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주부 — 시간과 공간을 옮겨서

과거에, 그리고 지금도 한국 여성들이 겪고 있는 고통에 대한 제니의 자각은 시카고 한인 여성 핫라인(KAN-WIN) 후원 공연에 참여한 데서도 또한 상징적으로 드러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의 화제는 자연스레 그 공연으로 이동했고, 그에 따라 인터뷰도 현재 시점에 가까워지면서 그 초점이 시카고 인디 록 씬과 아시아계의 활동, 그리고 제니의 최근 앨범과 음악적으로 추구하는 바 등으로 옮겨갔다. 단지 인터뷰의 내용뿐만 아니라 장소마저도 옮겨야 했는데, 그 이유는 제니에 이어 무대에 선 밴드가 사운드 체크를 마치고 바야흐로 굉음을 뿜어내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공연장 옆에 위치한 교회 뒷마당의 층계참에 앉아 끝낸 인터뷰는, 그 열악했던 주변 조건과는 대조적으로 매우 알찬 것이었다. 나는 제니가 한국의 인디 록을 포함한 대중문화 전반에 대해 생각했던 것보다 더 친숙함을 알 수 있었다. 또 ‘열성적인, 맹렬한(intense)’이란 말을 특히 즐겨 쓰는 그녀는, 그 말에 걸맞게 단순한 음악인을 떠나 완벽주의적인 프로듀서에다 철두철미한 사업가로서의 면모를 과시하기도 하는데, 그런 저런 얘기들을 담은 인터뷰의 남은 후반부가 여기 이어진다.

KAN-WIN 합동 공연, 시카고의 아시아계 인디 밴드들, 그리고 한국 대중문화

[weiv] 1998년의 KAN-WIN 공연에 대해 얘기해봤으면 좋겠네요. 우선 거기엔 어떻게 참가하게 된 건가요?

제니 ‘나는 두 개의 혀를 갖고 태어났다'(투텅즈)가 저를 추천해줬어요. 98년 당시엔 한국계는 물론 심지어 아시아계 가수나 밴드들도 별로 많지 않았죠. 씨임, 저, 그리고 킴이 있었고, 그땐 시카도 있었죠. 수적으로 부족했지요. 그리고 전 그때 샴페인에 살고 있었는데, 투텅즈가 절 불러낸 거죠.

[weiv] 공연 이래로 거기 참여한 이들 사이에 장기적인 교류 같은 것들이 있었는지요?

제니 그럼요. 그게 시카고 아시아계 미국인 공동체와 제가 관계를 맺게 된 시발점이었죠. 요즘도 함께 한 애들이랑 친분을 유지하고 있어요.

[weiv] 킴과 연습공간을 같이 쓴다고 하던데, 맞나요?

제니 예, 그게 거의 1년 가까이 됐네요.

[weiv] 사이가 어때요?

제니 잘 어울려 지내요. 우린 매우 비슷하거든요. 한국말로 농담을 주고받기도 하고, 부모님 흉보기도 같이 하고 그러죠.

[weiv] 시카(Chika)도 KAN-WIN 공연에 참여한 걸로 아는데, 그 뒤로 어떻게 됐는지 소식을 알고 있나요?

제니 잘 몰라요. 시카 (세키구치)는 저한테 CD를 주면서 “어, 우리 해산했어”라고 하더군요. 그리곤 오랫동안 그녀가 나와서 연주하는 걸 보지 못했어요.

[weiv] 요즘도 여전히 선술집(dive) 같은 데서 공연하고 그러기도 하나요?

제니 오 맙소사. 예, 이번 수요일에도 할 거예요. 돈이야 받겠지만, 전 거길 안 좋아해요. 그래도 요즘은 훨 나은 편이죠. 작년 이맘때는 타코(taco: 대표적인 멕시칸 패스트푸드) 식당에서 연주한 적이 있죠. 정말 형편없었어요. 관객이라곤 두 명에다가, 공연 내내 커다란 회중전등 불빛이 눈을 찔러댔지요. 끔찍했어요. 하지만 우린 언제나 선술집 같은 데서도 연주해요. 유명하지 않으니까요.

인터뷰 샘플: 무명 음악인의 비애

[weiv] 박수영에 따르면 시카고에서 음악인으로서 생계를 유지하기란 상대적으로 쉬운 편이라던데, 본인의 경험에 비추어 본다면 동의할 지 궁금하군요.

제니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뉴욕에서 연주한 적이 있는데, 단지 뉴욕 시에 있다는 것 자체가 정신없는 일이죠. 심지어 그저 거리를 걸어다니기만 해도, 거기엔 훨씬 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스트레스 수준이 한참 높다는 거죠. 그리고 주거비 면에서 이곳이 훨씬 저렴하거든요. 제 친구들 중 뉴욕에 간 애들은 거의 거지집 같은 데서 살아요. 하지만 여긴 훨씬 더 여유 있고, 별로 많이 비싸지 않아요. 음악인으로 사는 데는 돈이 많이 들어요. 일단 장비가 비싸죠. 광고를 하고 싶다면, 공연이나 밴드 광고를 하는 것도 돈이 들지요. 사업을 운영하는 거나 마찬가지에요. 시카고는 확실히 L.A.나 뉴욕보다 훨씬 더 저렴해요. 그리고 좋은 씬(scene) 같은 것들에 관해서라면… 여기엔 그렇게 많은 선택의 여지들이 있지 않아요.

[weiv] 방금 전 음악 씬들을 비교한 데 대해서는 좀 더 부연 설명이 필요할 것 같은데, 그런 맥락에서 이곳 음악의 질이나 수요는 어떤가요?

제니 제 생각에 여기 음악은 정말 좋아요. 우리 문화에 관해 말하자면 약간 어려운데, 왜냐면 대중문화는 지나치게 상업화되고 피상적으로 됐거든요. 심지어 한국에서도 그렇쟎아요. KATV (미국 내 한국어 TV 채널)를 보면 한국 대중문화도 엄청 상업화됐더군요. 거기에도 인디 록 씬이 있고, 정말 훌륭하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그걸 (여기서) 눈으로 볼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이곳 미국에서 브리트니 스피어즈(Britney Spears)의 화장발이나, 옷이라곤 거의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나오는 애들 같은 거 보는 것과 마찬가지란 거죠. 시카고에 한해 본다면, 말했다시피 훌륭한 밴드들이 참 많아요. DJ-전자음악 씬도 있는데, 거기 사람들은 라이브 음악에 대해 더 이상 크게 신경 쓰지 않지요. 하지만 이곳 사람들은 그렇게 많이 춤추지 않아요. 밴드들에 국한시킨다면 이곳은 정말 좋아요. 환상적이죠.

[weiv] 한국 대중음악에도 친숙한가봐요?

제니 예. 교회에서 주일학교 선생을 하는데요, 9-10살짜리 애들을 가르쳐요. 이건 참 놀랄 일인데, 알다시피 얘들은 미국화된 애들이거든요. 근데 얘네들한테 요즘 인기 있는 건 한국 연속극이나 한국 소년 밴드들 같은 거예요. 그러니까 (손짓으로 앞머리를 길게 늘어뜨려 얼굴을 반쯤 가리는 헤어스타일을 표현하며) 그런 것들요. 교회에 다니는 몇몇 여자 애들이 CD를 가져오는데, 한국말은 하지도 못하면서 (한국 가요) CD같은 건 있단 말이죠. 정신 없어요. 그리고 얘들은 또 한국 비디오나 시트콤 같은 것들도 즐겨 보죠. 그래서 저도 알게 됐죠. 그리고 나서 벤 킴(Ben Kim: 시카고의 한국계 대중음악 평론가)이, 그러니까 그는 수영이랑 씨임의 친구기도 한데, 그 친구가 씨임이 한국 갔을 때 가져온 CD를 저한테 주더라구요. 인디 록 같은 것들요. 전 놀라서 “야, 이런”했지요. 왜냐면, 제가 그동안 TV나 기타 따위를 통해서 알고 있던 한, 한국 대중문화란 항상 댄스 음악이었거든요. 근데 이 CD를 받고 나서 전 “와, 이거 정말 믿기 어렵구만” 했지요. 심지어 여자 가수들까지도 (‘꽥꽥’ 소리를 흉내내며) 질러대는데, 정말 좋았어요.

인터뷰 샘플: 제니의 한국 대중문화 촌평

[weiv] 기회가 있다면 한국에 가서 연주해볼 마음이 있는지?

제니 항상 한국에 가고 싶어했었어요. 한번도 가본 적 없거든요. 우리 엄마의 가족들은 거기 계시는데, 지금껏 뵈질 못했죠. 엄마의 형제 자매 일곱 분에다 외할아버지 할머니도요. 부모님이 한국에 가실 때마다, 돈이 항상 충분하지 못해서 두 분만 가셨답니다. 그리고 우리 집은 코리아타운에서 철물점을 했는데, (그렇게 오래) 가게를 닫아놓을 수 없었어요. 그래서 부모님이 한국 가실 때마다 전 남아있었죠.

[weiv] 하지만 이제는 독립해서 살고 있잖아요.

제니 그래요, 이젠 그렇죠. 하지만 여전히 학교에서 가르치고, 또 결혼하게 되면 심지어 신혼여행도 못 갈 정도로 바쁜 걸요. 곧 투어를 하게 될 테구요. 정신 없지요.

[weiv] 글쎄, 시카고에 지금은 아시아계 밴드들이 꽤 된다는 걸 알게 되고 다소 놀랐는데요. 방금 전에 말했다시피 몇 년 전만 해도 몇몇을 제외하곤 없었다고 했잖아요. 제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시카고 지역의 아시아계 인구는 뉴욕이나 캘리포니아 같은 곳과 비교해 보면 상당히 작은 편에 속하는데도, 아시아계를 위한 문화행사는 제법 많단 말이죠. 예컨대 아시안 아메리칸 쇼케이스 영화제 같은 거요. 따라서 상대적으로 보면 이곳의 아시아계 공동체가 문화적인 면에서 잘 대변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어떻게 생각해요?

제니 저도 그렇게 봐요. 정말 좋죠. 투텅즈의 말론(Marlon)과 아니다(Anida)가 시카고 아시아계 미국인 예술 집단(Chicago Asian American Arts Collective)이란 걸 막 발족해서, 핫 하우스(Hot House: 시카고 소재 공연 예술 센터)에서 성대한 공연을 했죠. 거기엔 이런 저런 수많은 아시아계 공연 예술가들이 모여들어서 전 정말 깜짝 놀랐어요. 제가 샴페인에서 학교를 졸업한 후 이곳 시카고에 와 진짜로 살기 시작한 건 1년 반 밖에 안돼요. 근데 벌써 다섯 개의 아시아계 밴드, 최소한 아시아계가 소속된 밴드들을 만났거든요. 믿기 어려웠던 건 고작 2년 만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는 거죠. 그리고 수많은 한국계, 혹은 한국계는 아니더라도 아시아계 랩 밴드들이 있어요. 그리고 킴 같은 록 밴드들도 있죠. 밀 멀리가노스(Mill Mulliganos)라는 밴드도 있는데, 리드 싱어(이름은 Key Chung)가 한국계 친구예요. 목소리 하난 끝내주죠 (거칠게 갈아대는 듯한 목소리를 흉내낸다). 하지만 얘네들은 막 해산했어요.

곡 쓰기, 스타일 실험, 값싸게 녹음하기

[weiv] 두 번째 앨범, [Grand and Ashland] 얘길 좀 해볼까요. 그랜드랑 애쉬랜드 둘 다 시카고의 길 이름이니까 두 길의 교차지점을 가리키는 모양인데, 거긴 뭐가 있어요?

제니 그 앨범은 그야말로 중구난방이에요. 그건 제가 진짜 밴드와 함께 한 첫 앨범이 되는데, 그래서 작곡 면에서 제 초점이 분산돼 버렸던 거죠. 그랜드와 애쉬랜드는 시카고에 있는 한 교차로인데요, 거긴 말하자면 아무 것도 없어요. 다운타운이 여기 있고, 그리고 그랜드/애쉬랜드 교차로가 있고, 거기서 한 블록 떨어져 벅타운이 있죠. 거긴 어떤 주거 지역에도 속하질 않아요. 그래서 전 그걸 앨범 이름으로 삼은 거죠. 그랜드/애쉬랜드 교차로는 일종의 무인지대인 셈이고, 그 앨범에서 제 곡 쓰는 방식 또한 그랬던 거죠. 그러니깐, “어, 이건 뭐지?” 재즈, 펑크, 록, 팝… 그래서 그 교차로를 앨범 제목으로 택한 거예요.

인터뷰 샘플: [Grand And Ashland] 앨범 이름 풀이

[weiv] 설명이 흥미롭군요. 그 앨범을 들었을 때, 첫 번째 앨범과 비교해서 작곡 면에서 상당한 변화를 곧바로 감지할 수 있었는데요. 바로 정확하게 음악 스타일의 다양성이란 면에서 말이죠. 어떻게 그런 변화가 오게 된 건지 궁금하네요. ‘곡 쓰기 과정에서의 진화’란 말이 적당할지?

제니 바로 그래요. 말씀드렸다시피 제가 곡을 쓰는데 받은 영향들은 항상 변해왔어요. 그 당시에는 (밴드에 속한) 우리 모두 펑크를 배경으로 하고 있었고, 또 재즈, R&B를 배경으로 하기도 했거든요. 그리고 전 밴드의 목소리를 찾을 때까지 (다양한) 실험을 해 보고 싶었어요. 왜냐면 우린 정말로 갓 태어난 밴드였으니까요. 두 번째 앨범이 여기 저기 흩어져 있었던 것도 제가 그런 실험을 하고 있었던 탓이죠. 이번 여름에 녹음할 예정인 세 번째 앨범은 좀 더 집중되고 더욱 더 우리 특유의 것이 나올 거예요. 반면 두 번째 앨범에서 전 이런 저런 스타일들을 실험하면서 “자, 어떻게 이 스타일을 우리 밴드에 맞춰 본다지?”하고 있었던 거죠. 우리 모두 그런 종류의 음악 (스타일들)을 즐겨 들었으니까요. 이제 세 번째 앨범에서는 초점이 좀더 뚜렷해질 거예요.

[weiv] 실은 그걸 물어보고자 했던 거였죠. 그래서 지금은 밴드 고유의 소리를 찾아냈다고 생각하나요?

제니 제 생각엔 새 기타리스트가 들어오고 나서 훨씬 나아졌어요. 우리의 새 기타리스트는 고전적인 재즈 기타 교육을 받았죠. 그래서 우리 사운드는 재즈-팝-록의 정말로 괴상한 혼합이에요. 재즈-펑크라고나 할까, 좀더 정확히 말하면 재즈로 우려낸(infused) 피아노 록인 거죠.

[weiv] (농담조로) 제가 알만한 다른 밴드의 사운드와 비교한다면?

제니 그건 벌써 생각해 뒀죠(웃음). 벤 폴즈(Ben Folds) 비슷하지만, 좀 더 재즈풍이에요.

[weiv] 그러니까 머리 속에 뭔가 떠오르는 게 있네요(웃음). 이젠 음악 비즈니스 관련된 질문을 몇 가지 해볼까 하는데요. 그동안 두 앨범들이 얼마나 팔렸는지 물어도 실례가 안될는지?

제니 천만에요. [Bittersweet]는 다 팔려 나갔어요. 천 장 밖에 안 찍었거든요. [Grand And Ashland]도 천 장 찍었는데, 지금은 얼마 남아있지 않네요. 그러니까 앨범 당 천 장씩은 팔아치울 수 있었던 거죠.

[weiv] 그렇게 음반을 만들어 파는 데 ‘손익 분기점’ 같은 게 있나요?

제니 보통 앨범 하나 내는 데 3천 달러 가량 들었어요. 근데 그건 제가 아주 예산을 철저히 관리한 탓이죠. 전 그런 데 아주 철저해요. 어떤 사람들은 인디 음악인인데도 앨범 당 1만 달러씩 쓰는 경우도 있다는 걸 알아요. 하지만 전 정말로 절약하는 편이죠. 저렴한 녹음 장소를 찾으려 애쓰고, CD 천 장을 매스터링하는 데 항상 가장 싼 방법을 찾아야만 했죠. 제 생각에는 자기 자신의 스튜디오가 없는 이상, 최저 3천 달러는 들어요. 스튜디오를 갖고 있다면 돈을 상당히 아낄 수 있죠. 왜냐면 여기 시카고에서 녹음 스튜디오를 사용하려면 시간당 45달러에서 150달러까지 들기도 하거든요. 샴페인에 가면 좀 더 저렴한데, 거기서는 시간당 30달러짜리도 있어요.

[weiv] 그래서 종종 샴페인에 가서 녹음을 하는 거였군요.

제니 예, 게다가 거긴 동네가 훨씬 작으니까요. 거기 4년 동안 있었으니 사람들이 절 잘 알죠. 그러니까 “아, 제 음악 잘 아시죠” 할 수 있는 거죠. 여기서 전 사람들을 알아가고 있는 중이긴 하지만, 전화를 걸어보면 여전히 어떤 사람들은 내 음악이 뭔지 모를뿐더러 관심도 없어요. 반면에 샴페인에서라면 사람들은 “야, 제니 아냐. 그럼 되구 말구. 들어와”라고 하죠. 그리곤 일도 잘 해줘요.

[weiv] 천 장 찍은 CD를 다 팔면, 3천 달러 비용을 뽑고 나서 좀 더 남는 게 있나요?

제니 좋은 질문인데, 그게 재미있어요. 두 앨범 다 두 달 내로 본전을 찾을 수 있었어요. 두 달이면 3백 장 팔고, 3천 달러 본전이 돌아와요. 하지만 공짜로 주는 게 있거든요. 한 5백장 정도. 무슨 말인지 잘 아시겠죠. 홍보 목적으로 몇 장, 리뷰 목적으로 몇 장, 무슨 무슨 일로 또 몇 장. 그렇게 CD를 엄청 뿌렸어요. 그래서 돈을 벌기란 어렵지만, 본전 찾기는 쉽다는 거죠.

[weiv] 앨범 당 3천 달러라면, 제 당초 생각보다 훨씬 적네요. 그런 비용 규모를 고려해 본다면, 두 앨범 다 사운드가 놀라울 정돈데요.

제니 3천 달러면 괜찮은 편이에요. 엠 그라이너(Emm Gryner) 같은 사람들도 봤는 걸요. 걔는 필리핀-독일계 캐나다인인데, 모든 녹음을 8 트랙 디지털 녹음기로 혼자 다 해내요. 그래서 걔가 CD를 만드는 데는 심지어 약 1천 달러밖에 들지 않죠. 왜냐면 돈이 드는 거래야 포장이랑 복제밖에 없으니까. 그리고 CD라면, 누구나 CD 복제기를 갖고 있쟎아요, 요즘은 그만큼 값이 내렸으니. 기술의 진보란 놀라워요.

[weiv] 언젠가는 자가 스튜디오를 마련할 생각이 있는 건가요?

제니 그럼요, 갖고 싶어요. 어떻게 하는지는 스스로 깨우쳐야 하겠지만요. 전 항상 스스로 녹음하고 싶어했어요. 전 아주 열성적인 녹음-제작자거든요. 그게 제가 하려는 바고, 거기에 사로잡혀 있어요. 두 앨범 모두에서 알아채실 수 있을 거예요. 현악 파트, 보컬, 박수소리, 어떤 거든 간에요. 전 그것들을 편성/통제하는 데 아주 열과 성을 다하죠. 보통 스튜디오에선 시간이 문제예요. 시계가 재깍거릴 때마다 돈이 나가는 거죠. 그래서 녹음하기 전에 저는 한달 간 혼자서 곡을 수도 없이 되풀이해 연주하고, 악보를 여러 번 고쳐 쓰곤 하죠. 그렇게 해서 스튜디오에 가면 정말 빨리 해치울 수 있거든요. 따라서 제게 이상적인 상황이란 자기 스튜디오에서 충분한 시간을 들여가면서 좀더 실험해 보는 거죠. 왜냐면 그게 제 진정한 열정이니까요.

인터뷰 샘플: 음반 녹음 및 제작에 대한 열정

길을 나서서, 동해안과 서해안

[weiv] 곧 있을 순회공연 얘기를 해 봅시다. 이게 첫 번째 전미 투어인 셈인가요?

제니 동해안 쪽은 이번이 다섯 번째고, 서해안은 이번이 처음이죠. 하지만 제 친척들이 다 서쪽에 살아요. 별로 긴장될 일도 없는 게, 매번 공연마다 사촌들이 최소한 3명씩은 있을 테니까요. 캘리포니아 전역에 흩어져 있는 모든 한국계 친척들이 “캘리포니아로 와”라고 불러요.

[weiv] 그러니까 비싼 숙박비 같은 건 걱정할 필요 없겠네요.

제니 그럼요. 고모나 삼촌네 집에서 묵을 텐데요.

[weiv] 서해안 투어에는 ‘아시안 아메리칸 송라이터즈 쇼케이스’라는 제목이 붙어 있군요. 엠 그라이너랑 애니 린(Annie Lin)과 무대를 함께 할 모양이던데, 엠에 관해서는 이미 얘기가 나왔으니깐, 이번엔 애니 린에 대해서 소개해 줄 수 있을까요?

제니 애니는 제 음악을 인터넷에서 들은 것 같아요. 그리곤 제게 이메일을 보내서 자기가 한 게 있으니 들어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 애 음악을 들어봤는데 괜찮았어요. 사실 그런 일은 흔치 않은데, 왜냐면 세상엔 밴드들도 참 많지만, 많은 경우가 후지잖아요(웃음). 애니는 맹렬해요. 대학을 막 졸업했는데, 법과 대학원에 갈 거라더군요. 그러면서도 투어 전부를 혼자서 해내기도 하죠. 텍사스에 있는 라이스(Rice) 대학을 나온 싱어 송라이터인데, 사실은 캘리포니아 출신이에요. 대학 졸업 후에 캘리포니아로 돌아갔어요. 서해안 투어를 저와 같이 하려는 것도 걔가 거기 있기 때문이죠. 처음에 이메일이 오간 후, 우린 한두 번 같이 공연했어요. 지난 여름 한 번, 그리고 겨울방학 때 또 하자고 하길래 또 했죠. 그리고 나서 서해안 투어를 같이 하자고 하니까 또 하는 거예요. 엠 그라이너가 들어온 것도 그런 와중이었는데, 아마 애니가 엠을 만난 것도 인터넷을 통해서라고 생각되네요.

[weiv] 이번 여름에 새 앨범을 녹음할 계획이라고 했지요, 곡들은 다 준비 됐나요?

제니 8월에는 녹음하길 바라고 있죠. 곡들하고 다른 건 다 준비됐어요. 그런 게 이미 한참 됐지요. 작곡 면에선 올해가 가장 결실이 풍부한 해네요. 보통 한 계절에 두 세 곡씩 쓰는데, 가을 노래, 봄 노래, 여름 노래 식으로요. 그런데 이번엔 [Grand And Ashland] 이래로 1년 동안 15곡을 썼어요. 그런 적이 여태껏 없었거든요. 별로 안 좋다고 생각되는 몇 곡은 실제로 치워버리기도 했죠. 그래서 이번 앨범을 위해서는 11개의 알찬 곡들이 마련되어 있어요.

인터뷰 샘플: 새 앨범 준비

[weiv] 앞서 언급했던 이메일 소식지에 따르면 데모 녹음을 막 끝낸 모양이던데, 그건 어디에 쓰려고 하는 거죠?

제니 우리가 동서해안 투어에 오를 땐 새 앨범은 아직 안 나왔을 테고, 동해안에 있는 많은 팬들은 이미 우리 음반을 다 갖고 있거든요. 그래서 뭔가 새로운 걸 제공하고 싶은 거죠. 또 투어를 하려면 돈이 필요하기도 해요. 다시 얘기하게 되는데, 투어를 하는 건 녹음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돈이 들어가야만 하니까요. 승합차도 사야 하고, 음식, 석유 등등. 그런 경비들을 메꿔야 하거든요. 그래서 팔아야 할 물건들이 필요해요.

[weiv] 그럼 그건 투어 EP가 되겠군요. 저도 하나 구할 수 있을까요?

제니 투어 EP 맞아요. 주소를 알려주시면 제가 우편으로 하나 보내드릴께요. 지금 당장은 매스터 판밖에 없거든요.

[weiv] 인터뷰 후에 저도 답례할 게 있으니까 잘 됐네요. 그나저나 이로서 대충 인터뷰가 마무리되는 것 같군요. 좋은 애기들 나눠서 즐거웠구요, 시간 내줘서 고맙습니다.

제니 좋은 인터뷰였어요. 감사합니다.

관련 글
Jenny Choi & The Third Shift
[Grand and Ashland] 리뷰 – vol.4/no.15 [20020801]

Jenny Choi와의 인터뷰 (1) – vol.4/no.15 [20020801]
Jenny Choi와의 인터뷰 (2) – vol.4/no.15 [20020801]
Jenny Choi와의 인터뷰 (영문) – vol.4/no.15 [20020801]
Asian American Grrrl Power in Chicago: Jenny Choi & The Third Shift / Kim – vol.4/no.10 [2002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