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702043828-giardini20di20miro-20rise20and20fallGiardini Di Miro – Rise And Fall of Academic Drifting – Homesleep, 2001

 

 

포스트록의 대양에 번지는 지중해의 색채

요즘 듣는 음악은? “트램( Tram), 아랍 스트랩(Arab Strap), 매트모스(Matmos), 페드로 더 라이언(Pedro the Lion), 모과이(Mogwai), 보드 오브 캐나다(Board of Canada), 라브래드포드(Labradford), 보니 프린스 빌리(Bonnie Prince Billy), 로우(Low), 제로 세븐(Zero 7)”. 기본이 되는 음악은? “스미스(The Smithes), 벨벳 언더그라운드(Velvet Underground), 슬린트(Slint), 로던(Rodan), 닉 드레이크(Nick Drake), (?).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My Bloody Valentine), 텔레비전(Television), 비틀스(The Beatles) 등”.

인터뷰에서 이렇게 대답하는 밀라노 출신의 20대 뮤지션들이 만들어 내는 음악은 어떤 것일까? 위에서 열거된 밴드들로부터 ‘특정한 취향’을 검출한 사람이라면 추측하기 어렵지 않을 것이다. 쟈르디니 디 미로(미로의 정원)라는 이름의 5인조는 어 쇼트 애프니어(A ShortApnea), 여피 플루(Yuppie Flu) 등과 더불어 이탈리아의 ‘포스트록’의 흐름을 형성하고 있는 밴드다. 기타 밴드(guitar band)이면서 ‘인스트루멘털 무드 록’을 선보인다고 말하면 대략 묘사가 될 것이다. ‘포스트록’이나’ 무드 록’이라는 표현이 아직 모호하다면 갓스피드 유 블렉 엠퍼러!(Godspeed You Black Emperor!)나 모과이(Mogwai)같이 느리고 어둡고 무거우면서도 특유의 동학을 가진 음악을 연상하면 대략 비슷할 것이다.

우선 “A New Start (For Swinging Sshoes)”를 들어보자. 에어리얼 엠(Aerial M)이나 토오터스(Tortoise) 스타일의 굵은 기타 라인으로 느릿느릿 시작하여 클라리넷의 유장한 사운드가 이끈 뒤 베이스와 드럼의 리듬이 긴박감을 자아낸 뒤 두 대의 기타가 아르페지오의 영롱한 음으로 두터운 층을 만들어내다가 격노한 디스토션 기타의 폭발음이 분출된다. 클라리넷이 다시 등장하면서 분출은 잠시 멈추고 다시 한번 격노한 분출이 나온다. 그 뒤 기타 아르페지오로 페이스를 조절한 뒤 이제까지 등장한 음향이 총동원되어 절정부로 치닫다가 드르륵거리는 효과음으로 마무리된다. 마지막 트랙에 배치된 타이틀곡 “Rise and Fall of Aacademic Drifting”의 경우 도입부와 전개부는 유사한 길을 따른다. 기타 아르페지오가 가세한 뒤 앰비언트풍의 신시사이저가 더해진 다음 페이스를 조절하다가 후반부에 접어들면서 폭발음 대신 바이올린의 흐느끼는 소리가 폭발을 다스리다가 트랙이 마무리된다.

두 트랙을 들으면 나머지는 이런 분석 없이 사운드에 몰입하는 편이 낫다. 단, 트랙들 전부가 인스트르멘털하지는 않으므로 두 번째 트랙 “Pet Life Saver”와 여섯 번째 트랙 “Little Victories”에서는 인간의 목소리를 감상할 수 있다. ‘슬로코어/새드코어 스타일’이라는 말로 설명을 대신해 두자. 가사의 언어는 영어이고 보컬의 톤이나 창법, 가사의 메시지도 앵글로색슨적이므로 그리 낯설지 않을 것이다. 단, “Pet Life Saver”의 목소리의 주인공은 이탈리아 밴드인 여피 플루(Yuppie Flu)의 마테오(Matteo)이고 “Little Victories”의 목소리의 주인공은 영국 밴드 트램의 폴 앤더슨(Paul Anderson)이라는 사실은 정보 차원에서 밝혀 둔다.

어쨌거나 이런 사운드는 전체적으로 보면 정지해 있는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각 기관들이 미세하게 움직이는 생물체같다. 혹은 나무나 풀의 움직임을 고속으로 촬영한 장면을 보는 것 같다. 이렇게 보편적으로 다가오는 사운드에 대해서 ‘이런 음악이 하필이면 왜 밀라노에서 탄생했을까’라는 궁금증이 생긴다. 그건 위 인터뷰에서 닉 드레이크와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 사이에 ‘…….’라고만 표기하고 고의적으로 누락한 부분을 채우면 실마리가 풀릴지도 모른다. 퀴즈의 답은 다소 놀랍게도 이탈리아의 영화음악가 엔니오 모리꼬네(Ennio Moricone)다. 그 말을 듣고 보면 클라리넷과 바이올린의 운용이 엔니오 모리꼬네의 영화음악과 관련이 있어 보이기도 하고 이들의 음악이 ‘지중해적 특성’이 있다는 평도 억지는 아닌 것처럼 생각된다. 음악의 로컬리티란 가사에 쓰인 언어의 국적에 선험적으로 새겨져 있는 것이 아니라 넓은 바다에 떨어진 몇 방울의 물감처럼 존재하는지도 모른다. 그 물감 몇 방울의 색채가 바다 전체로 번지는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개별적 판단이 필요하겠지만… 20020629 | 신현준 homey@orgio.net

8/10

수록곡
1. A New Start (For Swinging Shoes)
2. Pet Life Saver
3. The Beauty Tape Rider
4. Tromps 0 Is OK
5. Pearl Harbor
6. Little Victories
7. Penguin Serenade
8. Rise and Fall of Aacademic Drif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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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사이트
Giardini di Miro 공식 사이트(영어 및 이탈리아어)
http://www.giardinidimiro.com/
Giardini di Miro 인터뷰(이탈리아어)
http://www.ondarock.it/Giardini.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