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702043936-yuppie20flu-atthezooYuppie Flu – Yuppie Flu – Homeaudioworks/Flop Records, 1999

 

 

아날로그 일렉트로닉 인디 록의 초현실주의

아무래도 영어권 나라가 아닌 곳의 음악에 대해서는 ‘누구누구랑 비슷하다’라든가 ‘누구누구의 영향이 강하다’라는 표현이 필요하다. 앙꼬라(Ancora) 출신의 5인조 밴드 여피 플루에 대해서는 ‘윌 올댐(Will Oldham), 문셰이크(Moonshake), 퍽(Fuck) 등 인디 음악인들의 이탈리아 공연 때 오프닝에 섰던 밴드’라는 소개문구가 있지만 이것만 가지고는 이들의 ‘애티튜드’ 정도만 짐작할 뿐 ‘사운드’에 대해서는 요령부득이다. 운 좋게 이들의 이전 앨범 [Automatic but Static](Vurt / Valium records, 1997)을 들어보았을 때 ‘페이브먼트의 아류군’이라고 간단하게 치부해 버렸다는 개인적 경험을 밝히는 것이 오히려 이들의 음악을 상상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저렇게 성급하게 단정해 버린 점에 대해 반성하는 중이다. 기회가 된다면 이들에게 사과의 말을 전하고 싶을 정도다. 첫 트랙 “Sport Yer Feeling”은 분명 비틀거리는 구조와 징징거리는 기타 사운드를 가지고 있어서 페이브먼트의 영향을 완전히 지울 수 없다. 그렇지만 부분적으로 삽입된 전자 음향에서 무언가 새로운 것을 실험해 보려는 지향을 알아채기는 어렵지 않다. 전자음의 색감이 차갑고 첨단적이라기보다는 따스하고 복고적이라는 인상도 무언가 심상치 않다. 현악기의 불협화음이 삐걱거리는 짧은 트랙 “Private Eye At The Zoo”를 지나 “The Fairy Tales Of Young Robin”와 “Ambassadors” 등의 다소 긴 노래를 듣고 있으면 이들의 음악에 페이브먼트만큼이나 (벨기에 출신의) 듀스(Deus)도 이들의 음악에 영향을 미쳤음을 감지하게 된다. 하지만 이런 영향력을 분석적으로 따지기 앞서 현실과는 다른 묘한 분위기에 젖게 된다. 다른 곡들에서도 이런 묘한 느낌의 여행은 계속되는데, 특히 드럼, 베이스, 기타의 사운드는 거의 사라지고 일렉트로닉 음향의 사용이 본격적인 “Wise Hitch-Hiker Handbook”나 “Sinking Thief”에서 절정을 이룬다. 가사를 알아듣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나중에 구해서 읽어보게 된다면 이들의 초현실주의적 분위기를 두 배로 즐길 수 있을 것이다. “페이브먼트가 크라프트베르크의 시골의 별장에서 만든 음악 같다”는 이들의 사이트에서의 평은 미리 읽으면 오히려 음악 듣는 재미가 반감된다. 다 듣고 나면 기지어린 평이라 생각이 들지만.

다시 생각하면, 이들의 전작이 시원치 않다고 평가한 데는 이들의 가사가 ‘모국어가 아니다’는 사실이 부정적으로 작용했던 것 같다. 그러니 비영어권 음악을 들으면서 개인의 창조성을 보지 않고 그저 국적과 지역성만을 염두에 두는 것은 그리 좋은 감상법이 아니라는 교훈을 전하면서 리뷰를 마치는 것이 좋을 듯하다. 20020630 | 신현준 homey@orgio.net

8/10

수록곡
1. Sport Yer Feelings
2. Private Eye at the Zoo
3. The Fairy Tales of Young Robin
4. Ambassadors
5. Wheel Deal
6. Stolen Boat
7. Sinking Thief
8. Silver Rain
9. Retirement Speech
10. Gummo
11. Wise Hitch-hiker Handbook
12. Back h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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