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 Hot Chili Peppers – Californication – Warner, 1999 활기차고 느긋한 그루브 어쩌면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진정한 서포모어 징크스는 [One Hot Minute](1995)를 발매하면서 닥친 것인지도 모르겠다. 제인스 어딕션(Jane’s Addiction)의 데이브 나바로(Dave Navaro)를 영입하여 만든 이 음반은 나바로의 ‘거장적’ 성향과 다른 멤버들의 간극이 눈에 띌 만큼 심각하게 벌어진 연주를 들려주었고, 결국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듣는 쪽이나 하는 쪽이나) 알 수 없는 이상한 음반이 되고 말았던 것이다. 그래서 약 4년이라는 공백 끝에 존 프루시안테(John Frusciante)와 함께 [Californication]을 들고 돌아온 레드 핫 칠리 페퍼스에게 반가움을 느끼는 것은 인지상정일 것이다. 모든 것이 그대로이다. 독주보다는 합주에서 더 빛을 발하는 존의 기타와 되살아난 플리(Flea)의 베이스, 채드 스미스(Chad Smith)의 탄력있는 드럼, 모음을 유난히 굴리면서 쭉 뽑는 안소니 키에디스(Anthony Kiedis)의 보컬까지. 결국 [Californication]은 800만 장이라는 엄청난 판매고를 올리면서 이들의 재기작이 되었다. 이 음반에서 우리가 가장 먼저 듣는 것은 우리가 듣고 싶어하던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이다. 훵크, 사이키델릭, 메틀을 환상적으로 버무리면서 (양말만 신고 그러지는 않는다 해도) 청자의 귀를 잡아당기는 4인조 백인 록 밴드 말이다. 설사 잘그락거리는 기타 연주와 훵키한 베이스 리듬이 닦아놓은 터에서 랩과 코러스를 적절히 배분하는 “Around The World”를 들을 때까지 긴가민가했다고 해도 “Naked In The Rain”에 버금가는 그루브의 파도 위에서 약기운이 펄펄 도는 기타음을 서핑하듯 들려주는 “Parallel Universe”로 넘어갈 때쯤이면 더 이상 의구심 같은 건 남아있지 않을 것이다. “Suck My Kiss”를 연상시키는 “Get On Top”, 이 이상 훵키한 백인 록이 또 있을까 싶은 “I Like Dirt”와 “Right On Time”은 모두에게 음반을 잘못 산 것이 아니라는 확신(과 해드뱅잉에 대한 의욕)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Californication]이 [Blood Sugar Sex Magik]의 속편은 아니다. 아마 이 사실을 증명하는 것은 이 음반에서 우리가 듣게 된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다른 면(other side)일 텐데, 간단히 말하면 좀 ‘말랑말랑한’ 성향이 음반에서 자리를 잡은 것이다. 미들 템포의 “Otherside”나 “Easily” 같은 곡들은 세련된 멜로디와 적당한 그루브가 조화를 이룬 이 음반의 새로운 성과라 할 수 있으며, 그런 측면에서 음반을 되새겨보면 전에 없던 ‘무드’가 음반 전체에 나른한 그림자를 던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Blood Sugar Sex Magik]이라고 나긋나긋한 곡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이를테면 “Breaking The Girl”) 그런 곡마저 음반의 달뜬 분위기에 전염된 것처럼 보였다면 [Californication]에서는 그 반대의 현상이 일어난다. 천방지축으로 뛰어다니는 것처럼 보이는 곡들에서도 눈가에 드리워진 엷은 그늘을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지나치게 달콤한 “Scar Tissue”나 “Californication”은 외려 “Under The Bridge”의 영광을 재현하려는 빛바랜 시도(성공은 했지만)로 보일 정도이다. 물론 이것을 원숙함이라 볼지 노쇠라 볼지는 듣는 이에게 달린 문제일 것이다. 상업성과 음악적 완성도를 적절히 안배한 이 음반은 앞에서 언급했듯 레드 핫 칠리 페퍼스를 극적으로 회생시켰으며 이들을 다시 주류 록 시장의 중심권에 편입시켰다. 그 기세는 3년만에 발표하는 신보에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음반에 손이 더 가는 이유는 그 ‘무드’가 좀 과하게 설탕을 뒤집어쓰고 온 것이 아닌가 하는 나름의 판단 때문인 것 같다. 아니면 이번엔 진짜 노쇠해졌거나. 20020722 | 최민우 eidos4@freechal.com 8/10 수록곡 1. Around The World 2. Parallel Universe 3. Scar Tissue 4. Otherside 5. Get On Top 6. Californication 7. Easily 8. Porcelain 9. Emitremmus 10. I Like Dirt 11. This Velvet Glove 12. Savior 13. Purple Stain 14. Right On Time 15. Road Trippin’ 관련 글 Red Hot Chili Peppers [Californication] 리뷰 – vol.4/no.15 [20020801] Red Hot Chili Peppers [By The Way] 리뷰 – vol.4/no.15 [20020801] Red Hot Chili Peppers [Freaky Styley] 리뷰 – vol.4/no.15 [20020801] Red Hot Chili Peppers [Mother’s Milk] 리뷰 – vol.4/no.15 [20020801] Jane’s Addiction [Nothing’s Shocking] 리뷰 – vol.4/no.15 [20020801] Jane’s Addiction [Ritual de lo Habitual] 리뷰 – vol.4/no.15 [20020801] John Frusciante [To Record Only Water For Ten Days] 리뷰 – vol.3/no.7 [20010401] One Hot Day-레드 핫 칠리 페퍼스,제인스 어딕션 서울 공연 리뷰 – vol.4/no.16 [20020816] 관련 사이트 Red Hot Chili Peppers 공식 사이트 http://www.redhotchilipeppers.com/ Red Hot Chili Peppers 팬 사이트 http://www.thefunkymonk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