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 Hot Chili Peppers – Freaky Styley – EMI America, 1985 춤출만큼 흥겹진 않지만….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국내의 록음악 팬들이 레드 핫 칠리 페퍼스(Red Hot Chili Peppers)를 접하는 경우 대개 [Blood Sugar Sex Magic](1991)이나 [Californication](1999)부터가 많을 것 같다(혹은 [One Hot Minute](1995) 정도?). 위에 거론한 것들이 이들의 대표작 혹은 국제적인 성공 후의 작품들이라는 이유 혹은 국내에 라이센스로 발매되어 접하기가 한결 용이하다는 점이 그 원인이라 할 수 있겠는데, 이러한 까닭인지 이들이 1980년대 초반에 데뷔한 중견(혹은 노장?) 밴드라는 사실을 모르거나, 동시에 이 당시의 음악들을 상당히 이질적으로 느끼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예외라면 [Mother’s Milk](1989) 정도가 아닐까.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초기 음악은 이들에 대해서 설명하는 단어중의 하나인 훵크 메탈(funk metal)에서 메탈의 자리를 펑크(punk)로 치환하면 쉽게 설명될 수 있다. 다만 초기에는 밴드 멤버들의 불안정한 구성 등으로 요즘처럼 완벽한 팀웍을 보여주기 보다는 이를 구성해나가는 모색의 과정이라는 느낌이 많이 드는데, 단적으로 1984년에 데뷔작을 발표할 당시 앤써니 키디스(Anthony Kiedis)와 플리(Flea)만이 최초 결성당시의 멤버들이었으며, [The Uplift Mofo Party Plan](1987)에서야 오리지널 라인업이 다시 뭉쳐서 손발을 맞추게 된다(비록 이 한 장으로 끝이 나지만). 이러한 까닭인지 초기의 세 장의 앨범은 사운드상에서 약간씩의 차이점들을 보여준다. 데뷔작이 갱 오브 포(Gang of Four)의 아방 훵크(avant funk)의 영향력이 짙게 드리워진 것이었음에 반해 기타리스트 힐렐 슬로박(Hillel Slovak)이 복귀한 후속작 [Freaky Styley](1985)에서는 한결 견고해진 팀웍에 흑인음악의 요소가 전면화되었고, [The Uplift Mofo Party Plan]은 밴드 결성 초기의 라이브 쇼의 명성을 스튜디오에서 재현시키려는 듯한 활기찬 사운드가 넘친다. 하지만 아무래도 초기작들을 관통하고 있는 가장 특징적인 요소들은 훵크를 비롯한 흑인음악적 요소들일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이들의 두 번째 앨범인 [Freaky Styley]는 (비록 소수이지만) 초기의 레드 핫 칠리 페퍼스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일종의 컬트적인 지위까지 부여받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사운드의 근간은 바로 프로듀서로 참여한 훵크의 대부 조지 클린턴(George Clinton)의 손길에 의한 것이었다. 물론 클린턴은 전면에서 이들을 진두지휘하기 보다는 프레드 웨슬리(Fred Wesley)와 같은 자신의 사이드맨들을 참여시키면서 사운드의 저변을 탄탄하게 확보해 준다. 첫곡 “Jungle Man”에서부터 끝곡 “Yertle the Turtle”까지 관통하는 훵크와 록의 결합은 분명 전작과는 사뭇 다른 양상으로 드러나는데, 이는 전작의 프로듀서가 다름아닌 갱 오브 포의 앤디 길(Andy Gill)이었다는 점에도 기인할 것이지만, 기타리스트 힐렐 슬로박의 훵키하면서도 동시에 몽롱함을 유발하는 피드백(“Freaky Styley”) 또한 전임자인 잭 셔먼(Jack Sherman)의 그것과 명백한 차이점을 나타낸다. 미터스(The Meters)의 “Hollywood”, 슬라이 스톤(Sly Stone)의 “If You Want Me To Stay”와 같은 곡들의 커버에서도 아직은 “Higher Ground”에서와 같은, 소울이나 훵크를 록 음악으로 변형(하거나 통합)시키려는 것보다는 기존의 훵크의 맛을 살리면서 록적인 연주라는 양념을 치려는 태도에 가깝다. 물론 특유의 바보스러운 유머나 공격적인 비트가 돋보이는 “Nevermind”나 “Blackeyed Blonde”, “Catholic School Girls Rule”와 같은 곡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이 곡들에서 느껴지는 것은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근작들처럼 마치 일종의 그루브감이라고까지 할 수 있는 자극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그렇다면 아직은 훵크와 록이 물리적으로만 병치되어 있는 것일까. 하지만 이런 생각은 지나치게 이들의 1990년대 이후의 결과물을 기준으로 무리한 잣대를 들이대는 행위일 것이다. [Freaky Styley]는 이미 그 자체로 완성도 있는 훵크 록 음반이니까. 20020731 | 김성균 niuuy@unitel.co.kr 8/10 수록곡 1. Jungle Man 2. Hollywood 3. American Ghost Dance 4. If You Want Me to Stay 5. Nevermind 6. Freaky Styley 7. Blackeyed Blonde 8. The Brothers Cup 9. Battle Ship 10. Lovin’ and Touchin’ 11. Catholic School Girls Rule 12. Sex Rap 13. Thirty Dirty Birds 14. Yertle the Turtle 관련 글 Red Hot Chili Peppers [Californication] 리뷰 – vol.4/no.15 [20020801] Red Hot Chili Peppers [By The Way] 리뷰 – vol.4/no.15 [20020801] Red Hot Chili Peppers [Freaky Styley] 리뷰 – vol.4/no.15 [20020801] Red Hot Chili Peppers [Mother’s Milk] 리뷰 – vol.4/no.15 [20020801] Jane’s Addiction [Nothing’s Shocking] 리뷰 – vol.4/no.15 [20020801] Jane’s Addiction [Ritual de lo Habitual] 리뷰 – vol.4/no.15 [20020801] John Frusciante [To Record Only Water For Ten Days] 리뷰 – vol.3/no.7 [20010401] One Hot Day-레드 핫 칠리 페퍼스,제인스 어딕션 서울 공연 리뷰 – vol.4/no.16 [20020816] 관련 사이트 Red Hot Chili Peppers 공식 사이트 http://www.redhotchilipeppers.com Red Hot Chili Peppers 팬 사이트 http://www.thefunkymonk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