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US – In A Bar Under The Sea – Polygram/Universal, 1997 아메리카의 역사적 록 음악(들)의 유럽적 개작과 혼성모방 벨기에 출신의 인디 록 밴드 듀스(dEUS)의 세 장의 정규 앨범 [Worst Case Scenario](1994), [In A Bar Under The Sea](1997), [The Ideal Crash](1999)에 대해서는 모두 ‘명반’으로 꼽거나 아니면 모두 ‘똥판’으로 치부하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똥판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이들의 음악이 ‘미국의 록 음악의 역사를 제대로 모르는 놈들이 제멋대로 맥락없이 개짬뽕한 것’이라는 사실에 의견의 일치를 볼 것이다. 혹은 ‘영국의 팝 음악이 미국보다 한 수위다’라는 취향을 가진 사람들(‘모던 록 팬’?)은 이들의 ‘미국 취향’에 그리 달가와하지 않을 것이다. 제멋대로든 남멋대로든 듀스의 음악이 ‘오리지널은 하나도 없는 오리지널’이라는 1990년대 중반의 어떤 경향을 대표했음은 부인할 수 없다. 여기서 ‘어떤 경향’이란 스테레오랩(Stereolab)과 벡(Beck)을 떠올리면서 지어낸 말이다. 단, 듀스의 소스(source)는 미국에서 록 음악의 숨겨진 역사에서 발견된다. 즉, 엘비스 프레슬리(Elvis Presley)로 시작하여 도어스(The Doors)와 지미 헨드릭스(Jimi Hendrix)를 거쳐 브루스 스프링스틴(Bruce Springsteen)에 이르는 찬란한 계열이 아니라 캡틴 비프하트(Captain Beefheart), 벨벳 언더그라운드(Velvet Underground), 톰 웨이츠(Tom Waits) 등 변두리의 뒷골목을 어정거리는 이들의 계열이다. 거기에 R.E.M., 페이쓰 노 모어(Faith No More), 소닉 유스(Sonic Youth) 등 등 비교적 당대에 가까운 영향도 발견할 수 있다. 이 앨범에서는 특히 캡틴 비프하트의 영향이 직접적이다. 그건 이 앨범의 프로듀서를 맡은 에릭 드류 펠드만(Eric Drew Feldman)이 한때 캡틴 비프하트의 밴드에서 키보드를 연주했다는 ‘인맥’으로 확인된다. 그래서 첫 트랙 “I Don’t Mind Whatever Happens”는 ‘이거 잘못 샀네. 바꿔야겠군’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1930년대 미국 남부 선술집에서 흘러나오는 듯한 블루스다. 이건 맛배기에 지나지 않을지 모르지만 이들의 ‘정서’가 어떤 것인지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특히 “Theme From Turnpike” 같은 트랙의 사운드는 저음으로 읊조리는 톰 하만(Tom Harman)의 보컬과 어우러지면 기침이 콜록콜록 나올 듯이 담배연기 자욱한 바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하만의 트레이드마크인 장르의 혼성모방은 “Fell Off The Floor, Man”, “Gimme The Heat” 등 변화무쌍한 곡들 여기저기서 번뜩이는 아이디어들을 제출하고, 새로 영입된 기타리스트 크레이그 워드(Craig Ward)은 피드백을 포함한 능란한 연주를 통해 하만의 아이디어들을 뒷감당한다. 그렇지만 앨범의 중앙부인 “Supermarketsong’에서 색서폰 소리가 울어제낀 뒤 후반부에 접어들면 분위기가 변전한다. 기타가 부드럽게 살랑대는 “Little Arithmetics”나 피아노와 기타가 유쾌하게 주고받는 “Disappointed In The Sun”은 ‘이들이 언제 그렇게 시끄러웠던가’는 의문이 들 정도로 아름다운 발라드를 평온하게 노래한다. 물론 마무리에 이르러 “For The Roses”는 다시 한번 긴장감 어린 진행 속에 볼륨의 급격한 증감을 통해 이들 특유의 난폭한 단절을 확인시켜 준 뒤에 마지막 트랙으로 바톤을 넘긴다. 이 음반을 이들의 최고작으로 뽑는 것에도 논란이 있을 것이다. 뻔뻔한 실험을 통한 센세이션이라는 의미를 따진다면 [Worst Case Scenario]를, 조금 더 안정되고 성숙한 의미를 따진다면 [The Ideal Crash]를 뽑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의견에 이의가 있다는 것이 아니라 한 평자의 “미국의 록의 역사에서 중요한 계기들의 유럽적 개작(European rehash of signuificant moments in American rock history)”이라는 평에 이 앨범이 가장 잘 어울린다는 판단이 이 글을 쓰는 사람의 판단이다. 20020624 | 신현준 homey@orgio.net 10/10 수록곡 1. I Don’t Mind Whatever Happens 2. Fell Off The Floor, Man 3. Opening Night 4. Theme From Turnpike 5. Little Arithmetics 6. Gimme The Heat 7. Serpentine 8. A Shocking Lack Thereof 9. Supermarketsong 10. Memory Of A Festival 11. Guilty Pleasures 12. Nine Threads 13. Disappointed In The Sun 14. For The Roses 15. Wake Me Up Before I Sleep 관련 글 월드컵 스페셜 : 동아시아에서 눈물 지은 나라들 편(1) – 프랑스와 벨기에 Yves Duteil [Sans Atteindre] 리뷰 – vol.4/no.13 [20020701] Yann Tiersen [L’absente] 리뷰 – vol.4/no.13 [20020701] Erik Arnaud [Commnet Je Vis] 리뷰 – vol.4/no.13 [20020701] Gypsophile [Unaneelmi] 리뷰 – vol.4/no.13 [20020701] Watoo Watoo [Un Peu de Moi] 리뷰 – vol.4/no.13 [20020701] Les Nubians [Princesses Nubiennes] – vol.4/no.7 [20020401]] 관련 사이트 dEUS 공식 사이트 http://www.deus.be dEUS 사이트 http://www.hotelloung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