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mortal Lee County Killers – The Essential Fucked Up Blues! – Estrus, 2001 서던 블루스가 하드코어 펑크를 만났을 때 임모탈 리 카운티 킬러스(The Immortal Lee County Killers)는 앨러바마 리 카운티 오번(Auburn) 출신의 거라지 록 밴드다. 기타리스트 겸 보컬리스트인 체틀리 “치타” 와이즈(Chetley “Cheetah” Weise)와 드러머 덕 “더 보스” 셔라드(Doug “The Boss” Sherrard)로 이루어진 2인조로, 블루스를 근간으로 한 거라지 록을 연주한다. 이런 점에서 이들은 화이트 스프라이프스(The White Stripes)와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차이점도 많다. 화이트 스트라이프스가 블루스에 깊게 천착하면서도 멜로디 감각 또렷하고 팝적인 감수성 짙은 록 음악을 구사하며 어쿠스틱 포크에도 많은 관심을 쏟는 반면, 임모탈 리 카운티 킬러스는 오직 철두철미 과격하고 파괴적인 일렉트릭 기타 음향으로 가득한 사운드에 골몰하고 있다. 더구나 이들의 노래에는 멜로디 라인도 전무하다. 이들의 농익은 전기 기타 음색은 남부 록의 거장들인 지지 탑(ZZ Top)이나 조지 써로굿(George Thorogood, 남부 출신은 아니지만..)의 절대적인 영향 아래 있다. 마치 지지 탑의 선례를 따르듯, 체틀리 와이즈는 자기 만의 커스텀 메이드 기타(문 도기 기타스(Moon Doggie Guitars)라는 곳에서 주문 생산된)로 연주한다. 이 기타는 발로 조작하는 스위칭 시스템과 따로 따로 설치된 앰프들을 통해 기타와 베이스 음을 동시에 연주할 수 있도록 고안된 특수 악기라 한다. 첫 번째 정규 음반 [The Essential Fucked Up Blues!](2001)에서 이들은 무겁게 짓누르는 블루스 연주와, 묘하게도 1980년대 초반을 풍미했던 아메리칸 하드코어 펑크의 스피드가 마구잡이로 결합된 독특한 세계를 전개시키고 있다(이러한 측면에서 이들의 모토가 “Blues from the punk delta”인 것은 매우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그래서 이 음반은 마치 조지 써로굿이 블랙 플랙(Black Flag)을 만나 함께 연주하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체틀리 와이즈가 대체적으로 블루스 정신에 충실한 기타 연주를 구사한다면, 덕 셔라드는 단순 과격한 하드코어 펑크 스타일의 드러밍(특히 심벌즈 사용에 귀 기울여 보라)에 몰두하고 있다. 수록곡 중 “Train She Rides”의 경우는 블루스 주법의 전형 중 하나인 슬라이드 기타와 하드코어 리프, 그리고 쓰래시 메탈의 리프까지 한데 뒤엉켜 전대미문(?)의 기타 쇼를 벌인다. “Go To Hell On Judgement Day”와 “Won’t Cook Fish”는 블루스와 펑크 사운드가 서로의 경계점을 허문 채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경이롭게(또는 어이 없을 정도로 뻔뻔하게) 펼쳐진다. 하지만 이 음반의 ‘압권’은 뭐니 뭐니 해도 끝 곡인 “Rollin’ Stone(원작은 머디 워터스(Muddy Waters). 롤링 스톤즈(The Rolling Stones)가 자신들의 밴드 이름을 따온 바로 그 노래)”이다. 위협적이며 흐느적거리는 블루스로 시작되다가, 갑자기 퍼즈/디스토션 기타 리프가 중첩되며 견뎌내기 버거울 정도로 갈갈이 찢겨 나가는 듯한 폭발적인 음량의 헤비 록으로 탈바꿈한다. 노래는 이렇게 블루스와 헤비 리프가 번갈아 등장하면서 무려 9분 55초에 걸쳐 듣는 이의 얼을 쏙 빼놓는다. 보통 (네오) 거라지 록이라 하면 신선하나 구태의연한 요소로 가득하게 마련인데, 역으로 임모탈 리 카운티 킬러스의 음악에선 구태의연함 속에 ‘새로움’을 느낄 수 있다. 다시 말해 이런 새로움을 창출케 만드는 요소가 ‘남부 블루스 록’과 ‘하드코어’라는 이미 익숙해질 대로 익숙한 요소들의 결합이지만, 이것들이 서로 화학 작용을 이루면 미처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걸 발견하는 일은 몹시 흥미롭기만 하다. [The Essential Fucked Up Blues!]는 거라지 록의 변종이자 블루스 록의 변종, 그리고 아메리칸 하드코어 펑크의 변종이기도 한 실로 복합적인 음반이다. 비교적 단순한 음악 세계를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거라지 록에서 이런 복잡다단한 음반이 등장한 것은, 앞으로 전개될 네오 거라지 록의 미래를 쉽사리 예측하기 힘들게 만든다. 자주 들어 귀에 익숙해지면 식상할 우려도 있는 상황에서, 이런 스타일의 음반이 등장한 건 반갑다. 이것이 ‘미국 남부 지역 거라지 록의 전형’이라면 할 말은 없겠지만. 20020512 | 오공훈 aura508@unitel.co.kr 8/10 * 여담 : 드러머 덕 “더 보스” 셔라드는 현재 밴드를 떠난 상태고, 후임으로 J.R.R 토키엔(J.R.R. Tokien, 일명 “더 토키엔 원(The Tokien One)”으로 불리기도 한다)이 들어와 활동 중이다. 수록곡 1. Let’s Get Killed 2. Killer 45 3. Train She Rides 4. Go To Hell On Judgement Day 5. Big Damn Roach 6. Said I’d Find My Way 7. Won’t Cook Fish 8. Sometimes The Devil Sneaks Inside My Head 9. Rollin’ Stone 관련 글 Garage Rock Revival 네오 거라지 록의 부상 : 지금까지의 이야기 – vol.4/no.10 [20020516] Garage Roots MC5 [Kick Out The Jams] 리뷰 – vol.4/no.10 [20020516] The Stooges [The Stooges] 리뷰 – vol.4/no.10 [20020516] Various Artists [Nuggets] 리뷰 – vol.4/no.10 [20020516] US Neo Garage Rock Various Artists [Sympathetic Sounds of Detroit] 리뷰 – vol.4/no.10 [20020516] Detroit Cobras [Life Love and Leaving] 리뷰 – vol.4/no.10 [20020516] Von Bondies [Lack of Communication] 리뷰 – vol.4/no.10 [20020516] Yeah Yeah Yeahs [Yeah Yeah Yeahs EP] 리뷰 – vol.4/no.10 [20020516] Vue [Find Your Home] 리뷰 – vol.4/no.10 [20020516] White Stripes [White Blood Cells] 리뷰 – vol.3/no.23 [20011201] Buff Medways [This Is This] 리뷰 – vol.4/no.4 [20020216] Scandinavian Neo Garage Rock Hives [Your New Favourite Band] 리뷰 – vol.4/no.10 [20020516] Hellacopters [High Visibility] 리뷰 – vol.4/no.10 [20020516] Flaming Sideburns [Hallelujah Rock ‘N’ Rollah] 리뷰 – vol.4/no.10 [20020516] 관련 사이트 Immortal Lee County Killers 공식 사이트 http://www.leecountykiller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