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il Young – Harvest – Reprise, 1972 닐 영의 최대 성공작이자 영원한 굴레 닐 영(Neil Young)의 네 번째 앨범 [Harvest]는 오늘날까지도 그의 ‘대표작’으로 널리 꼽히는 음반이다. “닐 영”하면 바로 이 음반을 떠올리는 이들도 많다. 주로 ‘불멸의 명곡’인 “Heart Of Gold” 덕분이다. [Harvest]와 “Heart Of Gold”는 닐 영에게 ‘일등’의 위치를 부여했다. [Harvest]는 미국과 영국 모두에서 차트 1위에 올랐으며, 그 해 가장 많이 팔린 앨범이 되었다. 빌보드 싱글 차트 1위는 물론이고 한국의 동네 노래방의 기계에도 빠짐없이 입력되어 있는 “Heart Of Gold”의 명성은 더 이상 강조해봐야 무엇하겠는가. [Harvest]의 대성공은 명백히 시대 상황의 산물이다. 68 혁명, 베트남 전쟁에 대한 반대 시위, 우드스탁 등으로 대표되는 1960년대 말 서양 사회의 격변기는, 1970년대로 들어서면서 진정 국면을 맞았다. 이래저래 지치고 좌절한 대중은 시끄럽고 공격적인 하드 록이나 싸이키델릭보다는 좀 더 부드럽고 내면의 심경을 어루만져 주는 ‘컨트리 스타일의 어쿠스틱 발라드’에 마음을 뺏기고 있었다. 이른바 ‘뉴 록(new rock)’이라 불린 새로운 주류 록의 도래였다. 캘리포니아를 중심으로 하는 싱어송라이터들이 주축을 이룬 ‘뉴 록커’들은 내면세계에 잠기고픈 영미인의 풍경을 대변해주고 있었다. 모두들 [Harvest]를 시대의 흐름을 힘껏 껴안은 (다시 말하자면 상업적 의도가 다분한) 음반으로 여겼다. 사실 그럴 만도 했다. 참된 사랑을 찾아 헤매는 이의 어지러운 심정을 담은 음반 전체의 주제 의식도 그러했고, 어쿠스틱 포크를 기반으로 하여 하모니카, 스틸 기타, 밴조 등의 연주가 두드러진 ‘컨트리’ 사운드는 다분히 ‘시류 영합’의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제임스 테일러(James Taylor)와 린다 론스태트(Linda Ronstadt) 등 당대 인기 뮤지션들의 참여는 이 같은 혐의를 더욱 짙게 한다. 물론 오늘날 다시 들어보아도 [Harvest] 음반 전체에 드리워진 상업성을 그리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3분짜리 팝송의 완벽한 구조를 지닌 “Heart Of Gold”는 말할 것도 없고, 이 노래의 연장선상에 있는 “Out On The Weekend”와 “Old Man”, 닐 영의 평생지기 중 하나였던 연주가 겸 편곡자 잭 니체(Jack Nitzsche)와 영국까지 날아가 런던 월드 심포니 오케스트라(London World Symphony Orchestra)의 웅장한 반주를 배경으로 하여 녹음한 “A Man Needs A Maid”와 “There’s A World” 등은 명백히 ‘인기곡’의 요소를 강하게 함유하고 있다. 하지만 ‘비상업적’인 요소도 아예 배제된 건 아니었다. 옛 동료인 데이빗 크로스비(David Crosby), 스티븐 스틸스(Stephen Stills), 그레이엄 내쉬(Graham Nash)가 참여한 “Alabama”와 “Words(Between The Lines Of Age)”는 [Everybody Knows This Is Nowhere]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듣는 이의 마음을 짓누르는 기타 연주가 묵직한 여운을 주는 노래들이다. 간결하면서도 섬뜩함을 안겨주는 어쿠스틱 소품 “The Needle And The Damage Done”은 이후 닐 영의 커다란 침체를 야기 시켰던, 대니 위튼(Danny Whitten)의 마약 과다 복용으로 인한 죽음을 예견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렇게 보면 비록 닐 영은 결코 인기만을 추구했다고 볼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비타협적인 자세를 취했던 것도 아님을 알 수 있다. 즉 그는 [Harvest]를 통해 자신이 견지하던 음악 세계를 세상과 무리 없이 소통하려는 의지를 사려 깊게 펼쳐내고 있었던 것이다(이는 다르게 말하자면, 당시 그가 걸었던 음악적 노선이 어찌 됐든 당대 영미 대중의 취향과 유행에 잘 부합되는 면도 있었을 거라는 의미도 된다). 하지만 [Harvest]는 닐 영이 기대했던 것 이상의 성과를 거두었고, 가뜩이나 예민하고 흔들리기 쉬운 성격의 소유자인 그를 혼란에 빠뜨렸다. 근본적으로 그는 ‘뮤지션’이지만, ‘인기 가수’로만 바라보려는 대중의 고정관념(불행히도 이러한 편견은 오늘날까지 쉽사리 지워지지 못하는 듯하다)에 직면해야 했다. 신중하게 진행하던 세상과의 소통은 두절되기 시작했다. 그는 고의로 대중들의 기대에 역행하여 연주하기 시작했고, 극단적으로 암울하고 비관적인 노래만 불렀다. 그것은 대중들이 열망하던 ‘위안’이 아니라 적대감과 환멸로 가득찬 ‘위협’이었다. 그를 둘러싼 상황도 어두워져 갔다. 목과 등에 발생한 질병, 아들 제이크(Zeke)의 뇌성마비, 백 밴드 크레이지 호스(Crazy Horse)의 기타리스트 대니 위튼과 로디 브루스 베리(Bruce Berry)의 약물과용사 등은 닐 영을 한없이 가라앉게 했다. 1975년 그동안 결별했던 크레이지 호스와 다시 만날 때까지, 그는 3년 여 동안 극도의 슬럼프를 겪어야 했다. 위와 같은 ‘사전 지식’을 갖고 [Harvest]를 다시 들어보면, 우울함과 서글픔의 정조로 꽉 메워져 있는 닐 영의 콧소리 가득한 보컬이 결코 예사롭지 않다. 즉 끝없는 하강의 늪으로 미끄러져 내려갈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으로 온 몸을 떠는, 정점에 오른 자의 고립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이는 물론 닐 영의 인생 역정을 대강이나마 알고 듣는 이의 ‘확대 해석’에 불과하겠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20020526 | 오공훈 aura508@unitel.co.kr 7/10 * 여담 1: 수록곡 중 “Are You Ready For The Country?”는 이 음반의 오리지널보다는 컨트리 노장 웨일런 제닝스(Waylon Jennings)의 리메이크로 더 유명한 노래다. * 여담 2: 수록곡 중 “Alabama”는 [After The Gold Rush]에 있는 “Southern Man”의 속편 격에 해당되는 노래로, 이 두 노래는 서던 록 밴드 레너드 스키너드(Lynyrd Skynyrd)를 격분시켜 “Sweet Home Alabama”를 만들게 했다. 이 노래가 들어간 레너드 스키너드의 [Second Helping](1974)에는 닐 영의 “The Needle And The Damage Done”을 의식한 “The Needle And The Spoon”이라는 곡도 있다. 한편, “Alabama”의 일부 기타 리프와 소절은 먼 훗날 닐 영이 펄 잼(Pearl Jam)과 협연한 [Mirror Ball](1995) 음반 군데군데에 다시 등장한다. 수록곡 1. Out On The Weekend 2. Harvest 3. A Man Needs A Maid 4. Heart Of Gold 5. Are You Ready For The Country? 6. Old Man 7. There’s A World 8. Alabama 9. The Needle And The Damage Done 10. Words (Between The Lines Of Age) 관련 글 소설(小說)로 보는 Rough Guide To Neil Young – vol.4/no.11 [20020601] Neil Young [Are You Passionate?] – vol.4/no.11 [20020601] Neil Young [Neil Young] – vol.4/no.11 [20020601] Neil Young With Crazy Horse [Everybody Knows This Is Nowhere] – vol.4/no.11 [20020601] Neil Young [After The Gold Rush] – vol.4/no.11 [20020601] Neil Young [Harvest] – vol.4/no.11 [20020601] Neil Young [On The Beach] – vol.4/no.11 [20020601] Neil Young & Crazy Horse [Tonight’s The Night] – vol.4/no.11 [20020601] Neil Young & Crazy Horse [Zuma] – vol.4/no.11 [20020601] Neil Young & Crazy Horse [Comes A Time] – vol.4/no.11 [20020601] Neil Young & Crazy Horse [Rust Never Sleeps] – vol.4/no.11 [20020601] Neil Young & Crazy Horse [Lucky Thirteen] – vol.4/no.17 [20020901] Neil Young & The Bluenotes [This Note’s For You] – vol.4/no.17 [20020901] Neil Young [Freedom] – vol.4/no.12 [20020616] Neil Young & Crazy Horse [Ragged Glory] – vol.4/no.12 [20020616] Neil Young & Crazy Horse [Arc] – vol.4/no.12 [20020616] Neil Young [Harvest Moon] – vol.4/no.12 [20020616] Neil Young & Crazy Horse [Sleeps With Angels] – vol.4/no.12 [20020616] Neil Young [Mirror Ball] – vol.4/no.12 [20020616] Neil Young [Dead Man] – vol.4/no.17 [20020901] Neil Young [Silver And Gold] – vol.2/no.13 [20000701] 관련 사이트 Neil Young 공식 사이트 http://www.neilyoung.com Neil Young 비공식 사이트 http://www.hyperrust.org Neil Young 팬 사이트 http://www.ogctheatre.com/oldgreycat/neil.htm http://www.azlyrics.com/y/young.html http://www.tapersalmanac.com/neilsongs.html CD Now의 “The 10 Essential Neil Young Albums” http://www.cdnow.com 영국의 음악 평론가 실비 사이먼즈(Sylvie Simmons)의 Neil Young 음반 가이드 http://www.q4music.comn_the_media.html/promoid=6264 영국의 음악 평론가 실비 사이먼즈(Sylvie Simmons)의 Neil Young 음반 가이드 http://www.q4music.com/buyersguides/DisplayList_ArtistByArtist.cfm?ObjectUUID=4D1B859C-9AC6-11D4-84430002553035E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