드로 버트홀 서퍼스(Butthole Surfers), 미트 퍼피츠(Meat Puppets), 그리고 특히 리플레이스먼츠(The Replacements)가 거론된다. 하지만 플레이밍 립스를 펑크의 수혜를 입은 거라지 록 밴드로만 볼 수는 없다. 여기에 사이키델릭과 아트 록, 전원적 포크와 팝이 어지럽게 혼재된 스타일이 바로 이들의 사운드다. [In a Priest Driven Ambulance]는 플레이밍 립스의 네 번째 정규앨범으로 선배들의 그늘에서 벗어나 자신들의 개성을 완연히 구축한 앨범으로 꼽힌다. 멤버 구성에서 앞서의 세 앨범과 조금 차이가 있는데, 중요한 인물로는 기타리스트로 참여한 조나단 도나휴(Jonathan Donahue)와 프로듀싱을 맡은 데이브 프리드먼(Dave Fridmann)을 들 수 있다. (도나휴는 몇 년 후 자신의 밴드 머큐리 레브(Mercury Rev)로 돌아갔으며, 프리드먼은 최근작 [Yoshimi Battles the Pink Robots]까지 이들의 거의 대부분의 앨범을 함께 하고 있다.) 이들의 가세로 인해 앨범은 다소 구심점 없이 산만하게 들렸던 전작들에 비해 안정감과 깊이를 갖추게 되었다. 앨범은 노이지한 일렉트릭 기타가 지배하는 스타일과 전원적인 어쿠스틱 기타가 지배하는 스타일로 양분된다. 초기 대표곡 가운데 하나인 “Unconsciously Screamin'”은 이들의 전형적인 ‘시끌벅적 로큰롤’ 스타일을 보여준다. 경쾌한 선율과 다소 멍청하게 들리는 코러스, 자유분방한 기타 솔로와 퍼즈 톤의 기타 반주가 절묘하게 포개진 곡이다. 기타의 공격성이 극대화된 “God Walks Among Us Now – Jesus Song No. 6″나 실험적인 음향과 구성이 시도된 “Mountain Side”에서도 예의 매력적인 선율 감각은 잃지 않는다. 그런데 좀더 흥미로운 것은 어쿠스틱 기타가 이끄는 곡들이다. “Five Stop Mother Superior Rain”은 마치 롤링 스톤즈(The Rolling Stones)가 연주하는 컨트리 록을 듣는 기분인데, 곡의 신실함에 몰입하려하면 기타 노이즈가 등장하여 신경을 긁어놓는다. “Stand in Line”은 더욱 이상하다. 샘플링된 전자음이 여기저기 떠다녀 듣는 이의 기분을 심란하게 만들지만, 선율과 창법은 영화 [오 형제여, 어디에 있는가]에 수록되어도 좋을 정도로 고풍스럽다. “There You Are – Jesus Song No. 7″은 그나마 평범한 편으로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의 전원적인 록 스타일의 곡이다. 이 앨범은 플레이밍 립스에게 질적 도약을 가능케 해준 역사적인 의미가 있지만 지금 다시 들으면, 비록 이전 앨범들에 비해 나아졌다고는 하나, 거칠고 설익은 느낌을 받을지도 모르겠다. 이는 피터 잭슨(Peter Jackson)의 [반지의 제왕]에 감명을 받아 [배드 테이스트]를 접했을 때 느낄 법한 황당함에 비교될 수도 있다. 물론 취향에 따라 [배드 테이스트]를 선호하는 사람이 있듯 [In a Priest Driven Ambulance]를 아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어디선가 읽은 글에 따르면 이 앨범을 녹음할 당시 밴드는 마지막 앨범이 될지도 모른다는 절박함으로 작업에 임했다고 한다. 어쩌면 우리는 [Transmissions from the Satellite Heart]도 [The Soft Bulletin]도 들을 수 없었을 뻔했다. 다행스럽게도 이들은 이 음반으로 워너 브라더스의 호의를 사 이듬해 소속 레이블을 옮겼다. 20020725 | 장호연 bubbler@naver.com 7/10 덧붙이는 말: 1998년에 발매된 [A Collection of Songs Representing an Enthusiasm for Recording… By Amateurs]는 플레이밍 립스의 레스트리스(Restless) 레이블 시절의 대표곡들을 모은 컴필레이션 음반이다. 초기 앨범들의 고르지 못한 음악성을 염려하는 분이라면 이 음반이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수록곡 1. Shine on Sweet Jesus – Jesus Song No. 5 2. Unconsciously Screamin’ 3. Rainin’ Babies 4. Take Meta Mars 5. Five Stop Mother Superior Rain 6. Stand in Line 7. God Walks Among Us Now – Jesus Song No. 6 8. There You Are – Jesus Song No. 7 9. Mountain Side 10. What a Wonderful World 관련 글 Flaming Lips [Hit to Death in the Future Head] 리뷰 – vol.4/no.16 [20020816] Flaming Lips [Transmissions from the Satellite Heart] 리뷰 – vol.4/no.16 [20020816] Flaming Lips [Clouds Taste Metallic] 리뷰 – vol.4/no.16 [20020816] Flaming Lips [The Soft Bulletin] 리뷰 – vol.1/no.8 [19991201] Flaming Lips [Yoshimi Battles the Pink Robots] 리뷰 – vol.4/no.16 [20020816] 관련 사이트 플레이밍 립스 공식 사이트 http://www.flaminglips.com 플레이밍 립스 팬 사이트 http://www.geocities.com/SoHo/Lofts/4533/flips/ http://janecek.com/flaminglips1.html Mr Kite’s Lips Page http://members.tripod.com/~Mrkite1967/ 플레이밍 립스의 뮤직비디오를 볼 수 있는 곳 http://launch.yahoo.com/artist/videos.html?artistID=10091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