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702034102-uzeda-differentsectionUzeda – Different Section Wires – Touch & Go, 1998

 

 

시칠리아의 암소, 스티브 앨비니를 만나다

시칠리아라면 장화 모양의 이탈리아 반도 앞에 축구공처럼 놓인 조그만 섬이다. 게다가 ‘마피아의 온상’으로 악명이 높아진 곳이기도 하다. 그곳에도 록 음악이, 그것도 인디 록 음악이 존재하는가. 상세한 사정은 알 수 없어도 ‘베테랑’ 밴드 우제다(Uzeda)의 존재는 확인할 수 있다. 푸가지(Fugazi), 배스트로(Bastro), 지저스 리저즈(The Jesus Lizards), 존 스펜서 블루스 익스플로전(John Spencer Blues Explosion) 등과 함께 유럽 여기저기에서 무대에 함께 섰고 자신의 이름을 걸고 300여 회의 공연을 가졌다고 하니 이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는 대략 감을 잡을 수 있다. 이 음반의 프로듀서가 스티브 앨비니(Steve Albini)고, 레이블이 터치 앤 고(Touch & Go)라는 점, 그리고 이 앨범을 레코딩하기 전 그 유명한 BBC의 필 세션(‘Peel Session)을 두 차례 가졌다는 점도 이들의 ‘커뮤티니’가 어디인지를 알려준다.

이상의 사실들은 이들의 음악에 대한 설명을 대신한다. 간단히 말해서 이들의 음악에서는 ‘이탈리아적’이라거나 ‘지중해적’인 특징을 발견할 수 없다. 그 대신 위에서 열거한 밴드들의 극한주의(extremism)가 이들의 음악적 특징을 이룬다. 하드코어, 포스트하드코어, 그런지, 노이즈 록 등의 단어 중에서 적절한 것을 선택하면 된다. 단, 저 장르들이 뒤에 쌔끈하게 다듬어지기 이전의 날 것 그대로의 상태라는 부연이 필요할 것이다. 이른바 ‘노이즈 진창(noise-sludge)’이 이들의 음악적 표현의 알파이자 오메가다.

베이스는 무거운 톤으로 불손하게 둥둥거리고, 드럼은 천둥 치듯 퍽퍽거리고, 기타는 귀를 찢어대는 노이즈를 만들어낸다. 조반니 까치올라(Giovanna Cacciola: ♀)의 날카로운 목소리는 이런 소음들에 뒤덮인 채 절박하게 울부짖는다. 이런 음악의 경우 다 듣고 나서 기억에 남는 트랙은 가장 들어내기 힘든 트랙인 경우가 많은데 이 음반에서는 두 번째 트랙 “Stomp”가 그런 경우에 해당된다. 베이스 드럼과 하이햇 등 심벌은 건드리지 않고 톰톰만 두드리는 드러밍으로 채우는 성긴 사운드가 이어지고, 무엇인가에 홀린 듯한 보컬이 가사를 내뱉고 기타 노이즈가 간헐적으로 파열음을 낸다. 그러다가 베이스가 한 마디에 16번 줄을 튕겨주면서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고조되다가 마지막 1분 동안에는 모든 악기 소리가 총동원되면서 파국(?)을 향해 돌진한다. “Nico and His Cat”, “Steelman”, “Big Lies” 등, 기타 리프나 보컬 멜로디에서 캣치(catchy)함을 발견하게 되는 트랙들도 여럿 있다.

이런 음악이 ‘1990년대 이탈리아의 주류 대중음악에 대한 대안’이었다고 말하는 것은 지당한 소리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이다.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노래부르는 것’에 대한 시비도 어차피 가사의 메시지가 중요하지 않은 음악에 대해서는 무의미하다. 1980년대 말부터 연주를 시작했고 1991년부터 음반을 발매했으니 ‘추종자’, ‘아류’ 어쩌고 하는 것도 예의는 아니다. ‘니네들이 무슨 이런 음악을 하느냐?’라는 시선은? 만약 그 시선의 주인공이 영국인이나 미국인이라면 ‘편견’이겠고, 한국인이라면 ‘아이구, 니네나 잘해라’라고 말하는 것으로 충분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개운치 않은 점이 있다. 그건 음악적 로컬리티 운운하는 것을 떠나 이들의 음악에서 독창적이거나 혁신적인 면모를 발견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혁신적이고 독창적인 면이 없으면 어떤가. 음악이 인디펜던트하고 얼터너티브한 삶에 기여할 수 있으면 그만’이라는 관용을 발휘할 수 있을까. 다음 문구를 보면 그러고 싶어진다. “프랑스에 있는 블랙 박스 스튜디오에서 레코딩을 하기 위해 이들은 57시간 동안 기차 여행을 하고 36시간 레코딩을 했다’고 한다. 1994년 11월 두 번째의 필 세션을 가졌을 때 타고 다니던 밴(봉고차?)이 과열되어 결국 고장났기 때문이다”. 20020630 | 신현준 homey@orgio.net

7/10

수록곡
1. Nico And His Cats
2. Stomp
3. Steel Man
4. Suaviter
5. Ten Stars
6. The Milky Way
7. Female
8. Big L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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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사이트
Uzeda 사이트
http://www.yuppieflu.net/

[Pitchforkmedia]의 [Different Section Wires] 리뷰
http://www.pitchforkmedia.com/record-reviews/u/uzeda/different-section-wires.s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