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722122822-0414argentina-llyaKuriakiIllya Kuryaki & the Valderramas – Los Clasicos del Rock en Espanol – Polygram/Universal, 1998

 

 

나씨오날 록의 아들들, 랩과 만나 신진대사를 하다

일리야 꾸리야끼 앤 더 발데라마스는 호르비예르 엠마누엘(Horvilleur Emmanuel)과 단떼 스삐네따(Dante Spinetta)로 이루어진 랩 듀오다. 밴드 이름은 마치 일리야 꾸리야끼가 리더로 있는 록 밴드라는 인상을 주지만 사실은 이와 많이 다르다. 게다가 엠마누엘은 베이스와 보컬을, 스삐네따는 기타, 건반, 보컬을 맡고 있어서 랩 그룹의 표준적 이미지와도 많이 다르다. 1996년에 MTV에서 ‘언플러그드 공연’을 가졌다는 점도 랩퍼(rapper)에 관한 통상적 이미지와는 많이 다르다. 굳이 말하면 이들의 음악은 정통 록도 정통 랩도 아닌 록과 랩의 하이브리드다. 공연을 할 때는 6인조 백 밴드를 대동하고 연주한다는 사실도 이들의 혼합의 정체성을 잘 보여준다. 즉, 이들의 음악은 악기들의 실연주에 기초한 음악이고 따라서 샘플링과 시퀀싱으로 이루어진 일렉트로닉 사운드와는 거리가 멀다.

이 음반은 폴리그램(현 유니버설)에서 ‘Los Clasicos del Rock en Espanol’이라는 타이틀로 라틴 아메리카의 거물급 록 뮤지션들의 과거의 레코딩을 재편집해서 발매하는 시리즈 가운데 하나다. 그런데 이 앨범은 여러 앨범으로부터 선곡하여 재편집하는 과정을 거친 것이 아니라 앞서 언급한 언플러그드 공연을 수록했다. 이상한 것은 언플러그드 공연이라는 문구가 음반에 적혀 있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이 공연 실황이 2001년에 [Ninja Metal]이라는 타이틀로 발매되었다(여기에는 이 앨범에 없는 한 곡이 추가되어 있다). 전후 사정에 대해서는 잘 알 수 없지만 어쨌든 국제적으로 배급되는 음반으로는 이 음반이 거의 유일하다는 말로 양해의 말을 대신한다.

앨범은 이들의 출세작 [Chaco](1995)에 수록된 동명의 히트곡인 “Chaco”로 시작한다. 삐걱거리는 듯하면서도 캣치한 리프 위에서 전개되는 듀오의 래핑은 ‘그때 그 시절’의 랩 스타일을 잘 보여준다. 지금 들으면 다소 투박하게 들리지만 스페인어로 운을 맞추면서 전개되는 래핑은 ‘듣는 재미’를 던진다. 이 트랙과 더불어 “No Es Tu Sombra”, “No Way Joser”, “Abarajame” 등에서는 힙합에 근접한 사운드가 나오고, “Jaguar House”는 이들이 프린스와 마이클 잭슨을 듣고 자랐다는 사실을 증명해주듯 훵키한 넘버다.

그렇지만 이들에게 랩퍼로서의 정체성이 확고한 것은 아니다. 이들의 또하나의 히트곡 “Virgen De Rina”는 어쿠스틱 기타가 이끌고 플루트가 더해지고 보컬도 록의 창법을 따른다. 나아가 “Hermoza from Heaven”에서는 드럼 비트조차 등장하지 않고 콘트라베이스와 더불어 감미로운 팝송이 나온다. 그 뒤로도 이런 스타일은 공격적인 랩(과 록의 하이브리드)와 더불어 앨범의 절반을 구성한다. 물론 이런 팝을 부를 때도 과도한 감상에 빠지는 것은 아니며 퓨전 재즈풍으로 편곡된 사운드로 긴장감을 유지한다. 이는 공격적인 랩이 나오는 “No Way Joser”에서는 재즈풍의 편곡이 공격성을 중화시키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그래서 이런 앨범을 듣고 ‘엉터리 랩’이니 ‘사이비 힙합’이니라고 투덜댈 필요는 없을 것이다. 랩과 힙합의 지역적 변종의 양상을 탐구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록 음악의 외길을 걸어온 선배들과는 달리 이들은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것이 많아 보인다는 점이다. 그건 1990년대 이후 젊은 뮤지션들의 일반적 특징으로 보인다. 다행히도 이들의 경우 그런 특징은 ‘주류 질서의 전복’ 운운하면서 실제로는 치밀한 상업적 전략인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욕망의 발로인 것 같다. 그런 시대도 이제는 지나가고 있지만… 20020720 | 신현준 homey@orgio.net

7/10

P.S.
일리야 꾸리야끼 앤 더 발데라마스는 스타일상의 특이함 외에도 단떼 스삐네따가 루이스 알베르또 스삐네따의 아들이라는 점 때문에 조명을 받았다. 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를 거치면서 알멘드라(Almendra), 뻬스까도 라비오소(Pescado Rabioso), 인비지블(Invisible) 등의 밴드를 이끈 아르헨티나 록의 중요한 인물이다.

수록곡
1. Chaco
2. Jaguar House
3. Hermoza from Heaven
4. Virgen de Rina
5. Abismo
6. No Es Tu Sombra
7. No Way Jose
8. Abarajame
9. Lo Primal del Viento
10. Ninja Ment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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