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aming Lips – Hit to Death in the Future Head – Warner Brothers, 1992 놀이동산에 온 듯 유쾌한 음향 실험 [Hit to Death in the Future Head]의 전체적인 인상은 지난 앨범 [In a Priest Driven Ambulance]와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다르다. 무엇보다 이들은 이제 메이저 레이블(워너 브라더스) 소속 밴드로서 든든한 재정적 후원을 기대할 수 있는 위치에 오르지 않았던가. 그래서 놀랍도록 다양한 소리들을 자유로이 음반에 담고 있다. 스트링과 관악기는 물론 타블라, 콩가 등 록 음악에서 잘 쓰이지 않는 악기들이 사용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테이프 루핑 작업과 컴퓨터 변조를 통해 낯설고 인공적인 사운드가 곳곳에 뿌려져 있다. 드디어 플레이밍 립스도 스튜디오 작업에 눈을 뜨기 시작한 것이다. 앨범의 앞부분에는 여전히 기이한 로큰롤 넘버들이 자리하고 있다. “Talkin’ Bout the Smiling Deathporn Immortality Blues”와 “Hit Me Like You Did the First Time”이 그것인데, 어느 때보다 유쾌하게 들리는 이들 곡부터 변조된 목소리와 낯선 음향이 출몰한다. 이어지는 “The Sun”에 이르면 사이키델릭한 분위기가 전면에 부각된다. 나른한 보컬 뒤로 샘플링된 스트링이 파도 마냥 밀려왔다 밀려가고 관악기가 슬쩍 가세하는 이 곡은 명백히 비틀즈의 “A Day in the Life”를 연상시킨다. “Felt Good to Burn”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다. 컴퓨터로 변조된 보컬과 테이프 루핑으로 구성된 사운드에 수수께끼 같은 노랫말이 더해져 플레이밍 립스의 가장 환각적인 곡으로 기억될 만하다. 몇 곡을 건너뛰어 “You Have to Be Joking”으로 넘어가 보자. 이 곡은 어쿠스틱 기타와 타블라 반주로 노래되는 애절한 발라드이다. 하지만 예사롭지 않은 것은 마찬가진데, 특히 간주 부분에 스트링 오케스트라가 유령처럼 등장하는 대목은 [Deserter’s Songs] 시절 머큐리 레브(Mercury Rev)를 듣는 듯 신비롭고 아름답다. 그나저나 선율 또한 어디선가 들어본 것만 같다. “Always on My Mind” 같기도 하고 “Free Bird” 같기도 하다. 나머지 곡들에서도 로큰롤 실험은 계속된다. “Halloween on the Barbary Coast”는 타불라가 리드하는 인도 풍의 인트로와 로큰롤이 교차하는 곡이다. 비교적 무난한 록 넘버처럼 들리는 “Gingerale Afternoon”과 “Frogs”의 경우에도 볼륨을 조금만 키우면 갖가지 음향들이 덧입혀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렇듯 [Hit to Death in the Future Head]는 놀이동산과도 같은 앨범이다. 때로는 롤러코스터를 타듯 신나는 질주감을 선사하고, 때로는 예기치 못한 사운드가 튀어나와 사람을 놀라게 만들며, 때로는 입체영화를 보듯 환상적인 체험을 안겨준다. 하지만 종종 브레이크 없는 열차처럼 아찔할 때가 있다. 처음으로 맞이한 무한한 자유에 이것저것 마음껏 시도해보고 싶었던 것일까. 그래서 객기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무절제한 시도가 가끔 보인다. 하지만 플레이밍 립스의 장점이라면 무엇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꿋꿋함, 무모하게 보일 정도의 모험심이 아니었던가. 그리고 이런 것들이 지금의 그들을 만든 것이 아니었던가. 해서 이 앨범은 그들의 시행착오를 과감 없이 보여주는 소중한 행보라 할 수 있다. 또 하나 이 앨범의 장점이라면 음악적 실험도 이렇게 즐거울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사실 얼마나 많은 밴드들이 실험에 수반된 근엄한 가면을 벗어던지지 못한 채 로큰롤 본연의 즐거움을 포기했던가. 그런 면에서 플레이밍 립스는 새로움을 향해 골몰하는 진지한 학자라기보다 장난감을 이리저리 매만지며 새로움에 눈을 떠가는 순진무구한 아이들에 가깝다. 그러면서 로큰롤에 대한 믿음을 영원히 잃지 않는 그들은 진정 로큰롤의 유쾌한 전도사이다. 20020726 | 장호연 bubbler@naver.com 6/10 수록곡 1. Talkin’ Bout the Smiling Deathporn Immortality Blues 2. Hit Me Like You Did the First Time 3. The Sun 4. Felt Good to Burn 5. Gingerale Afternoon (The Astrology of a Saturday) 6. Halloween on the Barbary Coast 7. The Magician Vs. The Headache 8. You Have to Be Joking (Autopsy of the Devil’s Brain) 9. Frogs 10. Hold Your Head 관련 글 Flaming Lips [In a Priest Driven Ambulance] 리뷰 – vol.4/no.16 [20020816] Flaming Lips [Transmissions from the Satellite Heart] 리뷰 – vol.4/no.16 [20020816] Flaming Lips [Clouds Taste Metallic] 리뷰 – vol.4/no.16 [20020816] Flaming Lips [The Soft Bulletin] 리뷰 – vol.1/no.8 [19991201] Flaming Lips [Yoshimi Battles the Pink Robots] 리뷰 – vol.4/no.16 [20020816] 관련 사이트 플레이밍 립스 공식 사이트 http://www.flaminglips.com 플레이밍 립스 팬 사이트 http://www.geocities.com/SoHo/Lofts/4533/flips/ http://janecek.com/flaminglips1.html Mr Kite’s Lips Page http://members.tripod.com/~Mrkite1967/ 플레이밍 립스의 뮤직비디오를 볼 수 있는 곳 http://launch.yahoo.com/artist/videos.html?artistID=10091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