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722124449-0414argentina-fabulososLos Fabulosos Cadillacs -Los Fabulosos Calaveras – BMG/U.S. Latin, 1997

 

 

화끈한 한판을 벌이려면 이들처럼

스카, 레게, 재즈, 맘보, 휭크, 쓰래쉬 메틀이 뒤섞인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은 ‘와, 재미있겠다’는 생각보다 ‘도대체 뭘 어떻게 하면 그럴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먼저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파불로소스 까디악스(Los Fabulosos Cadillacs)의 1997년 음반 [Los Fabulosos Calaveras](‘매혹적인 해골’)는 그것이 무척 모범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음을 입증한다. 이는 누구든 수긍하지 않고는 못 배길 것이다.

첫 곡 “El Muerto”은 이들이 취한 전략이 어떤 것인지 분명히 드러낸다. 4분 남짓한 이 곡은 흥겨운 맘보 리듬이 1분 30여초간 흘러나오다 난데없이 쓰래쉬 메틀의 전기톱같은 사운드가 튀어나오고, 그 뒤부터는 그 둘이 서로 경쟁하듯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식으로 흘러간다. 다음 곡 “Surfer Calavera”에서는 레게 리듬과 광란의 트럼펫 합주가 그르렁거리는 메틀 보컬과 훵키한 베이스 리듬에 맞서 번갈아 ‘맞짱’을 뜨는 것을 들을 수 있다. 그러다 신경을 긁어대는 스피디한 메틀 리프와 시치미를 뚝 떼고 갑자기 고개를 내미는 재즈풍의 피아노가 대조를 이루는 “El Carnicero de Giles/Sueno”까지 듣다 보면 웃음이 절로 나온다. 곡의 무드는 급격하게 변하고 강약과 완급도 예상하기 어렵게 움직이나 여기까지 오면 어떤 수법인지 대충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라틴 음악과 흑인 음악의 온갖 스타일에서 차용한 리듬으로 울퉁불퉁한 바닥을 깐 뒤 그 밑에 영미권의 헤비 록을 지뢰처럼 매설함으로써 ‘모든 이의 고른 지지(와 따뜻한 박수)’를 노린 것일 터이다. 결과는? 눈 딱 감고 말하면 어정쩡한 절충이라기보다는 화끈한 성공이다.

물론 이런 ‘잡탕’ 사운드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서부 활극의 주제곡으로 쓰면 딱일 법한 “Howen”, 나긋나긋한 레게 “Calaveras y Diablitos”, 중간에 살짝 들어가는 혼 섹션만 아니면 1980년대 헤비 메틀 밴드의 파워 발라드라고 해도 믿을 법한 “Amnesia” 등은 밴드가 그때까지 섭렵해온 다양한 음악들의 원류를 드러내 보인다. 초반에 사정없이 몰아치는 현란한 곡들에 얼이 빠졌던 사람이라면 이런 곡들이 다소 심심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이런 관습적인 곡들에서도 출렁이는 리듬감을 느끼기는 어렵지 않다.

이 음반은 1997년 그래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라틴 록 디스크상을 수상하며 밴드의 이름을 아르헨티나 이외의 지역까지 알리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다른 말로 하자면 영미권 시장(의 영향력이 미치는 지역)에서 성공을 거둔 것이다. 이때 이후 이들이 받고 있는 찬사는 ‘어, 저 나라 애들도 록 음악을 웬만큼 할 줄 아네’라는 오만한 평가가 아니라 ‘누구도 저렇게 과감한 시도를 하긴 힘들다’는 겸허한 평가에 가까워 보인다. 화려하면서도 산만하지 않고, ‘헤비’하면서도 피곤하지 않은 좋은 음반이 누릴 수 있는 당연한 특권일지도 모르겠다. ‘다리 흔들면 복이 다 떨어져 나간다’는 할머니 말씀은 이 음반을 들을 때는 무시해도 좋지 않을까. 20020718 | 최민우 eidos4@freechal.com

8/10

수록곡
1. El Muerto
2. Surfer Calavera
3. El Carnicero de Giles/Sueno
4. Sabato
5. Howen
6. A Amigo J.V.
7. Hoy Llore Cancion
8. Calaveras y Diablitos
9. Il Pajarito
10. Nino Diamante
11. Piazzolla
12. Amnesia
13. A.D.R.B. (En Busca Eterna)
14. Surfer Calavera (remix)
15. Howen (remix)

관련 글
월드컵 스페셜 : 동아시아에서 눈물 지은 나라들 편(4) – 아르헨티나 – vol.4/no.14 [20020716]
Sui Generis [Vida] 리뷰 [20020716]
Seru Giran [Completo] 리뷰 – vol.4/no.14 [20020716]
Fito Paez [El Amor Despues del Amor] 리뷰 – vol.4/no.14 [20020716]
Andres Calamaro [Honestidad Brutal] 리뷰 – vol.4/no.14 [20020716]
Los Enanotos Verdes [Nectar] 리뷰 – vol.4/no.14 [20020716]
Bersuit Vergarabat [Don Leopardo] 리뷰 – vol.4/no.14 [20020716]
El Otro Yo [Abrecaminos] 리뷰 – vol.4/no.14 [20020716]
Illya Kuryaki & the Valderramas [Los Clasicos del Rock en Espanol] 리뷰 – vol.4/no.14 [20020716]

관련 사이트
Los Fabulosos Cadillacs 공식 홈페이지
http://www.fabulosos-cadillacs.com.ar/
Los Fabulosos Cadillacs 홈페이지
http://www.musica.org/fabucadillac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