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702040747-A20Short20Apnea20-20A20Short20ApneaA Short Apnea – A Short Apnea – Wallace, 1999

 

 

이탈리안 음향 디자이너들, 포스트록의 영토를 확장하다

‘아방가르드 노이즈 록’과 ‘익스페리멘틀 포스트록’은 다르다. 현재 각각의 범주로 분류되는 음악을 직접 들으면 무언가 느낌이 다르다는 뜻이다. 물론 칼로 무 자르듯 둘을 구분할 수는 없고, 이런 구분은 음악산업과 음악 평단의 관행 이상이 아닐지 모른다. 그리고 이탈리아 출신의 트리오 어 쇼트 아프네아(A Short Apnea: 이하 ASP로 약함)의 음악을 들으면 이런 구분이 쓸모 없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이들의 음악은 대체로 인스트루멘털하다. 각 트랙은 불협화음의 노이즈로 시작된다. 종종 ‘다발’이나 ‘덩어리’로 묘사되는 무정형의 음향 집합체가 신경을 거슬린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차분해지면서 고 ‘앰비언트’ 사운드로 변한다. 여기서 앰비언트하다는 말은 음악에 신경이 집중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음악이 사라지지는 않았다는 뜻이다. 즉, 음악은 계속 살아 있다. 이런 음악에는 어울리지 않게 어쿠스틱 기타의 고즈넉한 연주도 드문드문 등장하여 특유의 무드를 만들어 낸다. 평온함이 지루함으로 접어들 즈음에는 ‘어울리지 않는’ 이질적 음향들이 등장하여 수면을 방해한다. “Neon Paralleli”와 “La Nota Nera Per Il Tasto Bianco” 등에는 보컬의 나레이션이 등장하는 것도 이런 방법론의 연장이다. 보컬은 ‘마치 악기처럼’ 삽입되어 있다. 이런 음향 건축법은 15분에 이르는 “Heat In June”에서 가장 변화무쌍한 동학을 만들어낸다.

물론 이런 공식이 매번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A Short Apnea”, “Racso”, “Note a Margin” 등은 전반적으로 차분한 무드를 만들어 낸다. (밴드 이름이자 앨범 이름인) “A Short Apnea”의 경우 기타의 잔잔한 스트러밍으로 시작되어서 각종 전자 효과음으로 뒤덮이다가 다채로운 악기음이 등장하여 여러 층을 이루면서 여러 층의 사운드를 만들어나간다. 중간 중간 ‘급제동과 급출발(stop and start)’이 등장하는 양념을 쳐 놓는다.

이런 음악의 원천을 짐작하기는 그리 어렵지는 않다. 1970년대 독일산(産) 크라우트록과 1990년대 미국산(産) 포스트록이 대표적일 것이다. 그렇지만 ASP는 국제적 영향들을 ‘베꼈다’라기보다는 ‘넓혔다’는 평가에 부합하는 사례로 들린다. 그 영향 가운데는 마씨모 볼루메(Massimo Volume)나 라 끄루스(La Crus)같은 토산(土産) 얼터너티브 록의 흐름도 포함되겠지만 이방인 중에서 그걸 알아내는 사람은 많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런 음악에서 이탈리아의 로컬리티는 무엇인가’라고 묻는다면 ‘하늘과 우주는 전 세계 어디서나 비슷하게 보인다’는 말로 답변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20020628 | 신현준 homey@orgio.net

8/10

수록곡
1. Il Mondo In Presenza Di Cose
2. E-Statico
3. I’ve Found My Eyes (In A Puzzle Box)
4. Neon Paralleli
5. A Short Apnea
6. La Nota Nera Per Il Tasto Bianco
7. Visita Notturna Al Museo Mnestico
8. Racso
9. Heat In June
10. Note A Marg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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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사이트
Wallace 레이블에서의 A Short Apnea 소개(영어)
http://www.wallacerecords.com/bands/ashortapnea.html
Earwing 레이블에서의 A Short Apnea 소개(영어 및 이탈리아어)
http://www.earwingrecords.com/asp.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