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 La Tengo – Electropura – Matador, 1995 정착과 발전 속으로 데뷔 후 10년이란 시간은 분명 뮤지션 자신의 입지를 확고히 하고 음악적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는 세월이 아닐까. 1984년에 데뷔한 요 라 텡고 역시 그랬다. 1992년에는 제임스 맥뉴(James McNew, 베이스)가 부부 멤버 아이러 캐플런(Ira Kaplan, 보컬/기타), 조지아 허블리(Georgia Hubley, 보컬/드럼)에 가세함으로써 멤버쉽이 안정되었으며, 포크, 컨트리, 쟁글 팝 등 여러 경유지를 거쳐온 후 1993년 [Painful] 발표에 즈음하자 노이즈를 앞세운 공격적 실험성과, 멜로디를 앞세운 서정적 감수성의 접합이라는 자신들만의 공식을 정립하기 이르렀다. 그렇기에 [Painful] 이후 발표된 이 [Electr-O-Pura] 앨범은 10년이란 세월이 요 라 텡고에게 어떻게 적재되었는가를 극명하게 드러내주는 앨범이다. 이 말은 [Painful]에서 정치된 스타일을 강화 보강하는, 그래서 안정된 면을 보여주는 결과물에 속한다는 뜻이며, 또한 새로운 것을 기대했던 이들에게는 실망감을 안겨줄 수도 있다는 뜻을 포함하고 있다. 어쨌거나 그 무렵 그들에게 남은 것은 ‘성공’이었는데, 이 또한 말할 나위 없이 [I Can Hear the Heart Beating as One](1997년)으로 실현되었다고 볼 수 있다. 때문에 이 앨범의 감상은, 맥없이 전개되는 보컬의 음색과 안개가 낀 것 같은 분위기의 슈게이징/드림팝 사운드를 비롯해, 그 가운데 다소 빠른 공격적인 곡과 부드럽고 달콤한 멜로디의 곡이 구성되어 있다든가, 혹은 마지막 곡 “Blue Line Swinger”가 분위기를 점차 고양시켜가는 구성까지 전작 [Painful]의 마지막 곡 “I Heard You Looking”과 닮아 있다거나 하는 유비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될 수도 있다. 이 앨범이 전작보다 더 부드럽고 캐치한 멜로디가 더 부각되어 있는 것을 체크하면서. 또는 혹자들이 요 라 텡고를 두고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자식들’이라고 명명했다거나 소닉 유쓰(Sonic Youth) 같은 동대 뮤지션의 노이즈 록 감각이 투영되었다거나 하는 평가를 기억해내면서 과연, 얼마나 그들에게서 교감했는가에 방점을 찍으며 감상할 수도 있다. 첫 곡 “Decora”에서 테입 역주행 소리, 울부짖는 듯한 노이즈 속에 몽환적인 기타 소리, 그 속을 가르는 허블리의 목소리가 (인상비평적으로 말해) 안개 짖은 새벽의 미몽을 깨듯 앨범을 열면, 다음 곡 “Flying Lesson(Hot Chicken #1)”에서는 어둡고 나른하고 건조하게 읊조리는 캐플런의 목소리와 함께 거칠고 황량하며 불길한 사운드가 진행되는데, 세 번째 곡 “The Hour Grows Late”에 이르자 이런 긴장된 분위기에서 이완, 느리고 서정적인 분위기로 급변한다. 이는 보다 더 경쾌하고 ‘팝적’인 분위기로 내달으면서 아름다운 선율이 흐르는 미드 템포의 “Tom Courtenay”로 이어지는데, 이 곡은 이 앨범의 백미 중 하나로 산뜻하고 가볍게 정박으로 튀어오르는 빠빠빠하는 배킹 보컬이 분위기를 상승시킨다. 이런 식으로 미혹과 혼돈이 흐르는 노이즈 사운드와 캐치하고 아름다운 멜로디 훅이 감기는 사운드, 긴장과 휴식의 무드 체인지를 대조적으로 배치한 사례는 이전작 [Painful]과 차기작 [I Can Hear the Heart Beating as One]에서 계속되는 배열 방식이다. 더 부연하자면 평온하고 서정적인, 듣기 ‘편한’ 트랙들은 맑고 부드러운 톤의 기타를 중심으로 나직한 허블리의 목소리가 어우러지는 슬로 템포의 “Pablo and Andrea”, “Don’t Say a Word(Hot Chicken #2)” 등이다. 반면 페이드인되면서 서서히 달려오다가 자동차의 급정거처럼 멈춰버리는, 1분도 안 되는 러닝타임의 “False Ending”, 기계적이고 단순한(두 음을 오가는) 기타 음형(알람 소리처럼?), 질주하듯 타진하는 파워풀한 드럼, 오르간의 공격적인 사운드, 루 리드적으로 말하듯 노래하는, 변조왜곡된 음색의 보컬의 이어지는 “False Alarm”, 그리고 나레이션 뒤로 이어지는, 선율없이 툭툭 뱉어내는 보컬과 불길하게 끽끽거리는 음형 및 기타 노이즈의 질펀한 향연이 펼쳐지는 “Attack on Love” 등이 ‘불편한’ 곡일 것이다(혹자는 이를 두고 아폴로적, 디오니소스적이라고 이분했던가). 어쨌거나 자신들의 스타일을 정형화시킨 [Painful]과 그의 출세작 [I Can Hear the Heart Beating as One] 사이에 놓여있는 앨범인지라, 스타일의 심층 강화란 측면을 기준으로 삼으면 후한 점수를 받을 작품일 것이나, 새로운 실험이라는 측면을 기준으로 삼으면 단순한 ‘반복’으로 들릴지 모르겠다. 물론 노이즈 속에 분연히 복류하는 달콤한 선율과 팝적 감각은 너무나 사랑스럽지만. 20020701 | 최지선 fust@nownuri.net 8/10 사족: 이 앨범 타이틀이 푸에르토리코 소프트 드링크 이름에서 따왔다는 후문을 언젠가 본 적이 있다. CD 뒷표지에 있는 곡명에는 그들만의 독특한 라이너노트가 달려 있는데, 이것은 1960년대 컬트 영웅들에 대한 책이라는 [Blues Project]에서 무작위로 길어올린 것으로 수수께끼 같은, 당연히 말도 안 되는 주석들이지만 그런 뜬금없는 장난이 청자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때로 적확한 해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수록곡 1. Decora 2. Flying Lesson(Hot Chicken #1) 3. The Hour Grows Late 4. Tom Courtenay 5. False Ending 6. Pablo and Andrea 7. Paul Is Dead 8. False Alarm 9. The Ballad of Red Buckets 10. Don’t Say a Word(Hot Chicken #2) 11. (Straight Down to the) Bitter End 12. My Heart’s Reflection 13. Attack on Love 14. Blue Line Swinger 관련 글 [Ride the Tiger] 리뷰 – vol.4/no.13 [20020701] [Fakebook] 리뷰 – vol.4/no.13 [20020701] [May I Sing With Me] 리뷰 – vol.4/no.13 [20020701] [Painful] 리뷰 – vol.4/no.13 [20020701] [I Can Hear the Heart Beating as One] 리뷰 – vol.4/no.13 [20020701] [And Then Nothing Turned Itself Inside-Out] 리뷰 – vol.2/no.7 [20000401] 관련 사이트 Yo La Tengo 공식 사이트 http://www.yolatengo.net Yo La Tengo 비공식 사이트 http://www.yolatengo.net 마타도어 레이블 Yo La Tengo 사이트 http://www.matador.recs.com/yo_la_ten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