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804035224-Gal20CostaGal Costa – Gal Costa – Mercury, 1969

 

 

실험적이면서도 중용적이었던 젊은 브라질 여성의 목소리

갈 꼬스따는 스스로 작사와 작곡을 하고 노래를 부르지는 않는다는 의미에서 ‘아티스트’라는 이름에 충분히 값하지 못할 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그녀가 뜨로삐까이아 운동을 함께 이끌어 온 주역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게 무슨 ‘홍일점’같은 역할을 훨씬 넘어선다는 사실은 뜨로삐까이아의 전개 과정을 조금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잠시 그녀의 디스코그래피를 살펴본다면 이 앨범은 그녀의 ‘솔로 데뷔 앨범’이다. 1967년 까에따누 벨로주와의 공작 [Domingo]를 발표했고, 1968년에는 뜨로삐까이아 무브먼트의 선언인 [Tropicalia, ou Panis et Circensis]에 몇 트랙을 수록했다면 이 앨범은 온전한 솔로 아티스트로서의 출발인 셈이다. 레코딩 작업 외에도 그녀는 1963년부터 까에따누 벨로주와 함께 어울려 왔다. 22살의 신인 여가수치고는 안정된 사운드가 담긴 데는 이런 짧지 않은 경력이 존재한다.

그렇지만 이 앨범은 까에따누 벨로주나 질베르뚜 질의 앨범처럼 노련하면서도 실험적이지는 않다. 그렇다고 우스 무딴치스처럼 급진적으로 막 나가지도 않는다. 말하자면 중용적이라는 이야기다. 그렇지만 이는 비슷한 시점에 나온 뜨로삐까이아 음반들 사이에서 상대평가할 때 그렇다는 뜻이다. 무엇보다도 앨범을 여는 사운드는 테이프로 장난을 쳐서 만들어낸 기묘한 ‘싸이키 음향’이다. 그 뒤 ‘전자 올갠’ 소리가 나오면서 플루트와 현악기의 오케스트레이션과 더불어 특유의 따뜻한 목소리로 부르는 나긋나긋한 발라드가 나온다. 그렇지만 효과음이 불쑥불쑥 들어가는 등 그저 ‘이지 리스닝 보싸 노바’로 들리지는 않는다. 작곡자인 까에따누 벨로주가 1년 뒤 자기 음반에도 수록했지만 우열을 가르기 힘든 트랙이다. 까에따누 벨로주가 만든 곡으로는 이 곡 외에도 재즈풍으로 편곡된 “Lost in the Paradise”, 보싸 노바의 무드가 깔리는 “Saudosismo”이 드문드문 배치되어 있는데, 이 모든 것의 종합은 “Baby”에서 이루어진다. 브라질에서라 ‘말이 필요없는’ 명곡이자 까에따누 벨로주는 물론 무딴치스(Os Mutantes)도 즐겨 연주하던 곡이다. 조르헤 벤(Jorge Ben)의 곡을 까에따누 벨로주와 함께 부른 “Que Pena (Ela Ja Nao Gosta Mais de Mim)”는 “Girl from Ipanema”의 서늘한 무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싫어할 수 없는 곡일 것이다.

그렇다고 그녀의 노래가 마냥 나긋나긋하고 ‘무디’한 것은 아니다. “Sebastiana”, “Se Voce Pensa”, “Vou Recomecar” 등에서는 로킹한(때로는 훵키한) 리듬과 시끄러운 기타 사운드 위에서 빠르고 냉소적인 보컬을 보여준다. 특히 “Sebastiana”의 종반부에 등장하는 공포스러운 비명 소리, 퍼커션의 토속적 소리, 그리고 묘한 효과음 등은 ‘브라질다운 싸이키델리아’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그렇지만 이럴 때조차도 성대 자체에 에코우나 리버브가 달린 듯한 갈 꼬스따 특유의 목소리와 ‘그 시절 그때의 프로듀싱’으로 인해 사운드는 어딘지 모르게 몽환적이다.

그래서 다 듣고 나면 브라질제(製) 보싸 노바나 삼바를 들었는지, 미국제(製) 재즈나 록을 들었는지가 묘연해지는 음반이다. 이렇게 음악의 국적을 구분하는 것을 거부했던 것이 뜨로삐까이아의 정신(?)이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건 별로 놀랍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걸 당시 21살의 젊은 여자가 목소리 하나로 이런 것을 감당해냈다는 점은 놀랍기만 하다. 20020729 | 신현준 homey@orgio.net

9/10

수록곡
1. Nao Identificado
2. Sebastiana
3. Lost in the Paradise
4. Namorinho de Portao
5. Saudosismo
6. Se Voce Pensa
7. Vou Recomecar
8. Divino, Maravilhoso
9. Que Pena (Ela Ja Nao Gosta Mais de Mim)
10. Baby
11. A Coisa Mais Linda Que Existe
12. Deus E O Am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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