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703025835-neil-noteNeil Young – This Note’s For You – Reprise, 1988

 

 

리듬 앤 블루스와 사회 비판의 기묘한 조화

[This Note’s For You]는 수 년에 걸친 게펜(Geffen)과의 악연을 청산하고 닐 영(Neil Young)이 친정 리프라이즈(Reprise)로 복귀한 뒤 내놓은 첫 번째 음반이다. 대체로 지리멸렬했던 게펜 시절 음반들과는 달리, 이 음반에서 닐 영은 연주나 보컬 모두 매우 활력 있는 면모를 보이고 있다. 음반의 포문을 여는 “Ten Men Workin'”이 대표적이다. 그동안 공적으로나 사적으로 겪은 고난을 극복하고 또 다른 전성기를 향해 힘찬 몸짓을 하는 베테랑의 패기가 생생하게 분출하고 있다.

[This Note’s For You]는 음반 전체 가득 리듬 앤 블루스(rhythm and blues)의 일대 향연으로 점철되어 있다. 닐 영에게 있어 블루스 (또는 리듬 앤 블루스) 탐구는 여기서 난생 처음 일어난 건 아니다. 이미 [On The Beach](1974)를 통해 닐 영식 블루스의 진수가 유감 없이 등장한 바 있다. [Zuma](1975)의 간판 곡인 “Cortez The Killer” 전반부 3분 20여 초 동안의 기타 솔로 연주 또한, 기본적으로는 블루스 스케일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렇지만 [This Note’s For You]의 블루스는 좀 더 ‘본격적’이라는 면에서 과거 닐 영의 행적과 구분된다. 즉 예전 ‘닐 영 식 블루스’는 일정 부분 자신의 고유한 음악 세계를 바탕으로 하는 ‘변주’인 반면, 이 음반에서는 문자 그대로 ‘진짜배기’인 것이다. 이는 1980년대 초반 그가 낸 일련의 음반들([Trans](1983), [Everybody’s Rockin’](1983), [Old Ways](1985))이 닐 영 자신의 개성이 의도적으로 제거된 채 장르 자체의 관성에 완전히 함몰된 모습을 보였던 것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닐 영은 아직 1980년대 ‘장르 실험’의 여정을 완전히 끝마치지 않았다고 보아도 무리가 없다. 장르 순례를 마무리짓고 닐 영 고유의 음악 역량이 본격적으로 만개 되는 순간은 다음 음반인 [Freedom](1989)부터인 것이다.

[This Note’s For You]에 담긴 리듬 앤 블루스는 노골적이라 할 만큼 명백한 ‘이분법’으로 나누어져있다. 첫 번째는 여섯 명의 관악기 연주자로 구성된 백 밴드 블루노츠(The Bluenotes)의 화려하고 역동적인 브라스 연주가 유난히 돋보이는 활기찬 리듬 앤 블루스 넘버들. “Ten Men Workin'”, “This Note’s For You”, “Life In The City”, “Married Man”, “Sunny Inside”, “Hey Hey”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두 번째는 씨티 블루스 스타일의 감미로우면서 애조를 짙게 드리우고 있는 느린 템포의 발라드. “Coupe De Ville”, “Twilight”, “Can’t Believe Your Lyin'”, “One Thing” 등이 해당된다. 여기선 브라스 섹션이 상대적으로 잦아든 대신(뮤트를 사용한 트럼펫과, 알토 섹소폰이 분위기를 잡는다), 닐 영의 블루지한 기타 연주가 노래 전체를 이끌어 나간다.

이 음반에서 두드러지는 또 하나의 포인트는 바로 노랫말에 담긴 짙은 사회 비판 의식. 타이틀곡인 “This Note’s For You”는 펩시나 코카콜라, 버드와이저, 밀러 등 초대기업의 어릿광대 노릇을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닐 영의 굳센 의지가 전면에 부각된 노래다. “Ten Men Workin'”과 “Twilight”은 격심한 노동으로부터 얻은 피로를 읊은 노래이며, “Coupe De Ville”과 “Life In The City”는 소외로 가득한 도시 생활과 가정 폭력을 다룬 곡들이다. “Can’t Believe Your Lyin'”은 실직을 소재로 한 노래다. “Hey Hey” 노래 전체에는 MTV에 대한 혐오가 깔려있다. “Ohio”를 제외하고는 사회적인 성향의 노래를 만들거나 부른 일이 거의 없는 닐 영의 커리어를 볼 때(“Cortez The Killer”에서 표방하고 있는 ‘탈식민주의’는 이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This Note’s For You]에서 종횡무진하는 사회 논평은 무척이나 이례적이다. 더구나 1980년대 닐 영의 정치적 이데올로기가 극히 오른 쪽 편향이었다는 사실을 볼 때(그는 레이건 미대통령의 마초 냉전 주의를 공공연하게 지지해 곤욕을 치룬 바 있다. 비록 이것이 개인적인 고통으로 싹이 튼 ‘핵전쟁에 대한 공포’라는 (다소 비약적인) 심리적 배경을 깔고 있지만서도), [This Note’s For You]에서 견지하는 강렬한 ‘저항의 노래’는 참으로 특이한 것이다. 이는 팜 에이드(Farm Aid)등의 자선 활동을 통해 ‘의식화’된 닐 영의 사회 참여 의지 탓인지, 아니면 이 음반에서 표방하는 블루스의 기원이 미천한 노동자의 피로함으로부터 배어 나온 애환의 장르라는 것을 의식한 결과인지는 확실한 결론을 얻어내기가 곤란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닐 영의 내면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와 같은 저항 의식의 기저에는 예전 그의 사상과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는 보수주의를 바탕으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닐 영의 기본적인 마음가짐은 ‘인본주의’로서,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문제에만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This Note’s For You]에서 등장하는 비난의 대상이 다국적 기업, MTV, 가정 내 폭력, 고용 불안 등으로 극히 ‘미시적’이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즉, 이 모든 고난이 자본주의가 태생적으로 지니고 있는 구조상의 모순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라는 궁극적인 인식까지는 이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언제나 자기 자신의 내면에 침잠하여 가족의 소중함과 이웃 사랑을 최우선적 가치로 여기고 살아왔던 닐 영으로서는 이런 한계는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말하자면, 닐 영은 반골 기질로 가득한 액티비스트(activist)라기보다는, 여전히 목가적인 음유 시인의 면모가 훨씬 두드러져 보이는 것이다. [This Note’s For You]가 듬뿍 안겨주는 리듬 앤 블루스의 파노라마 와중에, 이렇듯 닐 영의 내밀한 사상의 편린을 예기치 않게 더듬어 볼 수 있는 건 무척이나 흥미롭다. 향후 그가 ‘그런지의 대부’로 엄청난 존경의 대상으로 등극하리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 오늘날의 시점에서는 더욱더 말이다. 20020701 | 오공훈 aura508@unitel.co.kr

8/10

* 여담 : 줄리언 템플(Julien Temple)이 감독한 “This Note’s For You”의 비디오 클립은 처음엔 닐 영의 MTV에 대한 경멸이 노골적으로 드러났다는 이유로 여러 채널로부터 방영을 거부당했다. 하지만 상황은 변해 결국 그 해 최우수 뮤직 비디오로 선정되었다. 한편 이 음반에 담긴 버전은 갑자기 중간부터 시작하는 듯한 인상을 강하게 주고 노래도 짧은 편이라 몹시 불완전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이 노래를 ‘완전하게’ 즐기고 싶다면, 컴필레이션 음반 [Lucky Thirteen](1993)에 수록된 라이브 버전을 권한다.

수록곡
1. Ten Men Workin’
2. This Note’s For You
3. Coupe De Ville
4. Life In The City
5. Twilight
6. Married Man
7. Sunny Inside
8. Can’t Believe Your Lyin’
9. Hey Hey
10. One Thing

관련 사이트
Neil Young 공식 사이트
http://www.neilyoung.com
Neil Young 비공식 사이트
http://www.hyperrust.org
Neil Young 팬 사이트
http://www.ogctheatre.com/oldgreycat/neil.htm
http://www.azlyrics.com/y/young.html
http://www.tapersalmanac.com/neilsongs.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