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rabe de Palo – Depende – EMI Latin, 1998 고독한 보헤미안이 정열적 라틴 리듬과 어우러지다 하라베 드 빨로(Jarabe de palo)는 스페인어로 수액(樹液: wood syrup)이라는 뜻이다. 수액은 분명 존재하지만 ‘나무’와 ‘액체’는 언뜻 보기에는 잘 어울리지 않는 두 개의 사물이다. 사물의 이런 특징이 이들의 음악적 특징과 연관될까. 적어도 이 음반을 듣고 난 결론은 그렇다. 이런 생각은 미리 예상한 것이 아니라 음악을 다 듣고 난 뒤 억지로 끄집어낸 것이지만. ‘언뜻 보기에는 잘 어울리지 않는’ 두 개의 음악 장르를 도식적으로 분류하면 ‘쿨(cool) 모던 록’과 ‘핫(hot) 라틴 리듬’이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출신의 하라베 드 빨로의 음악에는 이런 두 장르의 상반된 특징이 절묘하게 결합되어 있다. 하라베 드 빨로는 6인조 밴드이지만 실제로는 ‘빠우 도네스(Pau Dones)와 그의 동료들’에 가깝다. 1966년생으로 10대 시절부터 밴드를 결성하여 연주했지만 대학교에서 경영학과 경제학을 공부하고 뒤에는 광고회사에서 근무했다는 그의 뜻밖의 경력이 음악에 어떻게 반영되었는지를 알기는 힘들다. 어쨌든 그는 30대가 되어서야 첫 음반을 발매했고 “La Flaca”가 우연찮게 히트하면서 비로소 자기의 길을 찾은 경우에 속한다. 이 곡은 1997년 여름 스페인에서 대박을 터뜨린 곡들 중 하나였다고 한다. 첫 트랙 “Depende”는 가사만 영어였다면 클래식 록 라디오와 모던 록 라디오 모두에서 틀어주기 좋을 곡이다. 익숙한 코드 진행이지만 어쿠스틱 기타의 해머링을 동반한 스트러밍, 전기 기타의 아기자기한 백업과 솔로는 기타 소리를 듣는 재미를 더한다. 그리고 허스키하면서도 거만하지 않고 오히려 보헤미안적 방랑자같이 자유로운 보컬은 어디 멀리 여행을 갔다 돌아올 때 차에서 듣기 딱 좋은 무드를 만들어 낸다. 이런 곡에서 베이스와 드럼이 튀지 않으면서도 자기의 존재감을 확실히 내세운다는 설명은 사족일 것이다. 신곡으로 들을 때조차 ‘아, 이 곡은 몇 년 뒤 들으면 노스탤지어를 자아낼 거야’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낭만적 노래다. 이런 스타일은 “Realidad o Sueno”, “Vivo en un Saco”, “Toca Mi Cancion”, “Agua” 등으로 이어진다. 특히 “Agua”는 “Depende”가 없었더라면 이들의 최고의 곡이 되었을 곡이다. 이런 낭만이 지루한 감상(感傷)으로 빠지지 않을까라는 우려는 “Duerme Conmigo”, “Perro Apaleao”, “Vive y deja vivir” 같이 빠르거나 거친 록 사운드를 들으면 불식될 것이다. “Vive y deja vivir”에 등장하는 봉고 소리나 “Perro Apaleao”에 나오는 카우벨 소리 등이 ‘라틴 필’을 자아내면서 산타나(Santana)라는 거대한 이름을 연상시켰다면 그리 잘못 들은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산타나처럼 끈적끈적하고 왁자한 분위기라기보다는 적당한 선에서 절제한다는 점은 이들이 ‘모던’하고 ‘얼터너티브’한 과(科)에 속함을 보여 준다. 어설프게 부연한다면, 드럼과 퍼커션의 리듬이 뜨겁지만 다른 악기음들을 잡아먹을 정도로 화끈하지는 않고 보컬 멜로디의 훅(hook)도 있지만 절정으로 몰고 나가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Pura Sangre”와 “A lo loco”는 라틴 음악 특유의 정열이 강하다. “Pura Sangre”에서는 귀로(guiro: 빨래판같이 생긴 판을 긁어대는 카리브해의 타악기)가, “A lo loco”에서는 뀌까(cuica: 가죽을 문질러대는 브라질의 타악기) 소리가 토속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A lo loco”의 앞부분에 나오는 여성 보컬의 주인공이 쿠바의 국민 디바(?) 쎌리아 끄루스(Celia Cruz)라는 사실은 이 곡들의 분위기가 어떨지를 짐작하게 해주는 정보다. 이와는 정반대의 단조의 비가(悲歌)인 “Pura Sangre”는 플라멩꼬의 기타와 아랍 풍의 선율(프리지언 선법)이 등장하여 라틴산(産)임은 물론 스페인산(産)임을 확인시켜 준다. 역시나 이 곡도 이른바 ‘누에보스 플라멩꼬(Nuevos Flamencos)’의 대표격인 3인조 그룹 께따마(Ketama)가 참여한 곡이다. 마지막으로 빠뜨릴 수 없는 곡은 “La plaza de las palmeras”인데, 이 곡은 전자 음향, 와와 기타, 퍼커션의 리듬이 모두 등장하는 ‘종합판’이다. 이렇게 말하고도 무언가 설명이 미진하다는 생각이 든다. 집단적 정열과 고독한 서정이 절묘하게 결합된 음악에 대해 전자를 조금 더 많이 부각시켰다는 생각이 든다. 고독한 서정은 가사와 곡조를 만드는 멜로디의 작곡 능력에서 가장 잘 느껴지지만 그걸 말로 표현하기는 참 힘들기 때문일 것이다. 20020707 | 신현준 homey@orgio.net 9/10 수록곡 1. Depende 2. Pura Sangre 3. Te Miro y Tiemblo 4. La Plaza de Las Palmeras 5. Realidad O Sueno 6. Agua 7. Perro Apaleao 8. Vivo en un Saco 9. Toca Mi Cancion 10. Duerme Conmigo 11. Vive y Deja Vivir 12. Mi Mundo en Tu Mano 13. Adios 14. A Lo Loco 관련 글 월드컵 스페셜 : 동아시아에서 눈물 지은 나라들 편(3) – 스페인 – vol.4/no.14 [20020716] Carmen Linares [Desde Alma: Cante Flamenco en vivo] 리뷰 – vol.4/no.14 [20020716] Marina Rossell [Y Rodara El Mundo] 리뷰 – vol.4/no.14 [20020716] Andres Calamaro [Honestidad Brutal] 리뷰 – vol.4/no.14 [20020716] Cooper [Fonorama] 리뷰 – vol.4/no.14 [20020716] La Casa Azul [El Sonido Efervescente] 리뷰 – vol.4/no.14 [20020716] La Buena Vida [Hallelujah!] 리뷰 – vol.4/no.14 [20020716] La Buena Vida [Gran Panorama] 리뷰 – vol.3/no.13 [20010701] Migala [Arde] 리뷰 – vol.3/no.4 [20010216] 관련 사이트 Jarabe de Palo 공식 사이트 http://www.jarabedepalo.com/home.asp Jarabe de Palo 바이오그래피(영어) http://www.spainview.com/biog2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