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722010102-0414argentina-fitopaezFito Paez – El Amor Despues del Amor – Wea International, 1992

 

 

아르헨티나 록 최고의 성과

피또 빠에스(1963년 로사리오 생)는 지금까지도 아르헨티나에서 가장 인기있는 록 스타이다. 1980년대 초부터 찰리 가르씨아(Charly Garcia)와 후안 까를로스 발리에또(Juan Carlos Baglietto)의 밴드에서 키보드주자로 재적했고, 1984년 [Del ’63]를 시작으로 솔로 아티스트로서 탄탄한 길을 걸어 왔다. 말하자면 그는 록 나씨오날의 1세대(및 1.5 세대)와 함께 활동하면서 ‘엘리트 코스’를 걸어온 셈이다.

거두절미하고 말한다면 이 앨범은 ‘아르헨티나 록 최고의 음반’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이런 사실은 아르헨티나 록에 관한 각종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음반이 아르헨티나에서 발표된 1992년 연말에 최고 솔로 음악인(Mejor Solista), 최고 음반(Mejor Disco), 최고의 곡(Mejor Tema), 최고의 비디오(Mejor Video: “Tumbas de la gloria”) 를 모두 휩쓸었다. “최고의 공연( Mejor Show)만 세루 히란의 재결합 공연에 양보했을 뿐이다. 이듬해인 1993년 4월 루에다 마지카 순회공연(La Rueda Magica Tour)의 절정이었던 4월 24일과 25일 벨레즈(Velez)에서의 공연에서는 하루에 40,000명씩 80,000명을 동원하기도 했다. 그 뒤 쿠바에서 ‘아바나의 혁명광장에서 최초로 공연한 외국인’이라는 기록을 남겼는데, 이 공연에도 40,000명의 관중이 참석했다.

이는 이 음반이 ‘대중적’인 작품이라는 사실을 의미한다. 실제로 이 음반은 1994년까지 65만 장이 판매되어 아르헨티나 록의 역사상 최고의 판매고를 기록했고 이 기록은 지금도 깨지고 있지 않다. 이런 대중성은 이미 앨범의 제목이자 첫 트랙인 타이틀곡의 제목에서 확인된다. 영어로 “The Love after the Love” 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 이 곡의 메시지는 다름 아니라 ‘사랑’이다. 드럼 루프같은 반주가 나오다가 신씨사이저 라인이 깔리면서 32초 분량의 A-A-B-B’ 형식의 노래가 등장한다. B 부분에 들어가면서 어쿠스틱 기타가. 그리고 1절이 끝나면 피아노가 등장하고, 2절에 들어가면 사운드가 점차 두터워진다. 간주에서는 일렉트릭 기타와 브래스, 그리고 소울풍의 여성 코러스가 등장하고 3절에서는 동일한 멜로디 라인을 한 옥타브 높은 음역으로 힘차게 소리지른다. 베이스와 드럼의 훵키한 그루브가 강해지고 보컬과 관악기들도 즉흥적이 되어가면서 곡은 절정을 향해 진행한다. 공연에서 이 곡을 듣는다면 양손을 하늘로 휘두르면서 ‘관객이 하나되는’ 경험을 이런 음악을 싫어하는 취향의 사람도 없지는 않겠지만 대중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싫어하기는 힘든 곡이다. 이 곡과 더불어 피아노가 이끄는 아름다운 발라드인 일곱 번째 트랙 “Un Vestido y un Amor”만으로도 이 앨범의 가치는 충분하다. 이 곡은 브라질의 까에따누 벨로주(Caetano Veloso)가 스페인어권을 겨냥해 제작한 [Fina Estampa](1994)에서 커버되어 더욱 유명해지는 등 범(凡)라틴 히트곡이 되었다.

이 곡들을 포함하여 “Dos Dias En La Vida”, “Tumbas de la gloria”, “Brillante Sobre El Mic” 등은 팝 감성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냥 좋은’ 곡들이다. 록 밴드의 기본 편성에 건반, 관악, 현악이 적절히 추가되어 꽉 찬 사운드를 만들어내고 비음이 강하면서도 허스키한 보컬은 무난하게 좋아할 수 있는 곡들이다. 그렇다면 앞에서 미리 내려버린 평가에 부연할 수 있다. 이 음반은 1992년에 제작되기는 했어도 ‘1980년대의 메인스트림 록 음반’이다. 그건 반드시 아르헨티나 록일 뿐만 아니라 국제적 록의 주류를 망라하는 특징이다. 1980년대의 주류 록 음악의 화두가 스타일의 혼성과 절충, 완벽한 프로듀싱, 그리고 의식있는 메시지 등이었다면 이 앨범은 ‘모범적’이다.

무난히 듣기 좋은 곡이라도 비슷비슷한 스타일이 계속되면 지루할 것이다. 다행히도 이 음반은 스타일의 다양성을 보이고 있다. 순화된 훵키 리듬 위에 현악기가 동원된 “La Veronica”, 헤비한 기타 리프가 이끄는 “Trafico Por Katmandu”, 댄스 리듬과 와와 기타 솔로가 이끄는 단조의 “Sasha, Sissi Y El Circulo De Baba”, 탱고를 가지고 ‘장난’을 친 “Detras del Muro de Los Lamentos”, “Brillante Sobre El Mic” 등이 앨범에 탄력을 부여한다. 그리고 자신의 음악적 뿌리를 확인하듯 경쾌한 로큰롤 “A Rodar La Vida”로 마무리한다.

피또 빠에스의 이전의 음악을 안다면 이 앨범이 ‘주류 취향과 타협’한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Giros](1985)에서 두 눈을 가린 앨범 커버에서 보듯 진실을 감추는 현실을 고발한 것, [Ciudad de Pobre Corazon(가난한 마음의 도시)](1987)에서 자국 민중의 빈곤한 삶을 표현한 것, 그리고 [Tercer Mundo(제 3세계)](1991)에서 라틴 아메리카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것을 안다면 이 앨범에서의 메시지가 순화되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건 어쨌든 좋다. 문제는 ‘그 다음은 무엇인가?’라는 점일 것이다. 불행히도 다음 앨범 [Circo Beat](1994)는 35만장의 판매고에 그쳤고, 1995년의 공연의 관중 수도 25,000명 수준으로 ‘정상화’되었다고 한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내릴 수는 없다. 그저 정치적 민주화와 경제의 침체가 복합된 아르헨티나의 상황에서 이전까지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있던 주류 록 음악(‘록 나씨오날’)의 방향성에 혼란이 초래되었을 것이라고 짐작할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 그렇기 때문에 이 앨범이 아르헨티나 록의 역사에서 하나의 획을 그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국민적 록’의 역사에서 이 정도의 성취를 이루지 못한 나라도 부지기수니까… 20020718 | 신현준 homey@orgio.net

8/10

수록곡
1. El Amor Despues del Amor
2. Dos Dias en La Vida
3. La Veronica
4. Trafico Por Katmandu
5. Petalo de Sal
6. Sasha, Sissi y el Circulo de Baba
7. Un Vestido y un Amor
8. Tumbas de La Gloria
9. La Rueda Magica
10. Creo
11. Detras del Muro de Los Lamentos
12. Balada de Donna Helena
13. Brillante Sobre el Mic
14. A Rodar La Vi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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