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601100746-sexteto20mayorSexteto Mayor – Trottoirs de  Buenos Aires – De Gardel a Piazzolla – Network, 1995

 

 

거장 연주인들의 탱고 고전에 대한 헌정

재즈, 탱고, 손(son) 등 20세기 초에 출현하여 한 시대를 풍미한 대중음악이 20세기 후반 이후 서서히 ‘상업성’을 잃기 시작하는 원인들 중 하나는 ‘자본주의적 합리화’로 보인다. 다름 아니라 멤버들을 다 먹여살리면서 거대한 규모의 악단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탱고도 예외는 아니라서 한때 ‘빅 밴드’ 형태의 악단으로 전성기를 누리던 탱고 역시 1950년대 이후 위기를 맞았다. 한 통계에 의하면 1925년 경 아르헨티나에서의 총 음반 판매량에서 탱고의 비중은 90%에 이르렀지만 1950년에 이르면 40.5%에 머물고 그 뒤로는 젊은이들이 외면함에 따라 더욱 쇠퇴했다.

물론 1960년대 아스또르 삐아솔라의 누에보 땅고(nuevo tango)가 탱고를 혁신시켰다는 사실은 누구나 아는 사실일 것이다. 그렇지만 삐아솔라의 악단조차도 5인조(quinteto)였고, 말년에 6인조(sexteto)를 실험한 정도다. 현재 가장 큰 규모의 탱고 악단은 6인조(sexteto) 수준이다. 반도네온의 거장 호세 리베르뗄라(Jose Libertella)와 루이스 스따소(Luis Stazo)가 이끄는 섹스떼또 마요르(Sexteto Mayor)는 섹스떼또 베를링히에리(Sexteto Berlingieri)와 더불어 성공적인 6인조 탱고 악단으로 평가받고 있다. 1973년에 결성된 섹스떼또 마요르는 6인조라고는 하지만, 첼로와 기타가 편성된 아스또르 삐아솔라의 말기의 6인조와 달리 바이올린 두 대가 있다. 정리하면 두 대의 반도네온, 두 대의 바이올린, 피아노, 더블 베이스가 이들의 악단 편성이다.

독일의 월드 뮤직 전문 레이블 네트워크에서 프로듀서 크리스티안 숄츠(Christian Scholze)를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파견하여 제작한 이 앨범은 “가르델부터 삐아솔라까지”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탱고의 고전들에 대한 ‘헌정(tribute)’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는 유럽의 클래식 음악이나 미국의 재즈 음악처럼 탱고가 이미 창작보다는 연주가 지배적 관행이 되었음을 말해 준다. 그래서 몇몇 곡은 이들의 전작인 [A Passion for Tango]에도 수록된 작품들이고(“Uno”, “Milonga de Mis Amores”, “Rapsodia de Arrabal”, “Libertango”, “El Dia Que Me Quieras” 등), 새롭게 해석하여 레코딩한 작품들도 있다(“Paris Otonal”, “Volver”, “Don Juan”, “Como dos Extranos”, “Malena” 등).

이 앨범에서 가장 매력적인 것은 아르헨티나의 톱 가수 아드리아나 바렐라(Adriana Varela)가 참여한 것이다. 가르델의 명곡 “Volver”를 비롯하여 “Silvando”, “Malena”, “Como dos Extranos” 등에서 그녀의 노래와 오케스트라의 결합은 ‘빈틈없다’는 말 이외에는 다른 표현을 잘 찾을 수 없다. 테클라도스(트랙 8, 19번 트랙), 퍼커션(1, 8, 15, 19번 트랙) 등 탱고에서는 그리 많이 쓰이지 않는 악기의 배치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한마디로 탱고에 ‘전반적으로 입문(혹은 수박겉핥기)’하려는 욕망과 더불어 ‘현재의 최고 수준’까지 느끼고 싶은 욕망이 있을 때 이 음반을 고른다면 큰 행운이다. 20020528 | 신현준 homey@orgio.net

8/10

P.S. 이 음반은 독일에서는 1995년, 미국 등지에서는 1997/8년 경 배급되었고, 한국에서는 최근 정식 수입되었다.

수록곡
1. Tanguera
2. Paris Otonal
3. Invierno Porteno
4. Del 73
5. Uno
6. Silbando
7. Volver
8. Libertango
9. Don Juan
10. Rapsodia De Arrabal
11. Trottoirs De Buenos Aires
12. La Cachila
13. Como Dos Extranos
14. Malena
15. Milonga De Mis Amores
16. Organito Arrabalero
17. El Dia Que Me Quieras
18. Verano Porteno
19. Fuga Y Mister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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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사이트
‘또도 땅고’ 사이트에서의 섹스떼또 마요르 소개
http://www.todotango.com/english/creadores/sexteto_mayor.html
섹스떼또 마요르 사이트(독일어)
http://www.tangomusic.de/sexteto_mayor/
‘탱고 앨범 100선 사이트’에서의 음반 리뷰
http://www.tango.montreal.qc.ca/trot.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