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n Spencer Blues Explosion – Plastic Fang – Matador, 2002 반복된 유머, 익숙한 사운드 화이트 스트라이프스(The White Stripes)가 록 음악의 원초적인 에너지를 불러오기 전 이미 그들은 날 것 그대로의 사운드가 어떤 것인지 보여주었다. 루츠 음악이 새로운 화두가 되기 전 이미 그들은 블루스와 로큰롤을 맘대로 주무르고 있었다. 비록 미디어나 대중의 뜨거운 관심을 받은 적은 없었고 마타도어(Matador) 레이블에서도 간판급 밴드는 아니었지만, 그들은 분명 1990년대 초중반 가장 흥미롭고 유쾌한 실험을 자행했던 밴드였다. 그럼 이들 식으로 소개를 올려보자. Ladies and gentlemen, right now I gotta tell you about the fabulous and most groovy Jon Spencer Blues Explosion!!! 실험적인 노이즈 펑크 밴드 푸시 갤로어(Pussy Galore) 출신의 존 스펜서를 주축으로 한 뉴욕의 3인조 밴드 존 스펜서 블루스 익스플로전은 1990년 결성된 이래 훵키한 그루브와 즉흥적인 필을 앞세운 생동감 넘치는 음악을 선보였다. 화이트 스트라이프스처럼 베이스 없는 악기 편성이라 거칠고 건조한 톤의 음악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들의 가장 큰 무기는 바로 뒤틀기에 있다. 블루스의 근엄하고 고고한 인상이 이들의 찌그러진 기타와 울부짖는 보컬을 거치면서 희화화되는 것이다. 특히 엘비스 프레슬리를 연상시키는 존 스펜서 특유의 과장과 허세, 에고이즘은 이들의 트레이드마크였다. [Plastic Fang]은 직선적이고 단순한 로큰롤 스타일을 고수한 느낌이다. 첫 곡 “Sweet N Sour”부터 스피커를 힘있게 울려댄다. 싱글로 발표된 “She Said”에서 보여진 블루스 풍의 기타 솔로와 리듬감의 조화나 “Over and Over”에서 두 대의 기타가 벌이는 불꽃튀는 경연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엘비스 프레슬리가 다시 살아난 것 같은 “Shakin’ Rock ‘N’ Roll Tonight”, 초기 블루스 스타일을 재현한 셔플 리듬의 “Down in the Beast”는 이들이 아니면 맛보기 힘든 사운드이다. 그런데 이 음반을 들을 때는 사운드가 가진 물질성에 압도당하지만, 일단 돌아서면 다시 듣고 싶은 생각이 별로 들지 않는다. 무슨 이유일까? 우선 이제껏 이들이 해왔던 스타일에서 그다지 벗어나지 않는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반복된 유머는 재미가 없는 것일까. 사운드에 익숙해진 탓일까. 여기에 앨범 곳곳에 들어간 중간템포의 곡들, 가령 “Killer Wolf”, “Hold On”, “Mother Nature”는 그저 밋밋한 느낌만을 줄 뿐 앨범의 흡인력을 떨어트린다. 닥터 존(Dr. John, 기타)과 버니 워럴(Bernie Worrell, 키보드)이 “Hold On”에 참여하고 스티브 조던(Steve Jordan)이 앨범의 프로듀싱을 맡았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더불어 주체할 수 없는 생동감과 뒤틀기의 매력이 감소된 탓에 이들을 평범한 로큰롤 밴드 이상으로 만드는 뭔가를 찾기가 어렵다. 이것은 지난 앨범 [Acme]와 비교해보면 더욱 아쉬운 대목이다. 사실 이 앨범은 앞서의 앨범들에 비해 다소 가라앉은 분위기였지만, 힙합과 테크노를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독특한 텍스처를 만들어낸 “Talk about the Blues”와 “Attack”에서 보듯 분명 새로움이 있었다. 그래서 이어지는 작업에 따라 얼마든지 재평가를 받을 수 있는 미완의 시도였던 것이다. 그런데 [Plastic Fang]이 단순한 로큰롤로 돌아감으로써 [Acme]마저 어중간한 시도로 만들어놓고 있다. 라디오헤드(Radiohead) 수준의 낯섦을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이들에겐 지금이야말로 한 단계의 도약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평범함과 비범함은 상대적인 가치라서 이 앨범을 평범하다고 단정지을 수만은 없다. 이 앨범으로 존 스펜서 블루스 익스플로전을 처음 접했다면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고 즐거워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남들보다 앞서 루츠 음악의 포스트모던한 가능성을 탐구했던 이들이 이 정도에 안주하는 모습은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더욱이 네오 거라지 록이 주목받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일종의 선구자로서의 창조적인 응답을 기대했다면 아쉬움은 더할 것이다. 20010526 | 장호연 bubbler@naver.com 5/10 수록곡 1. Sweet N Sour 2. She Said 3. Money Rock ‘N’ Roll 4. Killer Wolf 5. The Midnight Creep 6. Hold On 7. Down in the Beast 8. Shakin’ Rock ‘N’ Roll Tonight 9. Over and Over 10. Mother Nature 11. Mean Heart 12. Point of View 관련 글 White Stripes [White Blood Cells] 리뷰 – vol.3/no.23 [20011201] 관련 사이트 마타도어 JSBX 페이지 http://www.matadorrecords.com/jsbx/index.html 뮤트의 JSBX 페이지 http://www.mutelibtech.com/jsbx/index.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