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e’s Addiction – Ritual de lo Habitual – Warner Bros., 1990 얼터너티브 세대의 클래식 록 이런 제목은 상투적이다. 그러나 내 머리로는 더 적절한 말을 찾을 수 없다. 제인스 어딕션(Jane’s Addiction)의 세 번째(라이브 음반 포함)이자 현재로서는 마지막 스튜디오 음반인 [Ritual de lo Habitual] (1990)은 전성기 레드 제플린(Led Zeppelin)의 걸작들에 비견할 만한 음악을 들려준다. 이것은 마치 꿈틀거리는 커다란 짐승, 무엇엔가 달려들고 싶어 안달이 난 채 온 몸의 털을 곧추세우고 다리의 근육을 바짝 조여둔 정체불명의 짐승 같은 음반이다. 그것은 분명 위협적이지만 그 활동 공간은 조이 디비전(Joy Division)이 살던 암흑이 아니라 짙은 향 연기가 나풀거리는 이교적이고 뇌쇄적인 곳이다. 자웅동체 예수(라고 추정되는 존재)가 쓰리썸(threesome)을 벌이고 있는 음반 커버 같은 장소 말이다. 어디선가 그 짐승의 목에 걸린 방울이 딸랑거리는 것 같지 않은가? 객담 같지만 1990년을 전후한 미국 록계를 돌이켜볼 때, 머틀리 크루(Motley Crue)와 건스 앤 로지스(Guns N’ Roses)가 1980년대 헤비 메틀의 성숙과 노화를 동시에 보여주는 음반([Dr. Feelgood], [Use Your Illusion I, II])으로 차트에서 최후의 불을 지피고 있었고, 메탈리카(Metallica)는 마침내 록 스타가 되었으며, [New Jersey]를 낸 뒤의 본 조비(Bon Jovi)는 확실히 맛이 가던 참이었다. 동향 밴드인 레드 핫 칠리 페퍼스가 제목만큼이나 신기한 음악을 담은 음반을 만들던 중이었고(이 음반은 절반이 잘려나간 채 한국 시장에 라이센스될 것이었다), 시애틀에 거주하던 음울한 클럽 밴드들은 10대의 ‘지저분한’ 분노를 막 ‘폭발(explosion)’시키기 직전이었다. 누군가 ‘신경쓰지 않고 방아쇠만 당겨주면’ 커다란 변화가 일어날 것이었다. 정말 커다란 변화가. 제인스 어딕션은 이 변화가 닥치기 직전에 발을 뺐고, 그럼으로써 전설 혹은 운없는 밴드가 되었다. 물론 나인 인치 네일스(Nine Inch Nails)나 툴(Tool)의 음악에서 그들의 흔적을 찾을 수 있고, 리더 페리 패럴(Perry Farrell)은 얼터너티브의 우드스탁, 롤라팔루자(Lollapalooza)를 조직하긴 했지만 말이다. 잘 알려진 대로 제인스 어딕션 음악의 특징은 록의 내·외부에 있는 각종 스타일을 자유자재로 혼합하면서 전혀 새로운 무언가를 뽑아내는 데 있다. 요즘에야 이것저것 안 섞는 것이 순진한 일이지만 그 당시만 해도 그러한 혼합은 드문 일이었으며, 무엇보다 그 결과물이 범상치 않다는 점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첫 곡 “Stop!”은 스페인 여성의 아리까리한 인사말이 흘러나온 뒤 헤비 메틀 기타가 사정없이 휘몰아치면서 곡을 주도하는 틈새로 쓰래쉬 메틀의 리프가 끼어들고, 그러다 어느새 1970년대 하드 록의 육중한 발걸음을 따라하며 사이키델릭한 무드를 조성한다. 이 모든 것이 4분 남짓한 시간에 벌어지지만 따로 논다는 느낌은 없다. 훵키한 베이스가 전면에 나서는 “No One’s Leaving”에서는 재즈의 냄새를 맡을 수 있으며, 힙합 리듬과 아트 록의 구성을 교묘하게 매만진 “Then She Did…”, 집시풍의 바이올린 선율과 중동 음악풍의 코러스를 이질감없이 섞은 “Of Course” 또한 이들의 탐욕스런 식성을 보여준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어떤 책에 따르자면, 이 모든 것은 “캘리포니아 씬을 구성해 온 1960년대 이래의 음악적인 시간축을 한 장의 음반이라는 횡단면에 옮긴” 시도인 것이다([얼트 문화와 록 음악] 1권 pp.242∼243). 이러한 곡들을 꿰뚫는 페럴의 목소리는 중성적이지도 양성적이지도 않다. 그것은 무성적(無性的)이다. 그래서 보컬이라기보다는 꼭 악기처럼 들린다. 그러나 아무리 다양한 음악적 재료를 섞어서 독창적인 음악을 요리했다 하더라도 이들의 본령이 사이키델릭과 하드 록, 프로그레시브에 있다는 사실까지 숨길 수는 없는 듯 보인다. 음반의 대표곡이라 할 수 있는 절도 찬양가 “Been Caught Stealing”과 신성모독적인 “Three Days”를 듣다보면 그 사실이 분명해진다. 전작의 “Had A Dad?”와 “Ted, Just Admit It…”에 대응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 곡들에서는 훨씬 더 변칙적인 플레이와 복잡한 구성, 형형색색의 리듬이 난무함에도 불구하고 그 중심에 있는 것은 ‘거장적’ 연주에 바탕을 둔 영미권의 ‘클래식 록’이다. 그래서 이들이 도입한 각종 음악적 요소들이 ‘양념’에 불과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영미 록을 뛰어넘는 그 무언가가 나왔다는 말도 할 수 없다. ‘다문화주의’라는 말마저 또다른 차별이라는 의심을 받고 있는 작금의 시점에서 듣기에는 더더욱 그렇다. 이 괴물 음반을 발매한 직후 제인스 어딕션은 해체를 선언했다. 차트 성적도 무난했고 비평가들도 ([롤링 스톤(Rolling Stone)] 정도를 제외하고는) 만장일치에 가까운 찬사를 보내던 순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후 재결성도 했고 라이브 편집 음반도 발매했으며 내한 공연도 오지만 예전의 그 경이로움을 앞으로 재현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그러기엔 너무 많은 것이 변했다. 그 당시 일을 생각하면 중심에 있었던 것도 아닌데 괜히 감상에 젖게 된다. 어쨌든 기웃거려 보기라도 했다는 것일까. 20020725 | 최민우 eidos4@freechal.com 10/10 수록곡 1. Stop! 2. No One’s Leaving 3. Ain’t No Right 4. Obvious 5. Been Caught Stealing 6. Three Days 7. Then She Did… 8. Of Course 9. Classic Girl 관련 글 Red Hot Chili Peppers [Californication] 리뷰 – vol.4/no.15 [20020801] Red Hot Chili Peppers [By The Way] 리뷰 – vol.4/no.15 [20020801] Red Hot Chili Peppers [Freaky Styley] 리뷰 – vol.4/no.15 [20020801] Red Hot Chili Peppers [Mother’s Milk] 리뷰 – vol.4/no.15 [20020801] Jane’s Addiction [Nothing’s Shocking] 리뷰 – vol.4/no.15 [20020801] Jane’s Addiction [Ritual de lo Habitual] 리뷰 – vol.4/no.15 [20020801] John Frusciante [To Record Only Water For Ten Days] 리뷰 – vol.3/no.7 [20010401] One Hot Day-레드 핫 칠리 페퍼스,제인스 어딕션 서울 공연 리뷰 – vol.4/no.16 [20020816] 관련 사이트 Jane’s Addiction 팬 사이트 http://www.links.net/vita/muzik/jan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