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717015706-adenAden – Topsiders – Teenbeat/Moonrise, 2002

 

 

변함없이 언제나 그 자리에

그랬다. 작년 봄, 에이든의 음반 [Hey 19]가 국내에 소개되었을 때 반가움과 더불어 작은 걱정을 했었다. 열혈 한국 혈통주의자들의 그물망에 이들이 걸려들지나 않을까 하고. 그러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이들이 한국에 의미 있고 진지한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기를 내심 바랬다. 그러나 이런 생각들은 정말이지 기우와 허상일 뿐이었다. 에이든의 프론트먼 제프 그램(Jeff Gramm)이 제 아무리 유명한 가계를 자랑한다 해도 한국인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열혈 민족주의자들의 눈에 이들은 가십거리가 되기에는 너무도 미약한 존재였다. 그 사실을 깜빡한 나머지, 정말 말도 안 되는 걱정을 했던 것이다. 그 안도감 뒤에는, ‘그러면 그렇지’ 하는 쓰디 쓴 자조감 역시 표류했지만.

사정이야 어찌되었든, 그들은 네 번째 정규 앨범을 발표했다. 데뷔이래 부단히 멤버들의 이동이 있었는데 2집 [Black Cow](1999)까지 드러머로 활동하다가 음악 저널리스트로 전업한 에이든의 원년 멤버 조쉬 클레인(Josh Klein)이 떠난 빈 자리에는, 3집 [Hey 19](2000)에 이어 간간히 세션으로 연주하던 맷 데이츠먼(Matt Datesman)이 이 앨범에서 정식으로 가세했다. 물론 베이시스트 프레드 코비(Fred Kobey)의 ‘원년’ 멤버를 비롯, 본격적인 4인조 밴드로 출발점이 된 영입자 케빈 바커(Kevin Barker)의 든든한 후원은 지속되고 있다. 특히 케빈 바커는 기타(부클릿에는 그가 사용하는 Fender B-Bender Telecaster를 사용하는 음악(인)에 대한 비블리오그래피를 실었다)를 비롯, 밴조를 다루며 곡과 노래를 선사하기도 했는데, 서정적인 “Intertwining Hands”는 그의 사이드 프로젝트 커리턱 카운티(Currituck County: 에이든 음반이 발매한 레이블 틴비트에서 올해 [Unpacking My Library]를 발매했다)의 싱글 “Punaluu”(2000)에서 발표했던 곡이고, “River’s Rising”은 제프 그램과 케빈 바커의 공동작이다. 물론 대부분의 곡은 제프 그램이 만들지만.

이 앨범이 에이든의 디스코그래피 상에서 특출난 것은 없는지도 모른다. 제프 혹은 케빈의 집에서 이루어진 홈레코딩 산물이라는 것도 여전하고, 두 대의 기타가 보여주는 오밀조밀하고 아기자기한 사운드가 넘실거리는 것도, 그리고 그 가운데 때로는 부드럽고 달콤한, 때로는 느리고 애수에 찬 곡과 다소 빠르고 경쾌한 곡 사이를 오가는 것도 여전하다. 지루함을 방지하는(?) 앨범의 주 분위기와는 다소 어긋나는 시끄러운 곡이나, 신선한 느낌의 곡을 한 두 곡 배치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물론 재간 있는 짧은 곡 쓰기를 여전히 자랑하는데, 이 앨범에는 두 곡’이나’ 5분대의 곡이 배치되어 있다. 아! 이 앨범 바로 전에 발표된 [Hey 19]에서 다소 침잠되었던 탁월하고 캐치한 멜로디 감각이 이 앨범에서 복권되었다는 것이 특징일 수도 있다. 또한 이들의 결과물을 세밀하게 응시해보면, 인디 뮤지션으로서의 태도를 발산하는 에이든의 트레이드마크가 솔기 없이 봉합되어 있음을 눈치챌 수 있다. 비유명 음악(인)에 대한 에이든의 애정 깊은 눈길, 숨은 외부 조력자들의 손길에서. 램찹(Lambchop)의 멤버인 ‘내쉬빌의 아버지’ 마크 네버스(Mark Nevers)의 경우는 그나마 유명한 인사인 경우일 것이다.

에이든의 섬세함과 따사로움은 첫 곡부터 드러나기 시작한다. 제프 그램의 유약한 목소리가 가슴 저미게 하는 “Intro”는 타이틀답게 짧은 소품인데, 앨범 중반부에 오롯이 배치된 “The Chase”가 그 본체로, 다소 강하게 끊어치는 기타 사운드를 중심으로 전주도 없이 돌연 등장하다가 고요하고 섬세한 목소리와 교차한다. 그러니까 후자의 일부분만 살짝 오려 편집해 인트로로 삼은 것이다. 여기에는 인디 팝 밴드 에섹스 그린(The Essex Green)의 멤버이자 인디 밴드 레이디버그 트렌지스터(Ladybug Transistor)에서 작업했던 사샤 벨(Sasha Bell)의 로즈(Fender Rhodes)가 살포시 그 후광을 드리우고 있다. 특히 여성 보컬(Cheryl Huber)과 함께 한(“Snowy Sidewalks”[Aden](1997)의 경우도 있지만 여성 보컬이 그보다 더 전면에 나선), 경쾌한 미드템포의 “Pop Song”은 에이든의 감각적인 흥겨움을 맛보는 데 제격이리라.

이와는 또 다르게 분위기를 교체하는 곡으로는, 기묘하게 인도하는 기타와 드럼이 주도하다가 선이 굵은 호방한 기타가 등장하는 “Boggle Champs”를 들 수 있을까. 이어지는 곡은 그다지 잘 알려지지 않은 뮤지션의 곡을 가져온 “Rapt Attention”인데, 이 곡은 하와이 출신의 매거릿 모건(Margaret Morgan)이 이끄는 포크 사이키델리아(음악적으로는 인크레더블 스트링 밴드The Incredible String Band를 떠올리게 한다는) 밴드 디즈 트레일즈(These Trails)의 1973년 작으로 레이디버그 트렌지스터를 이끄는 게리 올슨(Gary Olson)이 보컬을 협업했다. 더불어 눈에 띄는 곡은 리코더와 밴조가 간간히 나서며 주조해내는 목가적이면서도 초현실적인 분위기의 “Mango Tree”, 곧잘 사용되곤 하는 쓰리 핑거 주법의 기타와 뚱땅거리며 피킹되는 밴조의 향취가 묻어나는 “River’s Rising” 등이다(이외에도 한국반에는 기타 사운드로만 이루어진, 꼼꼼하며 세련된(컨트리적?) 터치의 보너스 트랙 “I’m Still Here”가 추가되어 있다).

에이든은 어떤 앨범을 발표해도 수준 이하의 산물을 내놓지 않으리란 믿음을 안겨주는 ‘탑사이더’다. 물론 그들이 머물고 있는 그 너머로 가기 원한다면 어떤 비등점을 넘어야 하지 않을까 싶지만. 하지만 말이다, 꾸준하고 성실한 자세로 자신의 태도를 고수하며 괜찮은 수준의 작품을 지속적으로 내놓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 새삼스러운 진리를 세상에 증명이라도 하듯 에이든은 그렇게 다가온다. 20020714 | 최지선 fust@nownuri.net

8/10

수록곡
1. Intro
2. Racking Up Mistakes
3. Mango Tree
4. Pop Song
5. River’s Rising
6. The Chase
7. Rapt Attention
8. Boggle Champs
9. Smiles And Frowns
10. Readenator
11. Intertwining Hands
12. I’m Still Here (bonus track)

관련 글
Aden [Hey 19] 리뷰 – vol.3 no.19 [20011001]
Aden의 Jeff Gramm 인터뷰 – vol.3 no.19 [20011001]

관련 사이트
레이블 Moonrise 사이트의 Aden 소개 페이지
http://www.moonrise.co.kr
Aden 공식 사이트
http://www.hot-licks.org
레이블 Teanbeat 공식 사이트
http://www.teenbeatrecord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