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711051937-0414labuenavida-hallelujahLa Buena Vida – Hallelujah! – Siesta/Ales Music, 2001

 

 

사랑, 느리고 우울하게 세상을 구원하다

단조의 키의 어두운 분위기, 어쿠스틱 기타의 스트러밍, 있는 듯 없는 듯한 베이스와 드럼, 현악기의 오케스트라, 가끔씩 등장하는 피아노…. 등등이 ‘멋진 인생’의 음악적 구성요소들이다. 여기에 방금 잠에서 깨어난 듯 목에 아무 힘도 주지 않고 부르는 보컬 멜로디가 더해진다. 때로는 여자 혼자, 때로는 여자와 남자가 함께, 그리고 때로는 오버더빙을 사용하여 여자 둘이서…. 따라서 이들의 음악에 대한 반응은 ‘소박하고 아름답다’ 아니면 ‘지루하고 졸리다’는 둘 중의 하나일 공산이 크다.

가사의 주제를 알기 위해 제목을 대충 번역해 보면 바람(1번 트랙), 짐의 열기(2번 트랙), 나의 의지(3번 트랙), 초점이 풀림(4번 트랙), 청결한 보리(5번 트랙), 길의 끝에 있는 80개의 일들(6번 트랙), 우리에게 무엇이 일어날까(7번 트랙), 모든 것의 다음(8번 트랙) (이하 생략) 등이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이들의 고독하고 내향적이고 심지어는 우울증적인 정서를 알 수 있는 제목들이다.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이들의 공연은 청중에 대한 ‘배려’ 없이 무표정하고 무뚝뚝하게 연주하다가, 연주가 끝나면 어눌하게 멘트를 하다가 “음악이나 연주할께요”라면서 다음 곡의 전주가 나올 것 같다.

이번 앨범은 더 심하다. 이들의 이전의 스타일을 연상시키는 “Que nos va a pasar”나 “Desenfocada” 등은 다소 경쾌한 리듬을 가지고 있지만 나머지 곡들은 이전보다도 더 축축 늘어지는 곡이다. “Trigo limpio”에서 사용된 신시사이저 음이나 “80 cosas (al final del camino)”에 등장하는 어쿠스틱 기타의 아르페지오도 우울증을 덜어주기는커녕 오히려 가중시킨다. 장조의 곡이라도 영미 팝 음악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는 iii 화음(C장조의 경우 Em)을 많이 사용하는 것도 이들 특유의 침잠의 분위기를 만들어내는데 일조하고, 코러스(chorus)에 접어들 때도 버스(verse)를 부를 때처럼 초지일관 기복이 없는 보컬의 창법도 마찬가지 역할을 한다.

이들의 결론은 무엇일까? 피아노의 서정적 반주가 나오는 아름다운 소품 “Depues de todo”에서 비로소 밝은 표정을 짓고 웃음을 머금는 부분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그리고 “Ventura”에서는 앨범 타이틀인 ‘할렐루야’라는 감탄사가 등장하면서 이들의 신앙 간증이 나오더니 마지막 트랙 “Vini, vidi, Vinci”에서 “세상은 마침내 우리 것이고 우리는 세상을 정복했다. 아무 것도 사랑의 승리를 방해할 수 없을 것이다”라는 이들의 최종적 메시지가 나온다. 자신의 종교적 취향에 따라서 이때쯤 ‘할렐루야’라고 외쳐도 괜찮을 것이다. 단, 이들처럼 느리고 차분하게.

이들의 느리고 조용하고 음울한 사운드를 ‘신자유주의의 아비규환에 가까운 스피드에 대한 얼터너티브라고 평하는 것은 ‘오버’겠지만, “예수천당 불신지옥”이라고 ‘사탄처럼 외쳐대는’ 사람에 대한 얼터너티브일 수는 있지 않을까. 기독교라면 고개를 절레절레 내젓는 나 같은 사람도 음악을 듣는 동안 차분하고 경건해졌으니까. 20020709 | 신현준 homey@orgio.net

8/10

수록곡
1. Los Vientos
2. Vapor de Carga
3. Mi Voluntad
4. Desenfocada
5. Trigo Limpio
6. 80 Cosas (al Final del Camino)
7. Que Nos va a Pasar
8. Despues de Todo
9. Ventura
10. Solo Tienes lo Que das
11. Vini, Vidi, Vinc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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