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529062953-0411neilyoung_afterthegoldrushNeil Young – After The Gold Rush – Reprise, 1970

 

 

어둡고 슬픈 닐 영 클래식

“1970년이라는 시점은 1960년대라는 불과 비(‘fire and rain’)의 시대가 지나가고… 어쩌고”라고 말하는 것은 사실 시건방 떠는 이야기다. 그 시기를 그 공간에서 제대로 겪지도 않은 주제에 말이다. 닐 영의 이전 작품과 이후 작품을 비교하면서 [After The Gold Rush]를 음미하는 것도 비슷한 시건방일지 모른다. 그때 직접 들은 것이 아니라 나중에 ‘한꺼번에’ 들었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한꺼번에 들으면서 비교해 본다면 [Everybody Knows This is Knowhere]가 거친 하드 록이고 [Harvest]가 대중적인 포크 록이라면 [After The Gold Rush]는 시기적으로나, 음악적으로나 ‘경계에 위치한’ 작품이다. ‘경계에 위치해 있다’는 엉성한 절충으로 끝나버리는 경우를 적당히 미화하기 위한 표현일 때가 많지만, 이 경우는 전혀 그렇지 않다.

크로스비, 스틸스, 내쉬 앤 영(Crosby, Stills, Nash & Young)의 포크 록/컨트리 록 스타일의 “Tell Me Why”, 그리고 피아노의 서정적 연주와 시적 이미지를 풍기는 가사가 어우러진 “After The Gold Rush”는 이제는 ‘닐 영의 두 개의 고전적 스타일’이라고 부를 만한 곡이다. 왈츠풍의 세 박자 리듬을 가진 “Only Love Can Break Your Heart”은 앞의 두 트랙을 ‘변증법적으로 종합한’ 것처럼 나른하면서도 유쾌하고, 비관적이면서도 희망을 간직한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이게 결론일까. 하지만 원만한 종합은 여기서 그쳐 버린다. 이어 등장하는 “Southern Man”은 ‘격노’라는 촌스러운 표현 이외의 다른 표현을 찾기 힘들 정도로 거칠고 날카롭고 그리고 살벌하다. 특히 종반부의 기타 솔로는 “Cowgirl In The Sand”([Everybody Knows This is Knowhere] 수록)이나 “Cortez The Killer”([Zuma] 수록)의 기타 솔로가 ‘뭐 있는 것 같기는 한데 솔직히 좀 지루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이 곡에는 만족할 것이다. 이제 와서 이 곡을 논하면서 서던 록 밴드 레너드 스키너드(Lynyrd Skynyrd)와의 설전을 언급하는 것은 흥미거리 이상은 아닐 것이다.

그 뒤로는 대체로 포크/컨트리 스타일의 만가(輓歌)들이 이어진다. 구슬픈 닐 영 특유의 창법인 낑낑거림(whining)이 보컬 하모니, 하모니카 선율, 피아노의 무드 있는 연주 등과 어우러지면서 지금 들어도 ‘이유 없는 슬픔’에 젖게 된다. “Don’t Let It Bring You Down”과 “When You Dance You Can Really Love”는 ‘로킹’한 무드가 견지되지만 어둡고 내향적인 분위기를 역전시키지는 못한다. 그리고 “Birds”에서는 닐스 로프그렌(Nils Lofgren)의 피아노 연주가 더욱 서정적이 되고 닐 영의 낑낑거림은 ‘청승’의 단계로 접어든다. 다음과 같은 후렴구의 가사를 알아듣는다면 눈물이 와락 흘러내릴지도 모른다. “내가 당신을 두고 날아가 버리는 것을 볼 때 / 당신이 알고 있는 것들 위에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 깃털은 당신 주위에 떨어지고 / 그리고 당신이 가야 할 길을 보여주지 / 지나가 버렸어. 지나가 버렸어(When you see me fly away without you / Shadow on the things you know / Feathers fall around you / And show you the way to go / It’s over, it’s over)”. 개인적 소감일 뿐이지만 레드 하우스 페인터스(Red House Painters)의 “Shadows”([Ocean Beach](1995) 수록)의 뿌리를 찾은 듯한 느낌까지 드는 곡이다.

이런 가사가 단지 연인을 떠나보내는 개인의 감정을 노래한 것인지, 아니면 한 시대가 지나갔다는 집단의 정서를 노래한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그렇지만 ‘지나갔다’는 상실감이 언제나 존재하는 한 이런 정서가 주는 공감은 영원할 것 같다. 그러다 보면 단지 이 곡만이 그런 것이 아니라 앨범 전체가 ‘떠나보내는’ 느낌으로 구성되어 있음을 재차 확인하게 된다. 이 대목에서 ‘(미국과 캐나다에서) 1970년이라는 시점’에 대해 다시 언급해 볼까. 그럴 필요는 없다. 특정한 시대의 감정을 잘 표현한 작품이 ‘시대를 초월하는’ 가치를 갖게 된다는 역설적 진리를 확인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20020526 | 신현준 homey@orgio.net

10/10

P.S. “After The Gold Rush”는 1996년 경 일부에서‘패닉의 “달팽이”가 이 곡을 표절했다’는 혐의를 둔 바로 그 곡이다. 나의 개인적 견해로는 표절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느낌’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달팽이”가 이제 막 세상에 나오는 젊은이의 ‘희망가’라면 “After The Gold Rush”는 ‘절망가(?)’이다.

수록곡
1. Tell Me Why
2. After The Gold Rush
3. Only Love Can Break Your Heart
4. Southern Man
5. Till The Morning Comes
6. Oh, Lonesome Me
7. Don’t Let It Bring You Down
8. Birds
9. When You Dance You Can Really Love
10. I Believe In You
11. Cripple Creek Fe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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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사이트
Neil Young 공식 사이트
http://www.neilyoung.com
Neil Young 비공식 사이트
http://www.hyperrust.org
Neil Young 팬 사이트
http://www.ogctheatre.com/oldgreycat/neil.htm
http://www.azlyrics.com/y/young.html
http://www.tapersalmanac.com/neilsongs.html
CD Now의 “The 10 Essential Neil Young Albums”
http://www.cdnow.com
영국의 음악 평론가 실비 사이먼즈(Sylvie Simmons)의 Neil Young 음반 가이드
http://www.q4music.comn_the_media.html/promoid=6264
영국의 음악 평론가 실비 사이먼즈(Sylvie Simmons)의 Neil Young 음반 가이드
http://www.q4music.com/buyersguides/DisplayList_ArtistByArtist.cfm?ObjectUUID=4D1B859C-9AC6-11D4-84430002553035E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