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516083139-0410vonbondiesVon Bondies – Lack Of Communication – Sympathy For The Record Industry, 2001

 

 

디트로이트 네오 거라지 록의 만화경

본 본디스(The Von Bondies)는 2000년 디트로이트에서 결성된 남녀 혼성 4인조 밴드다. 보컬과 기타를 맡은 제이슨 스톨스테이머(Jason Stollsteimer)와 드러머 돈 블럼(Don Blum, 일본계인 듯)은 남성이다. 기타리스트 마시 볼렌(Marcie Bolen)과 베이시스트 캐리 스미쓰(Carrie Smith)는 여성이다. 본 본디스는 화이트 스트라이프스(The White Stripes)와 투어를 함께 하여 주로 오프닝 공연을 함으로써 지명도를 넓혔다. 화이트 스트라이프스와의 각별한 유대 관계는, 첫 정규 음반 [Lack Of Communication](2001)의 프로듀스를 잭 화이트(Jack White)가 맡은 사실을 보아도 잘 알 수 있다.

디트로이트를 중심으로 활동하며 짙은 퍼즈와 디스토션이 걸린 기타 중심의 거라지 록을 연주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본 본디스의 사운드를 화이트 스트라이프스의 아류로 섣불리 보기엔 무리가 많이 따른다. 미시시피 델타 블루스에 기반을 두며 둔탁하고 퍽퍽한 느린 템포의 록을 즐겨 구사하는 화이트 스트라이프스와는 달리, 본 본디스의 사운드는 가스펠과 서프 록, 그리고 로커빌리의 영향이 군데군데 돌출하는 헤비 싸이키델릭 록이기 때문이다. 특히 히스테릭하며 떨림 심하나 영감에 가득 찬 (즉 ‘신경질적인’ 엘비스 프레슬리(Elvis Presley) 스타일이라 불러도 무방할) 제이슨 스톨스테이머의 보컬과 키쓰 문(Keith Moon) 스타일로 앞뒤 가릴 것 없이 마구 두들겨대는 돈 블럼의 드럼은 본 본디스 사운드의 핵심이다. 변화무쌍하고 요란하기 이를 데 없는 이들의 육중한 연주는 사운드가든(Soundgarden)을 떠올리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 물론 사운드가든처럼 ‘테크니컬’한 면모는 훨씬 적지만 말이다.

음반의 처음을 장식하는 “Lack Of Communication”과 “It Came From Japan”은 이들의 휘몰아치는 격정적인 연주가 유감없이 발휘되는 헤비 싸이키델릭 넘버들이다. 이어 등장하는 “Shallow Grave”부터 과격 일변도에 어떤 변화가 감지되기 시작하는데, 즉 곡 초반에 몰아치던 연주는 중반에 이르러 돌연 ‘차차차’ 리듬의 서프 록으로 바뀌는 것이다. “Going Down”은 무거운 톤의 기타 리프를 기반으로 하지만 자세히 들어보면 흥겨운 로커빌리 곡이다. “Cass And Henry”는 무드 넘치는 기타 연주로 시작되는 도입부에 이어 블루스 필 짙은 보컬이 전개되다가, 건조한 스포큰 워드와 히스테릭한 보컬의 블루스 록 연주가 번갈아 등장하는 노래다. “Nite Train”은 퍼즈 톤 짙은 기타가 주도하는 미드 템포의 하드 록인 반면, “No Sugar Mama”는 클린 톤의 기타 연주와 주고받는 남녀 보컬이 신나는 분위기를 이루어내는 서프 록이다. “Cryin'”은 예의 격렬한 헤비 록으로 시작하지만, 중반부에 이르러 로커빌리로 분위기가 바뀌는 노래이고, “In The Act”는 어쿠스틱 기타와 슬라이드 기타가 중심이 되는 워킹 블루스 넘버인데 웨스턴 무비 배경음악 스타일의 기운도 가득하다. “Please Please Man”은 화이트 스트라이프스 스타일의 베이스 빠진 둔중한 인트로에 이어 속도감 있고 파괴적인 연주와 히스테릭한 보컬이 막힘 없이 발산되는 노래다. 마지막 곡 “Sound Of Terror”는 음산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기타 연주로 시작해 칼렉시코(Calexico)를 연상케 하는 멕시칸 스타일의 록으로 진행되는 곡이다. 여기서 제이슨 스톨스테이머의 보컬은 다른 수록곡들과는 달리 비브라토가 많이 줄어들고 클래쉬(The Clash)의 믹 존스(Mick Jones)를 방불케 한다.

위에서 살펴보았듯, [Lack Of Communication]은 화이트 스트라이프스 류의 음악이 디트로이트 거라지 록의 전부일 것이라는 지레 짐작을 깨뜨리기 충분한 음반이다. 소울에서부터 로커빌리, 서프 록, 싸이키델릭에 이르는 다양한 음악 스펙트럼을 전혀 어색함 없이 능란하고 열정적으로 펼쳐내는 이들의 음악적 역량은, 본 본디스가 네오 거라지 록의 부흥을 틈타 반짝 떠올랐다가 곧 사라질 고만고만한 밴드가 아님을 명백히 깨닫게 해준다. 비록 이들의 음악이 아주 새롭다고 볼 수는 없지만, 이들이 견지하는 에너지는 맥없이 인기몰이에만 혈안이 된 현재의 록 씬에 강력한 카운터펀치를 날릴 힘이 내재되어 있는 것이다. 음반 타이틀과는 달리, 본 본디스와 나누는 음악적인 소통은 전혀 부족함이 없다. 20020505 | 오공훈 aura508@unitel.co.kr

8/10

수록곡
1. Lack Of Communication
2. It Came From Japan
3. Shallow Grave
4. Going Down
5. Cass And Henry
6. Nite Train
7. No Sugar Mama
8. Cryin’
9. In The Act
10. Please Please Man
11. Sound Of Terr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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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사이트
Von Bondies 공식 사이트
http://www.vonbondi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