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629060853-mayisingwithmeYo La Tengo – May I Sing With Me – Alias, 1992

 

 

거장이 되기 전 역사적인 일보

아마 요 라 텡고(Yo La Tengo)의 디스코그래피에서 인지도가 가장 낮은 앨범인 5집 [May I Sing With Me]는 그러나 적어도 밴드에 있어서는 역사적인 의미를 갖는 앨범이다. 우선 베이스주자인 제임스 맥뉴(James McNew)가 밴드에 합류함으로써 지금까지 이어지는 라인업이 완성되었다. 진정한 요 라 텡고의 시작인 셈이다. 사운드 면에서도 이들의 특징적인 사운드(signature sound)를 확립했다는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이것은 쟁글 팝에서 벗어나 시네마틱한 ‘공감각적 노이즈’를 확립하기 시작했음을 뜻한다. 벨벳 언더그라운드(The Velvet Underground)와 알이엠(R.E.M.)의 영향에서 시작한 이들이 이제 스스로 거장이 되는 길을 발견한 것이다.

그럼 점에서 첫 곡 “Detouring America With Horns”는 이들의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역사적인 행보이다. 찰랑거리는 스트로크 위로 또다른 기타 선율이 변주되면서 시작되는 이 곡은 격정적인 드럼과 사이키델릭한 노이즈, 에스리얼한 보컬이 가세하면서 특유의 서정성으로 내달린다. 쟁글팝에서 드림팝으로 진화되어 가는 양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곡이다. 또하나 놓칠 수 없는 트랙이 “Five-Cornered Drone (Crispy Duck)”이다. 제목에서 보듯 데뷔 앨범에 수록된 “Crispy Duck”의 리메이크로 볼 수 있는데, 감정의 굴곡이 그대로 드러나고 뭔가 빈약해 보였던 원곡이 장대한 노이즈의 파노라마로 업그레이드되는 광경을 목도할 수 있다. 짧지만 긴 여운을 남기는 포크 스타일의 “Satellite” 역시 공간감 가득한 사운드와 서정적인 선율 및 보컬이 집약된 이들의 개성을 잘 보여주는 곡이다.

하지만 앨범의 전체적인 인상은 오히려 거칠고 공격적인 사운드에 가깝다. 무엇보다 이는 “Mushroom Cloud of Hiss” 때문이다. 8비트 리듬으로 거칠게 몰아붙이는 베이스와 격정적인 캐플런의 목소리, 그리고 이를 압도하는 기타 노이즈로 특징지워지는 이 곡은 3집의 “The Evil That Men Do (Pablo’s Version)”에서 보여졌던 격렬함을 가뿐히 능가한다. 이뿐이 아니다. 서프 스타일을 보여주는 “Out the Window”나 명백히 펑크의 영향 하에 놓이는 “Some Kinda Fatigue” 등에서도 강렬한 에너지가 뿜어져 나온다.

문제는 이런 두 가지 양상이 종종 충돌한다는 점이다. 상이한 양상이 남다른 개성으로 작용하여 앨범의 다양성에 기여하는 예도 있지만, 이 앨범의 경우 대조적인 스타일이 번갈아 등장함으로써 혼란스러움을 가져오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앨범을 몰입해서 듣는 데 적지 않게 방해를 준다. “Sleeping Pill” 같은 곡은 야심에 비해 곡을 끌어가는 아이디어가 빈약해 늘어지는 느낌마저 준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앨범의 인지도가 낮은 이유는 이어지는 마타도어 시절의 앨범들이 보여준 빼어난 구성력과 완성도에 곧잘 비교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런 저런 교훈 없이 어찌 대가의 길에 오를 수 있을까. 바꿔 말하면 평온함과 불안함, 따스함과 차가움의 경이적인 공존을 가능하게 하고, 안개 사이로 에피파니의 순간을 떠올리게 하는 거장의 경지는 이 음반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또한 이 앨범을 만나게 되는 사람이라면 이미 요 라 텡고의 다른 앨범들을 다 접해본 뒤 자신의 콜렉션을 완성하기 위해, 또 미싱 링크를 찾아온 사람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앨범은 요 라 텡고의 발전 과정을 과감 없이 드러내 보이는 흥미로운 텍스트임에 분명하다. 20020628 | 장호연 bubbler@naver.com

6/10

수록곡
1. Detouring America With Horns
2. Upside-Down
3. Mushroom Cloud of Hiss
4. Swing for Life
5. Five-Cornered Drone (Crispy Duck)
6. Some Kinda Fatigue
7. Always Something
8. 86-Second Blowout
9. Out the Window
10. Sleeping Pill
11. Satellite

관련 글
[Ride the Tiger] 리뷰 – vol.4/no.13 [20020701]
[Fakebook] 리뷰 – vol.4/no.13 [20020701]
[Painful] 리뷰 – vol.4/no.13 [20020701]
[Electr-O-Pura] 리뷰 – vol.4/no.13 [20020701]
[I Can Hear the Heart Beating as One] 리뷰 – vol.4/no.13 [20020701]
[And Then Nothing Turned Itself Inside-Out] 리뷰 – vol.2/no.7 [20000401]

관련 사이트
Yo La Tengo 공식 사이트
http://www.yolatengo.net
Yo La Tengo 비공식 사이트
http://www.yolatengo.net
마타도어 레이블 Yo La Tengo 사이트
http://www.matador.recs.com/yo_la_ten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