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ves – Your New Favourite Band – Poptones, 2002 First Cool ‘Hives’ 사실 이쪽 바닥에 주목을 하지 않는 이상, 스웨덴 출신의 거라지 록 밴드라는 건 좀 낯설 수 있다. 흔히 아바(ABBA)나 잉베이 말름스틴(Yngwie Malmsteen) 정도로 스웨덴의 대중음악을 기억하는 경우가 일반적일 수 있으니까. 그런데 이 하이브스(The Hives)라는 밴드는 최근 상당한 주목을 받고 있는 신예라고들 한다. 일단은 스트록스(The Strokes)나 화이트 스트라이프스(The White Stripes) 등과 함께 ‘거라지 록 리바이벌(garage rock revival)’의 주역으로 일컬어지고 있는 일군의 밴드들 중에서 특히 북유럽쪽의 경향을 대표한다고 평가 받는데…. 여기에서 북유럽에 대한 또다른 편견. 그쪽은 데쓰 메탈이나 다크 앰비언트만 하는 거 아니었나? 막상 첫 곡 “Hate to Say I Told You So”를 듣기 시작하니, 예상과는 달리 상당히 흥겨운 느낌이 다가온다. 의외로 블러(Blur)의 “Song 2” 같은 느낌. 그렇다고 브릿 팝의 느낌은 아니고…. 기타 리프는 조금은 스투지스(The Stooges)의 “Search & Destroy”를 연상케 한다. 그렇다면 이 친구들은 거라지 록을 요즘 취향에 맞게 다듬은 쪽인가? 그런데 몇몇 트랙을 지나면서 이들의 사운드가 그렇게 감각적으로 요즘 추세를 따라가는 것만은 아니라는 느낌도 강하게 다가온다. “Here We Go Again”이나 “A.K.A. I-D-I-O-T”같은 곡들은 차라리 오프스프링(The Offspring)에 가깝지 않은가? 그런데 그건 에너지가 충만한 샤우팅 창법의 보컬에서 연상되는 쪽이지만, 이 단순 반복의 극치인 기타 리프(이건 정말 리프뿐이군)는 또 뭔가. 어떤 의미에서는 1970년대 하드 록 같기도 하고. 수많은 모던 록 밴드들의 트레이드 마크중 하나인 ‘징징거리는’ 퍼즈 톤은 찾아볼 수도 없군. 이런 광포한 스피드감은 1980년대 하드코어 펑크에서 온 듯하기도 하고…. 그러고 보니 데드 케네디스(Dead Kennedys)와 유사하다고 생각되기도. 그런데 하이브스의 톤이 데드 케네디스처럼 강경하다고는 전혀 볼 수 없다. 오히려 팝적이고 때로는 유치찬란한 느낌마저 들어온다. 차라리 라몬스(Ramones)가 더 가깝다고 생각되는 건 왜일까. 이후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하이브스는 멤버들의 나이가 아직 10대였던 1993년 경부터 활동을 시작한, 상당한 경력의 밴드라고 할 수 있었다-그런 의미에서 그들의 사운드는 단순한 만큼 탄탄하다. 보컬리스트 하울린 펠레 알름퀴비스트(Howlin’ Pelle Almqvist)와 기타리스트 니콜라우스 아르슨(Nicholaus Arson) 형제를 중심으로, 스웨덴의 파거스타(Fagersta)라는 중소도시에서 결성되었던 이들은 1990년대 중반 경부터 라이브로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는데, 지독한 스피드로 밀어붙이는 이들의 펑크 록 사운드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은 일부에게는 혼란과 경멸로 나타난 반면 열광적인 지지자들을 양산하기도 하였으며, 지역에서의 인지도가 이렇듯 확산됨에 따라, 1995년 경에는 버닝 하트(Burning Heart) 레이블과 계약하여 정식 레코딩을 준비하게 된다-비록 아직 하이브스의 성공을 확신하지 못한 음반사가 자매 레이블을 통해 미니 앨범 [Oh Lord! When? How?]를 발매하게 하였지만. 이러한 테스트를 통해 가능성을 검증받은 이들이 1997년 발표한 첫번째 정규 음반 [Barely Legal]은 이들에게 스웨덴 내에서의 확고한 입지를 부여했고, 연이어 펼친 순회공연을 통해 점차 국제무대에도 이름을 알리게 되었다. 이어지는 [A.K.A. I-D-I-O-T] (1998, EP), 두번째 정규 음반 [Veni Vidi Vicious] (2000)의 연달은 성공 후, 2001년 발매된 본 앨범 [Your New Favourite Band]는 영국을 중심으로 한 해외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위한 편집 음반으로, 이전 앨범들의 수록곡과 신곡들이 담겨 있다. 하이브스의 사운드는 앞서 언급한 대로 지극히 깔끔하고 스트레이트한 로큰롤이다. 외면적으로는 단순하고 직선적인 펑크 록의 모양새를 가지고 있지만, 1990년대의 네오 펑크 밴드들보다 훨씬 강력한 동시에 둔중한 톤을 가지고 있다-단순무식하게 밀어붙이는 리듬 파트는 차라리 1980년대의 펑크 록 사운드에 가깝다. 게다가 동일한 코드를 계속 ‘두드려대는 것’에 가까운 기타 리프 또한 이들 사운드의 가장 특징적 요소이다. 어떤 측면에서 이들의 음악은 심지어 1970년대의 하드 록 사운드를 연상해도 무리가 없을 듯 싶고, 1990년대에 나타난 모던 록의 요소들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모던 록 밴드들이 행하였던 다양한 장르 교배는, 이들에게선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 없다. 그런데 보통 이러한 ‘재활용’ 음악들은 필연적으로 ‘아류인가 재창조인가’라는 문제와 맞닥뜨리기 마련이다. 1990년대 이후 등장한 록 음악들 중에서 진정으로 ‘새로운 것’이 있었다고 할 수 있을까? 게다가 1990년대 이후의 다양한 음악적 흐름 중 일부는 언론의 과다한 부풀림을 통해 지나치게 과장된 사례들이 존재한다-물론 이는 그만큼 록 음악의 쇠퇴를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겠지만. 그런 의미에서, 하이브스의 음악을 거라지 록과 펑크의 다양한 유산을 착취한 ‘패스티쉬(pastiche)’라고 악평하는 것도 일견 근거있어 보이기는 하다. 하지만 이는 역으로 일종의 ‘오리엔탈리즘적’ 사고일 수도 있으리라. 영미권의 록 음악의 흐름과는 동떨어진 상태에서 자신들만의 길을 걸어온 밴드에게, ‘우리가 한참 전에 하던 걸 하는군’ 하면서 비웃고 ‘과거의 것을 그대로 가져올 뿐 새로운 감각으로 포장하지 못했다’라고 비판하기에는, 이들의 음악이 분명 강건한 ‘날 것 그대로의 힘(raw power)’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역으로 스트록스와 같은 밴드의 과대 평가를 되돌아보는 계기일 수도 있다-물론 스트록스를 ‘거라지 록 리바이벌 밴드’라 보기는 힘들지만, 최근의 록의 근원으로 돌아가자는 흐름이 주목받게 된 계기로 이들의 대중적 성공이 한몫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위와 같은 하이브스에 대한 혹평을 스트록스에 적용한다면, 심지어 “리프와 기타 연주 방식만 벨벳 언더그라운드(The Velvet Underground)로부터 빌려온 오아시스(Oasis)”라는 극단적인 평가도 나올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하이브스에게서 느껴지는 그들의 록 음악에 대한 열정은, 최근 매체들의 들뜬 평가에 휩쓸리기 보다는 자신 만의 길을 꾸준히 갈 것 같은 기대를 가지게 한다. 심지어 라몬스처럼 10년이 넘도록 록의 기본에만 충실할 수도 있겠고-그런데 상대적으로 신작인 [Veni Vidi Vicious]의 수록곡들이 상대적으로 스피드가 줄고 좀더 곡선적인 구성으로 변화했다는 점은, 이들의 음악에 있어 새로운 변화의 조짐을 느끼게 한다. 이는 향후 신작에서 더 구체적으로 드러나리라. 20020415 | 김성균 niuuy@unitel.co.kr 8/10 *사족 : 하이브스의 모든 노래를 작사, 작곡하며 실질적인 리더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랜디 핏츠시몬스(Randy Fitzsimmons)라는 인물은 철처히 배후에 가려진 채 매체에 드러나지 않기로 유명한데, 불분명한 이유로 멤버들 역시 이에 대해 함구로 일관하고 있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멤버들이 하이브스의 음악적 아이디어 대부분을 모두 핏츠시몬스의 공으로 돌리고 있다는 사실. 수록곡 1. Hate to Say I Told You So 2. Main Offender 3. Supply and Demand 4. Die, All Right! 5. Untutored Youth 6. Outsmarted 7. Mad Man 8. Here We Go Again 9. A.K.A. I-D-I-O-T 10. Automatic Schmuck 11. Hail Hail Spit N’Drool 12. The Hives Are Law, Your Are Crime 관련 글 네오 거라지 록의 부상 : 지금까지의 이야기 – vol.4/no.10 [20020516] Garage Roots MC5 [Kick Out The Jams] 리뷰 – vol.4/no.10 [20020516] The Stooges [The Stooges] 리뷰 – vol.4/no.10 [20020516] Various Artists [Nuggets] 리뷰 – vol.4/no.10 [20020516] US Neo Garage Rock Various Artists [Sympathetic Sounds of Detroit] 리뷰 – vol.4/no.10 [20020516] Detroit Cobras [Life Love and Leaving] 리뷰 – vol.4/no.10 [20020516] Von Bondies [Lack of Communication] 리뷰 – vol.4/no.10 [20020516] Yeah Yeah Yeahs [Yeah Yeah Yeahs EP] 리뷰 – vol.4/no.10 [20020516] Immoratal Lee County Killers [The Essential Fucked Up Blues] 리뷰 – vol.4/no.10 [20020516] Vue [Find Your Home] 리뷰 – vol.4/no.10 [20020516] White Stripes [White Blood Cells] 리뷰 – vol.3/no.23 [20011201] Buff Medways [This Is This] 리뷰 – vol.4/no.4 [20020216] Scandinavian Neo Garage Rock Hellacopters [High Visibility] 리뷰 – vol.4/no.10 [20020516] Flaming Sideburns [Hallelujah Rock ‘N’ Rollah] 리뷰 – vol.4/no.10 [20020516] 관련 사이트 The Hives 공식 사이트 http://www.hives.n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