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ypsophile | Unaneelmi (1999)

Gypsophile – Unaneelmi – Clover, 1999

프랑스의 인디 로파이 보싸 노바의 일본제 음반

위 제목을 보면 ‘무슨 말인가…’ 하겠지만 사실이다. 집소필이라는 이름의 프랑스 밴드가 음악을 대하는 태도는 영미의 인디 로파이 밴드들과 유사하다. 소박한 곡 구조, 성긴 사운드 텍스처, ‘성의없는’ 보컬 등이 그렇고, 게다가 곡 제목이나 가사 대부분은 영어다. 한편 이들의 음악 스타일은 ‘굳이 말하면’ 보싸 노바다. 어쿠스틱 기타가 이끌면서 핑거링으로 씽커페이션 걸린 리듬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그런데 보싸 노바의 리듬이든 퍼커션의 두드림이든 ‘아마존의 원시적 느낌’ 같은 것과는 무관하고 왠지 ‘일본풍(?)’으로 들린다. 아니나 다를까 이런 통밥이 들어맞는다. 이 음반을 발매한 클로버 레코드(Clover Records)는 일본에 본사(?)를 두고 있는 인디 레이블이다. 소속 아티스트들을 훑어보면 일본 아티스트들이 주력이지만 영국, 오스트레일리아, 프랑스 출신의 아티스트들도 있다. 글로벌 시대가 맞기는 맞나 보다.

이런 음악외적(?) 성격을 무시하고 음악 자체를 감상하면 안 되는가? 물론 된다. 사실 이 음반을 ‘보싸 노바 음반’이라고 못박은 것은 첫 트랙 “Besame”와 여섯 번째 트랙 “Matiurdshi”에 재즈풍의 무드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The Day Our Tears Turned Into”에서는 뀌까(cuica)가 끽끽거리고 “Lament of 2 Ex-lovers”에서 마라까스(maracass) 사각사각대고, (스페인어로 제목을 붙인) “Los Misterios y Ella”에서 베이스와 드럼이 ‘델리키트’하게 연주하면 토속적이지는 않지만 무언가 이국적인 정취를 자아낸다. 일렉트로니카를 응용하여 트립합의 텍스처를 도입한 “On This Girl, I’m Still Gone”이나 “The Voice Over”도 보싸 노바 특유의 코드 진행과 나른한 무드를 방해하지는 않는다. 무엇보다도 물에 물탄 듯 술에 술탄 듯 목구멍에 힘 주지 않고 부르는 노래가 이런 나른한 무드를 이어간다. 엉터리이자 퍽 특이한 보싸 노바다. 물론 두 번째 트랙 “You Drive Me So”이나 마지막 트랙 “I’m Away” 등은 인디 팝의 글로벌 스탠더드다.

‘이런 국적불명의 음악이 어떻게 프랑스 음악인가?’라는 질문을 던질 때쯤 밴드의 이름의 뜻을 곱씹어 보는 게 좋다. 아마도 ‘집시 사랑’이라는 뜻일 것이다. 집시에게 국적이 어디 있겠나. 그냥 세계 여기저기를 떠도는 언더클래스(underclass)인데… 아무튼 이렇게 인생에 대한 계획없이 게으르게 살아도 세상 살아가는데 지장없다는 사실이 그저 부러울 뿐… 20020624 | 신현준 homey@orgio.net

7/10

P.S. 집소필은 1995년 기욤 벨롬므(Guillaume Belhomme)와 안느 레메슬(Anne Lemesle)의 듀오로 결성되었는데 안느 레메슬은 첫 음반이 나오기 직전 탈퇴했다.

수록곡
1. Besame
2. You Drive Me So
3. The Day Our Tears Turned Into Rain
4. Where
5. Los Misterios y Ella
6. Matiurdshi
7. On This Girl, I’m Still Gone
8. The Voice Over
9. Lament of 2 Ex-lovers
10. I’m Away

관련 사이트
Gypsophile 공식 사이트
http://site.voila.fr/gypsophile
Clover Records 사이트
http://www.clover-record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