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aming Sideburns – Hallelujah Rock ‘n’ Rollah – Bad Afro, 2001 순수한 쾌락 추구의 흥겨운 한마당 1995년 핀란드에서 결성된 플레이밍 사이드번즈(The Flaming Sideburns)는 1960년대 분위기 물씬 풍기는 거라지 펑크를 연주하는 밴드다. 북유럽 밴드이지만 보컬리스트 에두아르도 마티네즈(Eduardo “Speedo” Martinez)의 영향 때문인지(그는 아르헨티나 출신이다), 이들의 음악에는 라틴 아메리카의 분위기가 종종 튀어나오고는 한다. [Hallelujah Rock ‘n’ Rollah] (2001) 음반의 첫 곡 “Loose My Soul” 인트로에 등장하는 스페인어 축구 중계가 대표적인 예다. 이들의 두번째 음반 [Hallelujah Rock ‘n’ Rollah]는 전체적으로 강렬한 하드 록 리프와 함께 에두아르도 마티네즈의 열정적이면서도 여유 또한 섞인 보컬 솜씨가 돋보이는 흥겨운 분위기로 충만한 작품이다. 이 음반의 특징적인 면모는 비록 록 음악 특유의 격정적인 에너지로 가득하지만, 기본적인 자세가 ‘한번 신나게 즐겨보자’는 정신으로 팽배하다는 점이다. 고난도 연주 기량에 목숨을 건다거나 아니면 기성 사회에 대한 멈출 길 없는 분노의 기운도 일체 없이, 플레이밍 사이드번즈의 로큰롤은 흐드러진 놀이마당 한판을 철저히 추구한다. 이 음반은 우리가 록 음악을 들으며 통상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수반했던 ‘분석’의 여지를 차단한다는 점에서 분명 ‘이단적’이다. 그냥 즐거운 마음으로 몸을 흔들고 발장단을 맞추면 그만인 음악으로 일관한 음반이다. 자꾸만 비어져 가는 머릿 속을 억지로 추스려, 이 음반에 대한 해부를 감행한다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사항을 간신히 끄집어낼 수는 있을 것이다 : 이 음반은 철저하게 1960년대 (후반) 식 하드 록과 블루스 록, 즉 ‘거라지 록’을 구사했다는 것. 수록곡 중 “Flowers”는 루 리드(Lou Reed) 스타일의, “Lonesome Rain”은 보노(Bono) 스타일의, “Stripped Down”과 “I’m In The Moon”은 믹 재거(Mick Jagger) 스타일의 보컬이 돋보이는 노래들이다. 그렇지만 거라지 록의 본질이 롤링 스톤즈(The Rolling Stones)나 벨벳 언더그라운드(The Velvet Underground)처럼 되고 싶었던 미천한 이들의 자기 표현 수단임을 감안하면, 그다지 특이한 요소도 아니다. 하지만 딱 여기까지다. 나머지는 그냥, 듣고 즐거움을 느끼기만 하면 된다. 진지한 록 팬이라면 크게 놀랄지도 모를 이러한 ‘쾌락의 음악’은 그렇지만, 사실은 ‘순수함’으로 가득한 음악인 것이다. 플레이밍 사이드번즈의 거라지 록에 어떠한 불경스러운 ‘상업성’이 묻어난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들은 우리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존재했던, 로큰롤의 순진스러운 본래 모습을 충실하게 구현하고 있다. 다시는 현재 진행형으로 만나게 되리라 꿈도 못 꾸던, “어떠한 의도도 담겨있지 않은, 티없이 맑은 골 빈 음악”으로서의 로큰롤을 말이다. 1960년대 중반 비틀즈(The Beatles)가 ‘예술가’로서 자신들을 규정하려 균열에 이르도록 발버둥 치고, 롤링 스톤즈가 위악적인 양아치 세계관에 의거하여 위협적인 언동을 부리면서부터, 록 음악엔 천진난만한 웃음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록은 언제나 난폭하고 거칠며 분노에 떠는 욕구불만 투성이의 젊은이들의 ‘마음의 지옥’을 대변해 주는 음악 양식이었다. 펑크와 그런지는 이러한 ‘저항 수단’으로서 록 음악의 극렬한 사례다. 그런데 갑자기 머나먼 나라 핀란드로부터 등장한 플레이밍 사이드번즈의 로큰롤을 들으며, 우리는 너무나 오랫동안 잊어버렸던, 아니 어쩌면 아예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으리라 여겼던 ‘밝고 즐거운 세계’를 만나게 된다. 물론 이건 더 이상 세상과의 부대낌을 거부한 채 자신 만을 향한 엑스터시로 빠져드는 ‘퇴행’에 불과하다고 비난받을 여지도 있다. 하지만 이미 수차례 ‘사망 진단’을 받은 록 음악의 현재 처지를 되새겨 볼 때, 다시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게 뭐 어떤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비록 퇴행이라는 상태가 더 이상의 진보를 거부하는 악성 질환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죽음’보다는 낫지 않은가? 그리고 퇴행이 담보하는 어린 시절이란, 아무리 거부하려 애를 써도 결국엔 밟아나가게 되어있는 ‘성장’의 씨앗 아닌가? 여기엔 아직까지는 막연하고 밋밋하지만, 어떤 희망의 기운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희망’이야말로 네오 거라지 록 무브먼트의 핵심일 것이다. 20020520 | 오공훈 aura508@unitel.co.kr 7/10 수록곡 1. Loose My Soul 2. Up In Flames 3. Blow The Roof 4. Flowers 5. World Domination 6. Sweet Sound Of L.U.V. 7. Street Survivor 8. Stripped Down 9. Lonesome Rain 10. Spanish Blood 11. I’m In The Moon 관련 글 네오 거라지 록의 부상 : 지금까지의 이야기 – vol.4/no.10 [20020516] Garage Roots MC5 [Kick Out The Jams] 리뷰 – vol.4/no.10 [20020516] The Stooges [The Stooges] 리뷰 – vol.4/no.10 [20020516] Various Artists [Nuggets] 리뷰 – vol.4/no.10 [20020516] US Neo Garage Rock Various Artists [Sympathetic Sounds of Detroit] 리뷰 – vol.4/no.10 [20020516] Detroit Cobras [Life Love and Leaving] 리뷰 – vol.4/no.10 [20020516] Von Bondies [Lack of Communication] 리뷰 – vol.4/no.10 [20020516] Yeah Yeah Yeahs [Yeah Yeah Yeahs EP] 리뷰 – vol.4/no.10 [20020516] Immoratal Lee County Killers [The Essential Fucked Up Blues] 리뷰 – vol.4/no.10 [20020516] Vue [Find Your Home] 리뷰 – vol.4/no.10 [20020516] White Stripes [White Blood Cells] 리뷰 – vol.3/no.23 [20011201] Buff Medways [This Is This] 리뷰 – vol.4/no.4 [20020216] Scandinavian Neo Garage Rock Hives [Your New Favourite Band] 리뷰 – vol.4/no.10 [20020516] Hellacopters [High Visibility] 리뷰 – vol.4/no.10 [20020516] 관련 사이트 비공식 사이트 http://www.sjoki.uta.fi/~latvis/yhtyeet/flaming.sidebur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