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카피 – Fly High – 樂語/드림비트, 2002 낙관주의로 엮은 한국 펑크의 한 단면 [Fly High]는 인디 밴드 타카피(TACOPY)의 정규 데뷔 앨범이다. 1997년 결성된 이래 홍대 앞 클럽가를 중심으로 활동해온 타카피는 싱글 [Underground](인디, 1999)를 발표했고 [교도소 월드컵], [조폭 마누라] 같은 영화의 사운드트랙 음반에도 참여한 경력이 있는 펑크 밴드다. 이번 앨범이 정식 데뷔작이긴 하지만, 2000년 치킨 헤드란 이름으로(물론 멤버 구성이 지금과 다르지만) 주류 음반사를 통해 데뷔작 [Slam Punk]를 발표한 적 있으니, 재출발의 의미를 담고 있는 음반이기도 하다. 이 음반도 영화음악 제작사인 M&F(의 레이블 樂語)에서 만들고 드림비트를 통해 배급되고 있다. 타이틀 곡 “Smash” 뮤직 비디오는 애니메이션 전문업체에 제작을 맡겨 열대 펭귄 페닝(Penning)이란 캐릭터가 나오는 플래시 애니메이션으로 완성되었다. 최대 인터넷 업체 다음(Daum)에 이 음반의 광고가 메인 광고로 나온 건 이 음반에 거는 제작사의 기대를 잘 보여준다. [Fly High]가 제작사에서 상당히 공을 들인, 다시 말해 제작비와 홍보비를 아낌없이 투자한 음반이란 점은 사운드의 질감으로도 알 수 있다. 설사 타카피의 싱글 음반이나 클럽 공연을 접해보지 못했다 하더라도, 이 음반이 전체적으로 매우(혹은 너무) 화려하고 다듬어져 있다고 느끼기는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들의 대표곡이자 전작들에 빠짐없이 담겨 있는 트랙 “오징어 튀김과 곰보빵”은 하나의 예이다. 음반은 기타, 베이스, 드럼이 신나게 달리는 전형적인 펑크 록 “Go”로 시작된다. 떼창 코러스가 귀에 달라붙는 다음 트랙 “Smash”는 이들의 음악이 고전적 펑크보다는 1990년대 펑크 팝/록과 이른바 조선 펑크에 기반하고 있다는 걸 알려준다. 스카 리듬은 남용되지 않는 범위에서 차용되어 이들의 음악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Everyday” “U Can Do It”). 이는 여타의 한국 펑크 밴드들과 그다지 다르지 않은 점이다. 빠르고 흥겨운 리듬에 멜로딕한 노래를 담고 있다는 점도 마찬가지다. 다만 캐치한 선율이 매끈한 질감의 떼창 코러스로 처리되어 귀를 잡아끈다(“Face-Off” “왜 날 이렇게 낳나”). 특히 업 템포의 곡에서 돋보이는 방주원의 베이스 기타 연주는 신체적인 즐거움을 주기에 충분하다. 리더이자 수록곡 전부를 만든 김재국(보컬)이 쓴 가사는 진솔하다. “세상은 온통 내게 물음표 투성이지”만 “갈 때까지 가게 되면 중도포기하는 것보다 후회는 덜 하게” 된다며 “막다른 길 만나면 희망을 보자”고 얘기한다. 낙관적이다. 그래서 세상과 삶의 어두운 면을 비출 때도 슬픔이나 비루함에 기대지 않는다. “거북이”와 “Next Generation’s Song”은 똑똑한 사람이 너무 많은 세상, 그 빠른 속도에 대한 반응이고, “왜 날 이렇게 낳나”는 장애인을 화자로 한 곡이며, “대정부질문”은 한국의 정치사회에 대한 비판과 풍자이고, “마이너리그 스타”는 메이저리그 스타를 꿈꾸며 미국에 건너간 한국인 마이너리거들을 다룬 노래다. 이 음반에서 가장 흥미로운 트랙은 “김두한”과 “마이너리그 스타”이다. “김두한”은 벤처스 풍의 도입부로 시작해 폴카, 트로트, 펑크, 메탈을 뒤섞은 곡이다. 어어부 프로젝트, 노 브레인의 어떤 곡들을 떠올리게 한다. 음식으로 말하면, 냉장고에서 묵은 재료들을 꺼내고 전기밥솥에서 보온상태로 며칠 지난 밥을 꺼내 한데 버무린 비빔밥 같다. 묵은 재료치고는 기대 이상으로 맛깔스럽지만, 양념이 지나치게 들어간 듯해서 좀 아쉬움을 남기는. “마이너리그 스타”는 두터운 메탈 기타 리프가 복고풍 악곡과 보컬을 오히려 고양시키는 트랙이다. 반면 클래식적인 스트링(“My Life-Intro”), 얼터너티브 ‘발라드'(“My Life”), 포크 록(“거북이”), 발라드(“Today”) 등의 스타일을 담고 있는 곡들은 다양성(혹은 ‘그 밖의 구색’)의 알리바이가 되고 있다. 타카피의 [Fly High]는 데뷔 초기 싱글 음반과 비교하면 음악적 성장을 보여준다. 연주는 한층 안정감이 있고 사운드는 풍성해졌다. 물론 주류식 프로듀싱과 구성은 거부감을 줄 수도 있겠지만, 이런 면이나 순탄치 않았던 이들의 이력은 그대로 홍대 앞(출신) 펑크밴드의 현재의 한 면모이다. 조선 펑크의 한 단면과 오버랩 되는 이들의 적당히 남성적인(그렇지만 마초적인 위압감은 아닌) 정서, ‘덜 자란 듯한 남자애들의 펑크’가 주류의 틀 속에서 앞으로 어떤 변화를 보일지 주목된다. 20020531 | 이용우 pink72@nownuri.net 6/10 수록곡 1. Go 2. Smash 3. Intro FX 4. 김두한 5. Everyday 6. My Life-Intro 7. My Life 8. Face-Off 9. 거북이 10. 대한미국 11. 대정부질문 12. U Can Do It 13. 왜 날 이렇게 낳나 14. Next Generation’s Song 15. 마이너리그 스타 16. Today 17. 오징어 튀김과 곰보빵 관련 사이트 타카피 공식 사이트 http://www.tacop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