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702034823-la20crus-dietro20la20curva___La Crus – Dietro La Curva del Cuore – Warner Music Italy, 1999

 

 

이탈리아 국내 취향(?)의 모던 록

국내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지만 국제적으로는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여기서 말하는 국제적 반응이라는 것은 굳이 ‘외국시장에서의 판매고’처럼 수치로 환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외국의 전문 평단에서 주목하는 정도를 말한다. 지금 소개하는 라 끄루스(La Crus)도 이런 경우에 속할 것 같다. 이들은 C.S.I., 마씨모 볼루메(Massimo Volume), 우스뜨마모(Ustmamo)등과 더불어 1990년대 중반 이탈리안 록의 부활를 이끈 존재로 소개되고 있다. 간혹은 누오바 무지까 이딸리아나(Nuova Musica Italiana)라는 용어도 등장한다. 그렇지만 나 같은 이방인이 들어서는 큰 감흥이 없다. 왜일까?

이들은 정규 멤버가 두 명이다. 그 결과 음악은 ‘록’이라기보다는 ‘팝’의 편곡을 취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일렉트로닉 비트가 본격적으로 도입되고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현악이나 관악같은 전통적 악기의 비중도 높다. 게다가 보컬을 맡은 알레싼드로 끄레모네시(Alessandro Cremonesi)의 목소리는 매우 ‘느끼’한 과에 속해서 이런 목소리와 창법에 익숙해지기 힘든 사람이 많을 것이다. 느린 템포, 일렉트로닉 리듬, 케니 G풍의 색서폰에 끄레모네시의 크루닝이 더해지면 영락없는 팝 발라드로 들린다. 히트곡으로 뮤직 비디오까지 있는 “L’Uomo Che Non Hai”의 경우는 ‘좋은 팝송’에 속하지만 “E Andata Via l’estate”의 경우는 ‘주류 냄새’가 많이 난다. 어쿠스틱 기타가 이끌고 신시사이저가 평범하게 사용된 “Natale a Milan”과 “Stringimi Anco”는 심지어 ‘어덜트 취향’에 가까워 보인다. 단조의 멜로디가 많은 것도 이런 특징을 부각시킨다. 일렉트로니카를 본격적으로 도입하고 여성과 보컬은 나누어 맡은 “Anche Tu Come Me”같은 예외적인 곡이 있지만 이것만 가지고는 이런 스타일이 이들의 또 하나의 전형이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그렇다면 ‘헛소문’을 들었을 뿐일까. 그렇게 못박을 수 없는 것은 ‘가사’에 대해서는 뭐라고 평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건 단지 가사를 ‘직역’하는 능력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미국인에게 R.E.M.을 좋아한다고 말하거나 영국인에게 스미쓰(The Smiths)를 좋아한다고 말하면 그 사람들이 ‘당신들은 그들 가사의 미묘한 뉘앙스를 이해하고 좋아하는 것이냐?’라고 반문한다는 것을 상기하면 더더욱 그렇다. 그래서 혹시 스미쓰(The Smiths)나 디페쉬 모드(Depeche Mode)의 음악을 (가사는 알아듣지 못해도) 처음부터 감각적으로 좋아했던 사람은 라 끄루스의 음악을 좋아할지도 모른다는 추측으로 이들과의 만남을 마쳐야 할 것 같다.

그래도 헤어짐이 아쉬워서 다시 한번 CD를 처음으로 돌려본다. 다시 들으니 결코 ‘못 하는’ 음악이 아니라는 건 알 수 있다. ‘팝’적이라는 것도 록지상주의(rockism)에 대한 비판이 우세했던 1990년대 얼터너티브/인디펜던트의 정서를 감안한다면 나쁜 것으로 못박을 수도 없다. 그런데 이런 반성이 들 무렵 마지막 트랙 “Quando incontri la vita”이 흘러 나오는데 이건 엉뚱하게도 클래식 교향곡 소품같다. ‘당신이 생(生)과 조우할 때’ 권하는 음악치고는 엉뚱하다. 이들의 ‘마음의 커브 뒤에(앨범 타이틀의 뜻이다)’ 무엇이 있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음악적 호기심의 과잉은 이렇게 운 때가 맞지 않는 만남을 가질 때가 종종 있다. 20020628 | 신현준 homey@orgio.net

6/10

수록곡
1. Soltano Amore
2. L’Uomo Che Non Hai
3. Senza Far Rumore
4. Anche Tu Come Me
5. E Andata Via l’estate
6. Diritto a Te
7. Un Giorno in Piu(Insieme a Te)
8. Natale e Milano
9. Le Cose di Ogni Giorni
10. Srtringimi Ancora
11. Sara Domani
12. Quando Incontri la Vi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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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사이트
La Crus 공식 사이트
http://www.lacr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