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eftains – The Wide World Over: A 40 Year Celebration – BMG, 2002 민속악단의 40주년의 범지구적 자축 파이프 연주자 패디 몰로니(Paddy Moloney)가 이끄는 치프턴스는 선술집에서 연주되는 아일랜드의 민속음악, 즉 아이리시 포크를 우아하고 품위있는 공연장으로 옮겨놓은 존재들이다. 결성된 것이 1962년(다른 자료에 의하면 1963년)이니 올해로 40주년이 되었다. 1960년대 ‘부업’ 밴드로 출발하여 아일랜드와 영국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전업 밴드로 탈바꿈하고 1975년 스탠리 큐브릭(Stanley Kubrick) 감독의 영화 [Barry Lyndon]의 사운드트랙에 “Women of Ireland”와 “Morning Dew” 등의 곡이 ‘프로그레시브 록’으로 인기를 얻음에 따라 미국시장에서도 높은 지명도를 확보하며 ‘월드 투어’를 감행하는 존재가 되었다. 이런 이야기는 이들을 좀 아는 사람이라면 지루할 것이다. 어쨌든 이들은 1980년대 이후 대중성과 평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게 되었고, 그래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전통 민속 레코딩(Best Traditional Folk Recording)” 부문이나 “최우수 월드 뮤직 앨범(Best World Music Album)” 부문 등에서 단골손님이 되었다. 특히 아일랜드의 록 음악인 밴 모리슨(Van Morrison)과 함께 작업한 1988년작 [Irish Heartbeat], 그리고 믹 재거(Mick Jagger), 마크 노플러(Mark Knopfler), 라이 쿠더(Ry Cooder) 등이 대거 참여한 1995년 작품 [Long Black Veil] 등은 ‘월드 뮤직의 명반’이자 ‘팝 음악과 월드 뮤직의 크로스오버’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윌리언 파이프(uilean pipe), 휘슬(tin whistle), 피들, 보우란(bodhran: 북), 콘쎄르니타(concertina: 소형 아코디언), 그리고 플루트(flute) 등으로 연주하는 이들의 독특한 음악 세계는 나중에 별도로 언급해야 할 것이다. 최근 이들은 그룹 결성 40주년을 맞이하여 [The Wideworld Over: A 40 Year Celebration]이라는 음반을 발표했다. 이 앨범은 대중음악계의 유명 아티스트들을 초대해서 재녹음하거나 라이브 공연을 레코딩한 것이나 영화 사운드트랙으로부터 커트한 것들을 모아 놓았다. 초대된 아티스트들, 이른바 ‘피처링 아티스트’의 면면을 보면 ‘로컬’이나 ‘포크’라는 단어보다는 ‘글로벌’이나 ‘월드와이드’라는 단어에 더 어울린다. 지기 말리(Ziggy Marley), 아트 가펑클(Art Garfunkel), 다이아나 크럴(Diana Krall), 조니 미첼(Joni Mitchell), 엘비스 코스텔로(Elvis Costello), 롤링 스톤스(The Rolling Stones), 린다 론슈태드(Linda Ronstadt), 스팅(Sting) 등등. 아일랜드의 ‘토종’ 음악인인 코어스(The Corrs), 밴 모리슨, 시냐드 오코너(Sinead O’Connor)도 물론 나왔다. 린다 론슈태드와 로스 로보스(Los Lobos)가 참여한 트랙은 당연히 멕시컨의 매운 소스맛이 풍기고, 지기 말리가 참여한 트랙은 카리브해의 야자수 냄새가 난다. 가히 ‘월드와이드 하이브리드(전세계적 잡종)’이다. 심지어 신시내티 팝스 오케스트라(Cincinatti Pops Orchestra)와 중국의 민속악기 앙상블 등 동서양의 클래식 혹은 세미클래식 음악과 협연한 트랙들도 실려 있다. 물론 개중에는 그저 맛배기에 지나지 않는 것도 있지만…. 이런 전략은 이미 여러 종 존재하는 ‘베스트’ 형식의 음반을 한 종 더 편집·발매하는 것보다는 좋은 선택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몇몇 트랙은 이전의 레코딩을 그대로 수록했고(“The Foggy Dew”, “The Rocky Road To Dublin”), 몇몇 라이브 트랙이나 영화의 사운드트랙은 치프턴스의 매니아이자 컬렉터라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한번쯤 들어보고는 다시 들어보지 않을 트랙들이다. ‘얄팍한 상술’이라고 한칼에 몰아붙이기에는 수록곡의 수도 많고 연주 시간(running time)도 길지만 ‘특별 아이템’ 이상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이건 치프턴스의 음반들과의 비교평가이다. 따라서 조금 시각을 달리해서 ‘지구화 시대에 지방(local)의 민속음악이 어떻게 생존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음악을 들으면 이 음반이 나름의 창조적 대응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건 다름 아니라 적극적인 문화전이(transculturation)를 감행하면서도 민속음악의 뿌리를 잃지 않는 것이다. 이건 물론 ‘가장 민족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라는 상투구를 반복하면서 ‘민족적인 것 = 전통적인 것’이라고 착각하는 것과는 다르다. 달라도 한참 다르다. 20020531 | 신현준 homey@orgio.net 7/10 수록곡 1. Medley: March of the King of Laois / Paddy’s Jig / O’Keefe’s – The Chattering Magpie (Reels) 2. The Foggy Dew (feat. Sinead O’Connor) 3. I Know My Love (feat. The Corrs) 4. Cotton Eyed Joe (feat. Ricky Skaggs) 5. The Magdalene Laundries (feat. Joni Mitchell) 6. Live From Matt Molloy’s Pub 7. Shenandoah (feat. Van Morrison) 8. Medley: The Munster Cloak/An Poc Ar Buille/Ferney Hill/Little Molly 9. Morning Has Broken (feat. Diana Krall and Art Garfunkel) 10. Morning Dew/Women of Ireland (The Love Theme from Barry Lyndon) 11. Mo Ghile Mear (feat. Sting) 12. Carolyn’s Concerto 13. Guadalupe (feat. Linda Rondstadt & Los Lobos) 14. Full of Joy (feat. Chinese Ensemble) 15. Here’s A Health To The Company 16. Chasing The Fox (feat. Cincinnati Pops Orchestra) 17. Long Journey Home (feat. Elvis Costello) 18. The Rocky Road To Dublin 19. Redemption Song (feat. Ziggy Marley) * 한국의 라이센스 음반은 반은 수록곡의 순서가 다르다. (다른 지면에) 리뷰를 쓴다는 이유로 음반을 무상으로 제공받은 처지에 할 말이 아닌지는 몰라도 헷갈리는 일은 별로 좋은 건 아닌 듯하다. 관련 사이트 (호미 언니의) 치프턴스에 대한 간략한 소개([한겨레 21]) http://homey.compuz.com/zboard/view.php?id=overview&no=167 치프턴스 사이트 http://members.shaw.ca/chieftains/ 아일랜드 민속음악 사이트 http://www.contemplator.com/folk.html 아일랜드 민요 사이트 http://www.acronet.net/~robokopp/irish.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