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축구가 막바지로 치닫고 그 와중에 축구 보느라 월드컵 스페셜을 제대로 꾸리지 못했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이번 월드컵에서는 유럽과 남미의 강호들이 줄줄이 보따리를 쌌습니다. 그 원인과 이유에 대해서는 이런 저런 이야기가 많고, 한국에 깨진 나라들의 경우 특히 더 말이 많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오직 국가대표팀끼리 붙는 국가대항 축구에만 사생결단을 내는 나라는 대~한민국만한 나라가 없어 보입니다^^

이런 이야기가 이 월드컵 스페셜과 큰 관련은 없습니다. 그저 핑계김에 이변의 희생양이 된 나라들의 음악을 그때그때 소개하려고 했는데 그걸 시간을 잘 지키지 못해 죄송할 따름입니다. 이제 축구도 거의 끝나가니 슬렁슬렁 이제 시작할까 합니다. 오늘은 프랑스편이고, 이탈리아편과, 스페인편이 이어질 예정입니다. 혹시 이탈리아편할 때는 돌 맞으려나요 -_- 아르헨티나(및 중남아메리카)와 러시아(및 동유럽)는 이미 시리즈에서 몇 번 다루었지만 신보들이 몇 개 나와서 잠시 소개할 것입니다. 그리고 브라질로 마지막을 장식할까 합니다. 우승하면 ‘우승 기념’이고, 탈락하면 ‘이변 기념’이 될 것입니다. 한국에 대해서는 ‘한국 축구와 댄스 가요의 공통점’이라는 에세이를 쓸까 생각 중입니다. ‘쪽집게 선생을 모셔서 몇 명 발탁해서 하드 트레이닝을 통해서 적어도 그 분야에서는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놀라운 시스템’ 뭐 이 정도면 말이 될 거라는 망상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빠순이들을 주축으로 하는 팬덤 문화도 비슷해 보입니다 ^ㅗ^

각설하고 오늘은 프랑스편입니다. 일단 선정한 음반은 최근에 나온 것들로 했습니다. 프랑스어의 수호자로 간주되는 이브 뒤떼이(Yves Duteil)의 신보 [Sans Atteindre], 영화 [Amelie]의 음악을 맡은 얀 띠에르상(Yann Tiersen)의 [L’absente], 그리고 프렌치 인디 록의 신성 에릭 아르노(Erik Arnaud)의 [Commnet Je Vis]입니다. ‘정말’ 인디 팝/록은 집소필(Gypsophile)과 와투와투(Watoo Watoo)의 음반을 선정했습니다. 이런 선정은 어떻게 보면 조동진과 김수철과 김민규(델리 스파이스)와 무명의 인디 밴드를 한꺼번에 다루는 것처럼 부조리한 선정입니다(이런 말 하면 촌스럽지만 이런 말은 각 아티스트와 그의 음반이 어떤 사람의 취향에 어울릴 것인가에 대한 힌트입니다). 아, 그리고 프랑스 아티스트가 아니라 벨기에 아티스트인 듀스(dEUS)의 음반을 하나 추가했습니다. 뭐 자끄 브렐(Jacques Brel)도 벨기에 태생이지만 프렌치 샹송의 거목이 되었으니 이러면 안 되라는 법은 없을 것입니다. 듀스의 음악은 프랑스와는 별 상관은 없지만, 그들의 데뷔 음반 [Worst Case Scenario]는 프랑스어 나레이션으로 시작된다는 변명같지 않은 변명도 덧붙입니다(‘프랑스어 나레이션’하니까 갑자기 비주라는 국산 그룹이 떠오르네요. 요즘 뭐하나…?^^).

이런 기획이 프랑스 대중음악의 몇 개의 단면을 보는 것이지 전모를 파헤치는 게 아니라는 변명을 전해 드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 2위의 힙합 강국’인 프랑스의 힙합에 대해서는 제가 용빼는 재주가 없어서 누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어쩌면 이건 치명적입니다. 물론 저도 MC 솔라르(MC Solaar)와 아이앰(IAM) 정도는 들어 봤고, MC 솔라르가 세네갈 출신(!)인 것도 알죠. 이 사실에서 알 수 있듯 프랑스는 월드 뮤직, 특히 아프리카산 월드 뮤직의 총본산입니다. 이건 다른 글에서 몇 차례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프랑스의 ‘흑인 음악’의 한 단면에 대해서는 아쉬운 대로 제가 예전에 쓴 R&B 여성 듀오인 레 뉘비앙스(Les Nubians)의 리뷰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더 깊은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적임자가 다루어야 할 주제일 것입니다.

엉터리 기획이지만 나름대로 반응을 보여주면 있는 재주 없는 재주 다 부릴지 모르니 성원 바랍니다. . 아무튼 월드컵 기간의 광란의 물결에도 평소처럼 ‘쿨’하고 잘난 척하는(^ㅗ^) 태도를 견지해 주신 [weiv]의 대다수 독자들에게 다시 한번 동지감을 확인합니다. 사실 뭐 축구가 싫은가요. 한국의 축구 문화가 싫은 거죠. 아무튼 오늘은 이만 물러납니다. 며칠 뒤 다시 오겠습니다. 20020624 | 신현준 homey@orgi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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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ves Duteil [Sans Atteindre] 리뷰 – vol.4/no.13 [20020701]
Yann Tiersen [L’absente] 리뷰 – vol.4/no.13 [20020701]
Erik Arnaud [Commnet Je Vis] 리뷰 – vol.4/no.13 [20020701]
Gypsophile [Unaneelmi] 리뷰 – vol.4/no.13 [20020701]
Watoo Watoo [Un Peu de Moi] 리뷰 – vol.4/no.13 [20020701]
dEUS [In a Bar, Under the Sea] 리뷰 – vol.4/no.13 [20020701]
Les Nubians [Princesses Nubiennes] – vol.4/no.7 [2002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