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lberto Gil – Gilberto Gil – Mercury, 1968 즉흥적이면서도 정밀한 불멸의 잡탕 음악 질베르뚜 질(Gilberto Gil: ‘호나우두’ 식으로 발음한다면 ‘지우베르뚜 지우’)을 주앙 질베르뚜(Joao Gilberto)와 혼동한다면 그건 이 놀랍도록 뛰어난 뮤지션에 대한 예의가 아닐 것이다. 간단히 말해서 질베르뚜 질은 ‘천재형’ 음악인이다. 굳이 비유하자면, 그리고 그저 개인적 견해일 뿐이지만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가 그와 유사한 예가 될까. 그의 ‘천재성’은 여러 악기를 다룰 줄 안다는 점에서 일차적으로 확인되지만, ‘연주’ 차원이 아니라 ‘작곡’ 차원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그가 만드는 멜로디는 그저 즉흥적으로 흥얼거리다가 만든 것처럼 들리지만 유심히 관찰하면 탄탄한 음악적 계산이 놓여 있음을 알기는 어렵지 않다. 무엇보다도 그가 만드는 멜로디는 매우 특이하다. “Frevo Rasgado”, “Pega a Voga, Cabeludo”, “Ele Falava Nisso Todo Dia”에서 빠르지만 명확한 발음으로 부르는 노래는 멜로디를 논하기 앞서 리듬감이 넘치지만 따지고 보면 음의 높이와 간격이 매우 정밀하게 배치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Ele Falava Nisso Todo Dia”에서는 보컬과 어쿠스틱 기타가 주고 받기(call and response)를 계속하는데 대충 부르고 연주하는 것 같으면서도 정밀하게 짜여져 있다. 좀처럼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오케스트라의 관현악 세션과 일렉트릭 기타의 날카로운 사운드가 묘한 조화를 이루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러니 ‘훌륭한 팝 음악’은 아무나 만들 수 없는 것이라는 진리를 재확인하는 수밖에 없다. 이는 스타일을 뒤섞는 그의 능력에서도 다시 한번 더 확인된다. 브라질의 ‘카니발용 음악’을 영미로부터 수입된 록의 사운드와 뒤섞는 능력은 이 앨범 전체의 특징이자 뜨로삐까이아 무브먼트의 목표였지만 “Ele Falava Nisso Todo Dia”, “Marginalia II”, “Domingo No Parque”같은 곡에서 특히 잘 나타난다. 문제는 이질적으로만 보였던 브라질 음악과 영미 음악의 융합이 너무나도 화학적이라서 굳이 이 부분은 뭐, 저 부분은 뭐라는 식으로 말할 수 없다는 점이다. 록 스타일에 가까운 “Domingou”는 리드 싱어와 백킹 보컬들이 주고 받는 부분을 듣고 있다 보면 ‘이런 멜로디는 몇 십년만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곡이다’는 경탄 속에 끝나게 된다. 아니나 다를까 이 곡은 무딴치스(Os Mutantes)와 협연한 곡이자 ‘뜨로삐까이아의 송가’였다고 한다. 조금 더 싸이키델릭한 무드를 원한다면 “Coragem Pra Soportar”, “Luzia Luluza”, “Pe da Roseria”같은 곡에서 나른한 휴식을 취하면 된다. 단, 그 휴식 중에도 머리 속이 묘한 상상으로 부풀어오르는 것을 각오해야 한다. 어쨌든 음악을 다 듣고 나서 음악을 듣기 전과 정신 상태가 달라지는 것만큼 음악이 주는 기쁨이 있을까. ’30여년 전 지구 반대편에서 만들어진 음악’이 이렇게 음악의 보편적 기능을 담당할 수 있다는 것은 신기한 것일까 자연스러운 것일까. 20020729 | 신현준 homey@orgio.net 9/10 수록곡 1. Frevo Rasgado 2. Coragem Pra Soportar 3. Domingou 4. Marginalia II 5. Pega a Voga, Cabeludo 6. Ele Falava Nisso Todo Dia 7. Procissao 8. Luzia Luluza 9. Pe da Roseria 10. Domingo No Parque (bonus track) 11. Barca Grande 12. A Coisa Mais Linda Que Existe 13. Questao de Ordem 14. A Luta Contra a Lata (Ou Falenicia Do…) 관련 글 브라질 월드컵 우승을 빙자한 브라질 음악 스페셜(1): 까에따누 벨로주와 뜨로삐까이아 – vol.4/no.15 [20020801] Caetano Veloso [Caetano Veloso](1968) 리뷰 – vol.4/no.15 [20020801] Caetano Veloso [Caetano Veloso](1969) 리뷰 – vol.4/no.15 [20020801] Gal Costa [Gal Costa](1969) 리뷰 – vol.4/no.15 [20020801] Os Mutantes [Os Mutantes](1968) 리뷰 – vol.4/no.15 [20020801] 관련 사이트 Gilberto Gil 공식 홈페이지 http://www.gilbertogil.com.b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