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 La Tengo – I Can Hear The Heart Beating As One – Matador/Ales, 1997 뒤늦게 찾아온 인디 록의 마스터피스 ‘마침내(!)’ 요 라 텡고(Yo La Tengo)의 대표작이자 인디 록의 고전 [I Can Hear The Heart Beating As One](1997)이 한국에 라이센스로 발매되었다. 이 음반이 미국에서는 1997년 4월 22일에 발매되었으니까, 만으로 5년을 딱 넘기는 시점에 국내 상륙한 것이다. 물론 어지간한 팬들이라면 인터넷 해외 음반 사이트나 수입 음반 매장을 통해 이 앨범을 손에 넣었을 것이다. mp3도 사방에 널려있는 상황이니, 인디 록 팬 치고 이 음반을 못(안?) 들어봤다면 ‘간첩(=사이비)’이라 몰아붙여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이렇게 불리한 여건을 정면 돌파 하고자, 이번에 발매되는 라이센스에는 기존에 나온 EP들에 수록된 노래를 중심으로 한 ‘보너스 디스크’가 첨가되었다. 상업적으로 볼 때 EP를 구하기가 힘든 우리네 처지에서는 매우 효과적인 전략이라 볼 수 있지만, 과연 이 특별 부록 하나 때문에 이미 가지고 있는 음반을 하나 더 살 ‘컬렉터 기질의’ 구매자가 얼마나 많을지는 조금 더 두고 볼 일이다. 여하튼 [I Can Hear The Heart Beating As One]은 요 라 텡고의 간판임은 물론, 페이브먼트(Pavement)의 [Slanted & Enchanted] (1992)와 더불어 마타도어(Matador) 레이블에서 발매된 음반 중 탑 클래스로 꼽힌다. 누군가가 “인디 록이 무엇이냐” 물어 본다면, 구체적인 예로 자신있게 제시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음반인 것이다. ‘인디 록의 마스터피스’라는 평판답게, [I Can Hear The Heart Beating As One]에는 인디 록의 주요 에센스가 한데 응축되어 있는 듯한 분위기를 강력하게 발산한다. 이는 좋게 말하면 ‘미국 인디 록의 총결산’이라 할 수 있고, 나쁘게 말하면 ‘클리셰의 총집합’인 것이다. 인디 록의 전형적인 스타일(파괴적인 리프의 기타, 역동적인 리듬, 연약한 보컬)을 유감없이 발산하는 “Sugarcube”, U2를 방불케 하는 영적인 분위기에 기계적인 비트, 그리고 배경으로 깔린 오르간이 경건하면서 애절한 풍경을 창출해 내는 “Autumn Sweater” 등이 가장 두드러진 트랙들. 이밖에 귀를 멍멍하게 만드는 노이즈 록(“Moby Octopad”, “Little Honda”, “Spec Bebop”, “We’re An American Band”), 산뜻한 포크 팝(“Stockholm Syndrome”, “One PM Again”, “My Little Corner Of The World”)과 무드 팝(“Green Arrow”), 그리고 보사노바(“Center Of Gravity”) 등이 고루 수록되어 있다. 미국 인디 록의 전반적인 특성을 “벨벳 언더그라운드(The Velvet Underground)와 버즈(The Byrds)를 정신적 스승으로 한 절충주의(즉 이것저것 어지럽게 섞인) 노선”이라 거칠게 정의지을 수 있다면, [I Can Hear The Heart Beating As One]의 내용물은 이 같은 정의에 가장 적절하게 들어맞는 케이스라 하겠다.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고 혼합하는 가운데 유난히 힘이 빠지고 나긋나긋한 보컬과 부유하는 듯 몽롱하고 우아하면서도 로파이의 색 바랜 질감이 잘 살아나는 것은 요 라 텡고가 성취한 탁월한 미덕이라 하겠다. 하지만 ‘유사’ 밴드들의 비슷비슷한 스타일을 돌이켜 보면, 요 라 텡고의 색채를 ‘독보적’이라고 확신하기에는 다소 망설이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I Can Hear The Heart Beating As One] 같이 인지도 높고 이미 확고한 명성을 오래 전부터 구축한 음반은, 오늘날 재발매되었을 때 어쩔 수 없이 ‘반성적’인 마음가짐으로 대하게 된다는 문제점이 있다. 특히 이 음반을 유심히 들어보며, 현재 인디 록이 처하게 된 상황을 곱씹어 보게 되지 않을 수 없다. 과감하게 말하자면, (미국) 인디 록은 이 음반이 제시한 음악 세계로부터 한발짝이라도 더 나갈 수 있었는가? 2002년 현재 미국 인디 씬의 주목할 만한 움직임은 화이트 스트라이프스(The White Stripes)를 간판주자로 하는 네오 거라지 록 정도다. 윌코(Wilco)의 [Yankee Hotel Foxtrot]이 획기적인 성과를 거두었다고는 하지만, 이는 포스트 록의 황태자 짐 오루크(Jim O’Rouke)의 손을 빌려 간신히 완성된 ‘절반의 성공’인 것이다(즉 ‘이미 있던 것’들의 구태의연한 물리/화학적 작용).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은 이제 더 이상 ‘재활용’할 수 있는 소재가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하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엇비슷한 재료를 가지고도 도브스(Doves)나 클리닉(Clinic) 등 현재 영국 인디 록의 신예들은 훨씬 참신하고 미래지향적인 사운드를 무리없이 만들어내는 것을 볼 때, 반드시 ‘환경’탓만은 아닌 것 같다. 상황이 이러할진대, [I Can Hear The Heart Beating As One]이 미국 인디 록이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정점이었다고 보는 게 반드시 ‘확대 해석’이라고는 볼 수 없으리라. [I Can Hear The Heart Beating As One]에는 의미심장한 노래가 두 개 담겨있다. “Little Honda”와 “We’re An American Band”가 바로 그것이다. “Little Honda”는 비치 보이스(Beach Boys)의 고전을 ‘거라지’하게 편곡한 리메이크다. 이 노래를 연주하며, 요 라 텡고는 대중성과 실험성을 미국적 토양에서 완벽하게 발산한 비치 보이스의 뒤를 잇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이들의 야심은 “We’re An American Band”에서 다시 한번 강조된다. 이 노래는 아메리칸 하드 록의 간판 그랜드 휭크 레일로드(Grand Funk Railroad)의 대표곡과 제목이 같다. ‘아메리칸 록’하면 거칠고 야성적인 하드 록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요 라 텡고의 결연한 의지가 읽혀진다. 이들은 자신의 염원대로 미국 인디 록의 전설적인 존재로 자리매김 되었으나, 더 이상의 음악적인 전진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랜드 훵크 레일로드 또한 “We’re An American Band”를 정점으로 내리막 길에 들어섰다는 사실은, 묘한 공통점으로 다가온다. 과연 ‘미국의 밴드’라는 자긍심은 음악적 쇠퇴의 시작을 알리는 심상치 않은 전조인가? 20020701 | 오공훈 aura508@unitel.co.kr 9/10 수록곡 1. Return To Hot Chicken 2. Moby Octopad 3. Sugarcube 4. Damage 5. Deeper Into Movies 6. Shadows 7. Stockholm Syndrome 8. Autumn Sweater 9. Little Honda 10. Green Arrow 11. One PM Again 12. The Lie And How We Told It 13. Center Of Gravity 14. Spec Bebop 15. We’re An American Band 16. My Little Corner Of The World 관련 글 [Ride the Tiger] 리뷰 – vol.4/no.13 [20020701] [Fakebook] 리뷰 – vol.4/no.13 [20020701] [May I Sing With Me] 리뷰 – vol.4/no.13 [20020701] [Painful] 리뷰 – vol.4/no.13 [20020701] [Electr-O-Pura] 리뷰 – vol.4/no.13 [20020701] [And Then Nothing Turned Itself Inside-Out] 리뷰 – vol.2/no.7 [20000401] 관련 사이트 Yo La Tengo 공식 사이트 http://www.yolatengo.net Yo La Tengo 비공식 사이트 http://www.yolatengo.net 마타도어 레이블 Yo La Tengo 사이트 http://www.matador.recs.com/yo_la_ten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