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vis Costello – When I Was Cruel – Island/Universal, 2002 Back to RockNRoll, and More 엘비스 코스텔로가 펑크와 동시대에 등장했다는 사실을 한참동안 잊고 있었다. 어덜트 컨템포러리로의 여정이 너무 길었던 탓이다. 1996년의 [All This Useless Beauty]를 기준으로 한다면 6년 만에, 이 앨범이 코스텔로가 다른 뮤지션에게 준 곡들을 모은 모음집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1994년의 ‘로큰롤’ 앨범 [Brutal Youth] 이래 실로 8년 만이다. 코스텔로의 1990년대는 브로드스키 쿼텟(Brodsky Quartet)와의 공작으로 실질적으로는 클래시컬 앨범이나 다름없는 [The Juliet Letter](1993), 고전 팝의 거장 버트 바카락(Burt Bacharach)과의 공작 [Painted From Memories](1998), 메조 소프라노 안네 소피 폰 오터(Anne Sofie von Otter)의 ‘팝’ 앨범 [For the Stars](2001) 프로듀스 등, ‘로큰롤러의 외도’라고 하기에는 너무 ‘본격적인’ 고급 예술 지향과 성인 취향의 크루닝 발라드로 채워진 시기였다. 새 앨범 [When I Was Cruel]에서 코스텔로는 ‘나도 거칠던 때가 있었다’고 선언하듯 초기 사운드로 ‘다시’ 돌아왔다. ‘다시’인 이유는 과거에도 컨트리, 소울, 팝을 떠돌다가 [My Aim Is True]와 [This Year’s Model] 시절의 음악으로 주기적으로 ‘귀향’했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그 귀향의 작품 [Blood & Chocolate](1986)와 [Brutal Youth]가 좋은 평가를 얻었다는 걸 생각해보면 신작에도 기대를 걸어봄 직하다. 그가 귀향할 때마다 들고 왔던 ‘선물 보따리’도 여전하다. 그는 라이너 노트에서 “나는 실버톤(Silvertone) 일렉트릭 기타, 15와트 앰프리파이어, 커다란 오렌지색 단추가 달린 어린이용 비트박스로 모든 곡을 썼습니다. 다른 어떤 내 앨범보다도 디스토션 걸린 트레몰로 기타가 많습니다”라고 쓰고 있다. 명징한 기타 라인이 이끄는 간명한 사운드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여기에 유쾌한 키보드와 다채로운 책략이 덧붙여지면 ‘코스텔로판 로큰롤 사운드’가 모습을 드러낸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이번 앨범은 “난폭한 리듬 발라드” 앨범이다. 그의 로큰롤 앨범마다 대동하던 어트랙션스(The Attractions)의 이름은 없지만, 대신 스티브 나이브(Steve Nieve, 키보드)와 피트 토머스(Pete Thomas, 드럼), 두 명의 어트랙션과 함께 크래커(Cracker)의 데이비 파라거(Davey Faragher, 베이스)가 함께 했다. 더블린에서 6일 만에 기타, 베이스, 드럼 연주를 마친 후에 키보드를 입혔다. 엇갈리는 평가를 얻었던 미첼 프룸(Mitchell Froom, 프로듀스)과 마크 리보(Marc Ribot, 기타)를 떨쳐버리고 ‘선물 포장’도 젊은 프로듀서들과 함께 직접했다. 기본 골격을 잡은 뒤 혼 섹션으로 살을 붙이는 프로듀싱 아이디어가 이 앨범의 특징이다. 이제 신랄한 재치와 유머, 심술궂은 말장난과 대구가 가득한 가사가 덧붙여지면 ‘르네상스 맨 코스텔로를 반갑게 마주하게 된다. 데뷔 시절부터 코스텔로를 펑크와 구분지었던 건 바로 이런 얄미움에 가까운 영리함이었다. 앨범을 여는 “45”, 첫 싱글 “Tear Off Your Own Head(It’s a Doll Revolution)”가 앨범 서두에 자리잡은 박진감 넘치는 로큰롤 트랙들이다. “45”는 45회전 레코드에 대한 추억, 2차 대전 참전 병사의 혼미한 정신, 자신의 나이 사이를 교묘하게 오가는 절묘한 가사로 이루어져 있다. “Tear Off Your Own Head(It’s a Doll Revolution)”는 역동적인 기타와 인상적인 오르간 리프를 통해 펑크 팝 혹은 파워 팝 시대의 총기를 재생했다. 후반부의 “Daddy Can I Turn This?” 역시 같은 계열로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중간에 끼여있는 트랙들에선 동시대의 다양한 록 음악의 텍스처를 실험하면서 다재다능한 음악적 능력을 과시한다. “Spooky Girlfriend”와 타이틀 트랙은 처음에는 로큰롤 넘버들처럼 귀에 잘 들어오지 않지만 들을수록 미묘한 텍스처의 변화를 즐길 수 있게 된다. 앞의 곡에 대해서 그는 “데스티니스 차일드(Destiny’s Child)를 염두에 두고 만들었다”고 능청스럽게 말하는데, 어둡고 ‘트리피’한 느낌을 자아내는 오르간과 베이스 위로 캐치한 트럼본이 훅을 던진다. “When I Was Cruel No. 2″는 가장 기괴하면서 가장 매력적인 트랙이다. 역시 트립합 혹은 라운지적 느낌이 나는데(혹자는 007 영화를, 혹자는 데이빗 린치 영화를 거론한다), 힙합이나 일렉트로니카의 방법으로 텍스처를 펼쳤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7분 내내 돌아가는 드럼 루프와 함께, “언느”라고 단발적으로 반복해서 내뱉는 절묘한 보컬 샘플은 1960년대 이탈리아 여가수 미나(Mina)의 노래 “Un Bacio E Troppo Poco”에서 따온 것이다. 기묘한 분위기는 여섯 박자의 리듬이 절룩거리면서 진행되는 가운데 혼 섹션이 발작적으로 울부짖는 “15 Petals”로 이어진다. “Dust 2…”에서 “…Dust”까지 이어지는 네 곡도 무자비한 트레몰로 기타와 강건한 리듬을 뽐내면서도 다채로운 리듬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마지막 곡 “Radio Silence”에서마저 그냥 마감하지 않고 기타 연주를 거꾸로 돌려서 또 하나의 사운드 효과를 선보인다. 이런 사운드는 만약 코스텔로가 ‘포스트-로큰롤’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면 그 방향을 지시해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Episode of Blonde”는 앨범의 맥락에서는 이색적인 트랙으로서, 연극적인 노래 부르기(랩?), 라틴풍의 혼 섹션, 재즈적인 분위기는 ‘코스텔로 판 탐 웨이츠’라 불러도 무방한, 꼭 언급하고 넘어가고 싶은 곡이다. ‘옛 영광으로의 복귀’라고 하면 베테랑 뮤지션이 늘상 택하는 ‘편안한’ 전략으로 간주되기 쉽다. 코스텔로의 경우는 다르다. 그는 새 앨범에서 [This Year’s Model]을 만들 때 간직했던 젊음 이상의 젊음을, 전성기 이상으로 확장되고 발전된 사운드를 통해 증명하고 있다. [When I Was Cruel]은 1990년대 이래, 어쩌면 [This Year’s Model] 이래 그의 최고의 앨범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20020528 | 이볼 evol21@weppy.com 9/10 * 엘비스 코스텔로 앨범 가이드 2001년부터 라이노(Rhino)에서 엘비스 코스텔로의 전작을 재발매하고 있다. 연대기식이 아니라 특정한 테마를 가지고 3장씩 묶어서 나온다는 점이 특이하다. 엘비스 코스텔로가 직접 라이너 노트를 쓰고 보너스 트랙도 잔뜩 실어 두 장짜리 CD(한 장 가격)로 나왔다는 것이 매력이다. 1986년 이전 발매 앨범은 이미 1993~4년 라이코디스크(Rykodisc)에서 보너스 트랙과 함께 재발매된 바가 있지만 거기다가 또 보너스 트랙을 추가했다. 워너에서 발매된 1989년 이후 발매 앨범은 처음 재발매되는 셈이다. 2001년에는 [My Aim Is True](1977), [Spike](1989), [All This Useless Beauty](1996)의 세 장의 앨범이 솔로 프로젝트라는 주제로 묶여 재발매되었고, 2002년 초에는 새 앨범과 궤를 같이 하는 코스텔로의 로큰롤 앨범들, [This Years Model](1978), [Blood & Chocolate](1986), [Brutal Youth](1994)가 재발매되었다. 재발매반은 정식 수입되었으며 매장에서 간간히 찾아볼 수 있다. 코스텔로의 디스코그래피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고 싶다면, 초기 명반들은 라이노의 뛰어난 리패키징으로 구하는 것이 좋은 선택인 듯. 참고로 라이코디스크에서 판권을 가지고 있는 1977년부터 1987년까지 코스텔로의 초기 음반들은 모두 Emusic.com에서 mp3로 다운받을 수 있다(유료). 스튜디오 작업만 21장을 쏟아낸 25년을 좀더 간단하게 접근하고자 한다면 두 장의 베스트 앨범이 제격이다. 라이코디스크에서 판권을 확보한 후 내놓은 초기 베스트 [The Very Best of Elvis Costello & The Attractions](1994)와 워너 시절 베스트 [Extreme Honey: The Very Best of Warner Years](1997) 두 장이면 엘비스 코스텔로의 커리어를 일별할 수 있다. 비록 전자는 빠진 곡이 몇 곡 눈에 띄고(예를 들어 초기 대표곡 “Less Than Zero”가 없다), 후자는 누구나 찬성할 만한 선곡이 아니라는 점이 아쉽기는 하지만 말이다. 두 장 모두 음반 매장에서 종종 찾아볼 수 있다. 2001년에 라이노에서 나온 두 장짜리 [The Very Best of Elvis Costello]는 특히 초기곡에 대한 선곡이 만족스럽지 못하며, 국내에 수입되었는지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다. 수록곡 1. 45 2. Spooky Girlfriend 3. Tear Off Your Own Head (Its a Doll Revolution) 4. When I Was Cruel No. 2 5. Soul For Hire 6. 15 Petals 7. Tart 8. Dust 2… 9. Dissolve 10. Alibi 11. …Dust 12. Daddy Can I Turn This? 13. My Blue Window 14. Episode of Blonde 15. Radio Silence 관련 글 Elvis Comes Alive! : 엘비스 코스텔로 베이 에리어 공연 – vol.4/no.12 [20020616] Anne Sofie von Otter & Elvis Costello [For The Stars] 리뷰 – vol.3/no.10 [20010516] 관련 사이트 Island 레이블의 엘비스 코스텔로 공식 사이트 http://www.islandrecords.com/elviscostello/ 엘비스 코스텔로에 관한 각종 사이트 링크 http://www.luckygoon.com 엘비스 코스텔로에 관한 다양한 정보와 자료 http://www.elviscostello.info/ 엘비스 코스텔로에 관한 광범위한 검색 http://www.ecostello.com/ [롤링 스톤] 엘비스 코스텔로 기획 기사 http://www.rollingstone.com/features/featuregen.html?pid=737&cf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