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록 웹진 [Rockit] 로고 다들 아시다시피 이번 월드컵에서 이탈리아는 한국의 ‘불구대천의 적’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탈리아에서는 반한(反韓) 감정이, 한국에서는 ‘반이(反伊)감정’이 불붙고 있고, 그래서 ‘올 여름에는 가급적 이탈리아 여행은 피하라’는 말도 나오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이탈리아산 제품 불매운동’이 벌어져서 그동안 꼬박꼬박 모아놓은 돈으로 남들 다 사는 명품 하나 장만하려고 계획했던 처자들의 가슴을 새카맣게 만들고 있다는 루머도 있더군요. 하지만 저 같은 사람은 한국인의 반이감정은 지난 동계올림픽 때의 반미감정처럼 쉬 식어버릴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목욕탕 때밀이용 ‘이태리 타올’이 잘 안 팔린다거나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개점 휴업하고 있다는 말이 없는 걸 보면 제 예상이 틀리지 않은가 봅니다. 감정적 민족주의가 하루아침에 사라지겠나요… 이탈리아 축구와 축구계의 ‘와일드’한 플레이에 대해서야 논란이 있겠지만 이탈리아 축구팀의 출국과 관련된 국내 언론의 왜곡 보도를 보면 피장파장, 오십보 백보라는 생각이 앞섭니다. 많은 이들이 ‘다혈질’, ‘반도 기질’ 등을 들면서 한국인이 이탈리아인과 닮았다고 하는데 정말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이탈리아 록 웹진 [Rockol] 로고 뭐 이런 이야기는 오늘 소개할 음악과는 별 관련 없습니다. 본래 이 기획이 월드컵 축구를 ‘빙자’하여 세계 각국의 로컬 음악을 돌아보는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이탈리아 대중음악의 역사라든가, 이탈리아 록의 명반들에 대한 소개는 피하고자 합니다. 그건 다른 자리에서 더 적절한 분들이 해오셨으니까 그분들께 맡기기로 하죠. 단, 개인적으로 이탈리아 대중음악 가운데 1970년대의 깐따우또레(cantautore: 참고로 ‘깐따우또리’는 복수형입니다)와 그 뒤의 프로그레시브들 가운데 국민적-대중적(national-popular) 문화를 형성한 사건에 대해서는 고(故) 루치오 바띠스띠의 편집음반 하나를 리뷰하면서 그저 넌지시만 소개합니다. 아레아(Area), P.F.M. 스토미 식스(Stormy Six) 등의 이름도 그리워집니다만 자제하기로 하죠. 여기는 ‘모던/얼터너티브/인디’ 전문 웹진이니 말입니다 🙂 에로스 라마조띠(Eros Ramazzotti), 주케로(Zucchero), 리까르도 꼬치안떼(Riccardo Cocciante)같은 대형 스타들도 역시 생략합니다. 그래서 주로 1990년대 중반 이후에 나온 음반들 몇 개를 골라 봤습니다. 프랑스/벨기에 편 때에도 그랬지만 제가 뭐 이탈리아 대중음악 씬을 두루 알고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몇 권의 문헌에서 소개한 문구를 읽고 유럽 여행을 다녀온 사람에게 부탁해서 입수한 것들입니다. 몇 개는 입수한 지 1년이 지났고 나머지 몇 개는 최근에 입수한 것들입니다. ‘1년 전’과 ‘최근’ 사이에도 다소 시차가 있더군요. 1년 전에 입수한 것들은 대체로 이탈리아어 가사를 가지고 있으면서 로컬한 색채를 담은 음악들인 반면, 최근 입수한 것들은 대체로 영어 가사를 가지고 있고 글로벌 스탠더드를 준수하는 음악들이더군요. 물론 도식적인 구분입니다. 전자는 얼터너티브 록이고 후자는 포스트록이며, 전자는 이제 30대가 된 뮤지션들이, 후자는 아직 20대의 뮤지션들이 만든 음악이라는 구분도 마찬가지로 도식적입니다. 이런 구분을 차지하더라도 이들의 음악을 들으면서 음악과 연관된 지역성(locality), 세대, 섹슈얼리티 등을 느껴볼 수 있을 듯합니다. 이런 복잡한 이야기는 저같이 문화연구자를 자처하는 먹물이나 하는 생각이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비영어권 유럽이라는 곳에서 록 음악이 어떻게 ‘사투리화’되고 있는지를 훑어보는 일은 [weiv]의 독자라면 누구에게나 흥미로울 것이라는 ‘미련’을 갖게 되는군요. 99 뽀쎄(99 Posse), 이탈리안 힙합의 전사들 불행히도 이번에도 뽀쎄(Posse)라고 부르는 로컬 힙합 무브먼트에 대해서는 역시 함구할 수밖에 없군요. 조바노띠(Jovanotti)나 아르띠꼴로 31(Articolo 31), 프랭키 하이 에너지 MC(Frankie Hi-NRG) 같은 상업적 랩댄스로부터 99 뽀쎄(99 Posse), 알마메그라따(Almamegratta), 아프리카 우니떼(Africa Unite) 같은 전투적 힙합까지 꽤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탈리아 뽀쎄는 프랑스 힙합처럼 ‘흑인’이 아니라 ‘백인’, 주로 이탈리아 남부의 못사는 백인의 자기표현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가사를 알아듣지 못하는 랩에 대한 평론은 무의미하다’는 저의 지론을 어길 수는 없습니다 🙂 그래서 ‘랩·힙합은 북쪽의 추운 나라보다는 남쪽의 더운 나라에서 번성하고 테크노/일렉트로니카는 이와 반대이다’라는 저의 도식적이고 이분법적이고 엉터리인 가설을 남기면서 이만 물러납니다. 아, 참 모과이나 페이브먼트 좋아하시는 분은 아래에 배치된 음악들부터 들어보시라는 촌스러운 코멘트를 하나 더 남깁니다. 즐거운 여행되시기 바랍니다. 20020630 | 신현준 homey@orgio.net 관련 글 월드컵 스페셜 : 동아시아에서 눈물 지은 나라들 편(2) – 이탈리아 – vol.4/no.13 [20020701] Lucio Battisti [Battisti] 리뷰 – vol.4/no.13 [20020701] C.S.I.(Consorzio Suonatori Indipendenti) [Linea Gotica] 리뷰 – vol.4/no.13 [20020701] Ustmano [Ust] 리뷰 – vol.4/no.13 [20020701] Uzeda [Different Section Wires] 리뷰 – vol.4/no.13 [20020701] La Crus [Dietro La Curva del Cuore] 리뷰 – vol.4/no.13 [20020701] Massimo Volume [Club Prive] 리뷰 – vol.4/no.13 [20020701] A Short Apnea [A Short Apnea] 리뷰 – vol.4/no.13 [20020701] Yuppie Flu [Yuppie Flu at the Zoo] 리뷰 – vol.4/no.13 [20020701] Giardini di Miro [Rise And Fall Of Academic Drifting] 리뷰 – vol.4/no.13 [20020701] 관련 사이트 이탈리아 음악 사이트들 http://www.rockit.it/ http://www.rockol.it/ http://www.ondarock.it/(영어 버전 있음) http://www.rockweb.it/ http://www.musicaitalian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