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etano Veloso – Caetano Veloso – Philips, 1969 고립과 단절, 그리고 내면의 고백, 외부와의 대화 앨범 커버는 하얀 색이고 까에따누 벨로주의 이름만 적혔다. ‘화이트 앨범’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자연스레 추측할 수 있다. 그렇지만 글씨체가 왠지 어지럽다. 이 음반이 감옥(!)에서 레코딩되었다는 사정을 안다면 대략 아티스트의 심사를 짐작할 수 있다. 한국인 대다수가 ‘후진국’이라고 생각하는 나라가 감옥에서 녹음까지 하는 것을 허락한다는 점은 조금 의아스럽다. 물론 그렇게라도 허용하는 것이 들끓는 여론을 잠재울 것이라는 위정자의 판단이 있었겠지만… 물론 사운드 전체가 감옥에서 레코딩된 것은 아닐 게다. 목소리를 녹음한 음원이 외부 세계로 나와서 스튜디오에서 편곡 작업을 거친 것이 이 음반의 제작과정의 전모다. 록 밴드의 통상적 레코딩 과정과는 정반대인 셈이다. 앨범의 시작은 어쿠스틱 기타의 절묘한 핑거링을 들을 수 있는 “Irene”다. 두 말할 필요 없는 불멸의 팝송이다. 그래서 “Quero ver Irene rir(이레느가 웃는 걸 보고 싶어)”라는 부분이 반복되면서 퍼즈 기타 솔로가 나오는 부분에서는 “께로베리레느리르…”라면서 흥얼거리게 된다. 그런데 “Irene”가 브라질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떼노리우 까발깐띠(Tenorio Cavalcanti)라는 강도가 사용하던 총의 별명이라는 정보를 접하면 이 곡이 무엇을 표현하는지가 묘연해진다. 이어지는 “The Empty Boat”와 “Lost in the Paradise”처럼 영어 가사로 된 곡에서 우울하고 신경증적인 분위기도 까에따누 벨로주의 심사가 편치 않음을 반증해 준다. 까바뀌뉴 소리가 청승맞게 울려퍼져서 포르투갈 여인의 목소리가 나올 것 같은 곡인 “Os Argonautas”는 역시나 포르투갈의 독재자인 살라자르 정권의 타도에 대해 노래하면서 브라질의 민주화를 염원하는 애절한 마음을 담은 곡이다. 탱고의 액센트와 씽커페이션이 울려퍼지는 “Cambalache”는 외국의 록 음악의 동지들에 대한 오마주를 슬쩍 담고 있다. 이런 곡들을 들으면 홀로 남겨진 상황에서도 외부 세계와 끊임없이 대화하려는 그의 열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이야기야 에피소드격으로나 듣는 것이다. 그런 것 아니라도 이 앨범은 1967년의 ‘기념비적 걸작’의 효과적인 보완물이다. 전작이 청년문화의 ‘기쁨, 기쁨(alegria alegria!)’을 무정부주의적으로 표현한 것이라면 이 앨범은 그 쓸쓸한 이면을 보여준다. “Chuvas de Verao”의 휘파람 소리 뒤에 나오는 읊조림, (갈 꼬스따가 먼저 불렀던) “Nao Identificado”에서 여전히 싸이키델릭한 무드나, “Carolina”에서 착 가라앉은 기타 반주와 목소리 등등이 모두 그렇다. 오케스트레이션과 각종 효과음이 등장하는 “Acrilirico”는 이런 절박하면서도 절망적인 마음의 절정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arinheiro So”, “Atras Do Trio Eletrico”, “Alfomega” 등에서 나오는 특유의 쾌활함도 아직 남아 있다. 그건 정말 황당한 이유로 고립되고+ 단절된 상태에서도 단지 분노를 불태우는 데 그치지 않고 자기와, 그리고 외부 세계와 예술적으로 대화할 수 있는 그의 능력의 소산일 것이다. 그가 30여년 동안 쉬지 않고 창조적 활력을 불태우고 있는 것이 최악의 상황에서도 승화된 예술적 표현을 할 수 있는 능력과 어찌 무관할 수 있으랴. 20020729 | 신현준 homey@orgio.net 9/10 수록곡 1. Irene 2. The Empty Boat 3. Marinheiro So 4. Lost in the Paradise 5. Atras Do Trio Eletrico 6. Os Argonautas 7. Carolina 8. Cambalache 9. Nao Identificado 10. Chuvas de Verao 11. Acrilirico 12. Alfomega 관련 글 브라질 월드컵 우승을 빙자한 브라질 음악 스페셜(1): 까에따누 벨로주와 뜨로삐까이아 – vol.4/no.15 [20020801] Caetano Veloso [Caetano Veloso](1968) 리뷰 – vol.4/no.15 [20020801] Gilberto Gil, [Gilberto Gil](1968) 리뷰 – vol.4/no.15 [20020801] Gal Costa [Gal Costa](1969) 리뷰 – vol.4/no.15 [20020801] Os Mutantes [Os Mutantes](1968) 리뷰 – vol.4/no.15 [20020801] 관련 사이트 Caetano Veloso 공식 홈페이지 http://www.caetanoveloso.com.b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