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현 – Not For Rock: 大韓民國樂音樂人 – 지구, 2002 신중현의 기념비적 음악들, 이에 못 미치는 포장 편집 음반의 성패는 효율성이다. 정규 음반이 너무 많거나 구하기 힘들 때, 또는 음반 단위로 구매할 필요가 크지 않을 때 이런 저런 ‘다이제스트 버전’들은 정규 음반 이상의 가치를 지닌 궁극의 선택이 될 수도 있다. 물론 ‘옛 것 울궈먹기’가 주는 짜증을 피할 수 없는 경우가 많지만, 음반 시장의 불황을 방증하는 이 편집 음반의 시대에 때로 그쯤은 무신경함으로 지나칠 수도 있다. 효율적인 소비라고 판단되면 음반을 사서 즐기면 되고 그게 아니라고 판단되면 안 사면 그만이니까. [Not For Rock]은 총 5장으로 구성된(1장은 보너스 CD이다) 신중현 편집음반이다. 첫 번째 CD ‘Shin Joong Hyun & Yup Juns’는 신중현과 엽전들 1집과 2집의 합본 CD이고, 두 번째와 세 번째 CD ‘Shin Joong Hyun & Music Power’는 신중현과 뮤직 파워 1집과 2집을 각각 담고 있다. 중요한 점은 ‘그대로’ 담았다는 점이다. 선곡한 것도 아니고 트랙 순서를 바꾼 것도 아니다. 네 번째 CD ‘Shin Joong Hyun & Peoples’는 신중현의 곡을 다른 가수들이 부른 레코딩들을 모아놓은 것이다. 다섯 번째에 해당되는 보너스 CD는 신중현과 엽전들의 [연주곡 베스트] 음반을 그대로 담은 것이다. [Not For Rock]은 베스트 음반도 전집도 아니다. 굳이 말하자면 신중현의 지구 레코드 레코딩 전집에 해당한다. 한국적 록의 정점이자 신중현의 음악적 정점 중 하나였던 엽전들, 그리고 정치적 탄압으로 5년의 공백기 끝에 댄스음악을 섞고 옛 히트곡들에 의지해 재기한 뮤직 파워의 음악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 음반은 30여 년 전에 이 땅에 무르익었던 싸이키델릭 록과 한국적 록의 모범을 접할 기회를 준다(CD 1). 이런 빛과 함께, 정치적 압력과 탄압이 한국 록의 역사에 어떤 그림자를 드리웠는지도 보여준다(CD 1 후반부와 CD 2, 3). 또 잊을만하면 다른 가수에 의해 불리는 “미인”이나 “아름다운 강산”을 여러 버전으로 들려주며, 신중현의 작곡가 및 가수 조련사로서의 면모도 알려준다(CD 4). 한국 록의 대부로 알려진 신중현의 작품 세계는 해가 갈수록 신화와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지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와 같이 싼 값(5 for 2)에 다시 편집해서 패키지를 만든 것은 설사 의도가 부정적인 평가를 받더라도 무의미하지는 않다. 그런데 이미 신중현의 음반들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불만스러울 수밖에 없는 음반이다. 엽전들과 뮤직 파워의 정규 음반들은 이미 지구레코드에서 1997년에 CD로 재발매된 것이고, 지금도 구하기 어렵지 않다. 기왕 여러 장짜리로 낼 것이었다면 신중현 전집을 시도해보든가, 판권 문제로 신중현 전집을 구성하는 게 힘들어 지구레코드 레코딩 전집을 만들게 된 거라면 최소한 지구레코드에서 판권을 갖고 있는 음원이라도 디지털 리마스터링해서 추가하는 정도는 해주어야 하지 않는가(예컨대 엽전들 1, 2집의 초판 버전). 196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까지 최대 음반사였던 지구레코드의 쇠락한 현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새로운 해설이나 정보가 담기지도 않은 부클릿이나 두꺼운 도화지로 조잡하게 만든 보너스 CD 케이스는 음반사의 안이한 태도를 확인해줄 뿐이다. 처음 신중현에 접근하는데 돈이 그리 넉넉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 음반은 효율적인 소비와 놀라운 즐거움을 줄 것이다. 하지만 이미 그의 음반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어떤 구입 동기도 제공하지 않는 재탕 음반이다. 평점이 6/10점인 것은 그것을 감안한 것이다. 20020610 | 이용우 pink72@nownuri.net 6/10 <자투리> 네 번째 CD에 나와 있는 이른바 ‘신중현 사단 가수’들의 면면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1960년대 후반부터 신중현은 한편으론 한국에서 록 밴드로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방편으로 다른 한편으론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방편으로 신인가수 키우기에 나섰고 ‘히트곡 제조기’란 명성을 얻으며 성공했다. 그는 김추자, 펄 씨스터즈, 장현, 박인수, 김정미를 비롯해 임희숙, 임아영, 장미화, 함중아, 바니 걸즈, 인순이, 이성애, 이정화, 김동환, 임성훈(!)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가수들을 배출했다. 그리고 김상희, 양희은, 이용복, 트윈 폴리오, 조영남, 강승모, 이문세 등 많은 가수들이 그의 곡을 받아 노래를 불렀다. 수록곡 CD 1: 신중현과 엽전들 1집 [미인 / 저 여인] & 2집 [산아 강아 / 뭉치자] 1. 미인 2. 생각해 3. 그 누가 있었나봐 4. 긴긴 밤 5. 나는 너를 사랑해 6. 저 여인 7. 설레임 8. 할 말도 없지만 9. 나는 몰라 10. 떠오르는 태양 (연주곡) 11. 아름다운 강산 12. 산아 강아 13. 지키자 14. 어깨 나란히 15. 비둘기 16. 승리의 휘파람 17. 뭉치자 18. 나 CD 2: 신중현과 뮤직 파워 1집 [아무도 없지만 / 너만 보면] 1. 아름다운 강산 2. 미인 3. 아무도 없지만 4. 저무는 바닷가 5. 떠나야할 그 사람 6. 너만 보면 7. 메들리(빗속의 여인, 님아, 커피 한잔,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 미련, 소문났네, 님은 먼 곳에, 봄비, 마른 잎, 님은 먼 곳에) 8. 커피 한잔 CD 3: 신중현과 뮤직 파워 2집 [내가 쏜 위성 / 기다리는 마음] 1. 내가 쏜 위성 2. 기다리는 마음 3. 코스모스 아가씨 4. 내 친구 5. 이렇게 몰라주나 6. 비가 내리면 7. 잊어야 한다면 8. 봄 9. 꿈이었다면 10. 선녀 CD 4: 신중현 & 피플스 1. 미련 – 장현(노래) 2. 잊어야 한다면 – 장현(노래) 3. 고독한 마음 – 장현(노래) 4. 떠나야할 그 사람 – 인순이(노래) 5. 봄비 – 인순이(노래) 6. 석양 – 인순이(노래) 7. 아니라고 – 박인수(노래) 8. 꽃과 나비 – 박인수(노래) 9. 이건 너무 하잖아요 – 김정미(노래) 10. 생각해 – 김정미(노래) 11. 담배꽁초 – 김정미(노래) 12. 그대를 사랑해 – 김명희(노래) 13. 먼 옛날 – 김명희(노래) 14. 잃어버린 장미 – 김옥균(작사) 이성애(노래) 15. 나를 보러 와요 – 이승연(노래) Bonus CD: [신중현과 엽전들 연주곡 베스트] 1. 님은 먼 곳에 2. 커피 한 잔 3. 빗속의 여인 4. 마른 잎 5.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 6. 미련 7. 떠나야 할 그 사람 8. 저무는 바닷가 9. 봄비 10. 기다리는 마음 관련 글 김정미 [김정미] 리뷰 – vol.3/no.9 [20010501] 관련 사이트 신중현 공식 사이트 http://www.sjhmnc.com 지구레코드 공식 사이트 http://www.jigurecord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