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514010153-0410stoogesStooges – The Stooges – Elektra, 1969

 

 

개 같은 나날들

미국의 1960년대 후반에서 1970년대 초반에 이르는 사이에 등장한 소위 프로토 펑크(proto punk)로 분류되는 밴드들 중에서 MC5나 스투지스(The Stooges)는 거라지 록(Garage Rock)의 마지막을 장식한, 단순하고 야생적인 사운드의 주인들이다. 그런데 거라지 록이라는 ‘장르’는 모호하게 이해되는 경우가 많은데,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거라지 록이 펑크 록에 끼친 영향력에 관한 얘기다. 후대에 발표된 가장 대표적인 거라지 록 컴필레이션인 [Nuggets]의 경우 그 부제는 다름아닌 ‘Original Artyfacts from the First Psychadelic Era, 1965-1968’였으며, 러브(Love)나 써틴쓰 플로어 엘리베이터(13th Floor Elevator) 등 익숙한 싸이키델릭 록 밴드들이 수록되어 있는 점이나, 음악적 경향에서도 당대의 비틀즈(The Beatles)나 후(The Who), 롤링 스톤즈(The Rolling Stones) 등등의 수많은 영국 록 밴드들의 영향권 아래에 있는 곡들이 다수임을 생각하면 거라지 록과 펑크의 무조건적인 등치는 무리가 있을 수 있다. 게다가 [Nuggets]에 곡을 수록한 아티스트들 중 향후 대중적인 성공을 거둔 인사들의 경향은 하나로 일치시키기 어려운 점도 있다 — 이언 길런(Ian Gillan)과 캡틴 비프하트(Captain Beefheart)의 공통분모?

그런 의미에서 ‘거라지 록 밴드가 존재한다’기보다는 ‘어떤 아티스트들에게 있어서 거라지 록 시기가 있다’고 말하는 것이 더 타당할 듯하다는 생각마저도 든다. 즉 MC5나 스투지스의 경우는 이러한 야생적 사운드의 특질을 어느 정도 자신들의 스타일로 정착시킨 사례이며, 그런 의미에서 이들은 벨벳 언더그라운드(Velvet Underground)와 함께 60년대의 거친 로큰롤과 70년대 펑크의 가교를 잇는 밴드들로 거론된다.

이러한 프로토 펑크 밴드들이 당대에 상업적으로나 비평적으로 인정을 받은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것은 익히 잘 알려진 사실이다. 60년대의 마지막을 장식한 또하나의 학부모들의 골칫거리일 뿐이었던 스투지스가 대중에 잘 알려진 계기는 섹스 피스톨즈(Sex Pistols)에 의해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광란적인 노이즈로 반복으로 점철된 기타 연주나 이기 팝(Iggy Pop) 특유의 야비한 창법, 허무주의적이고 자해적인 무드는 이후의 펑크 록에 있어서 일종의 교범이 되었다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이들의 영향력은 런던 펑크나 80년대 초 미국의 하드코어 씬에만 제한되지 않고, 종종 당대의 기묘한 변종들이나(수어사이드(Suicide), 닉 케이브(Nick Cave)) 극단주의자들(소닉 유스(Sonic Youth), 지저스 앤 메리 체인(Jesus & Mary Chain))에게서도 강하게 드러난다.

이들의 데뷔 앨범을 발매한 일렉트라(Elektra) 레코드는 도어스(The Doors)의 성공에 고무되어 다른 지역 록 씬에서 ‘제 2의 도어스’가 될 만한 신인을 찾던 중이었으며, 스투지스의 음악보다는 이기 팝(데뷔 당시의 이름은 이기 스투지(Iggy Stooge)였다)의 퍼포먼스에 가까운 무대 매너에 매료되어서 — 혹은 장사가 잘 될 것 같아서 — 이들을 영입한 것이었다. 게다가 팝이나 기타리스트 론 애쉬턴(Ron Asheton)을 비롯한 멤버들 역시도 도어즈나 프랭크 자파(Frank Zappa), 후의 드라마틱한 사운드에 매료되어 있던 상태였으며, 이러한 요소는 앨범 안에서도 종종 드러난다. “We Will Fall”과 같은 경우는 당대의 싸이키델릭 록의 영향이 강하게 느껴지는 실패작이었으며, “Ann”의 경우는 후반부의 광란이 좀더 심할 뿐, 창법에 있어서는 거의 짐 모리슨(Jim Morrison)에 가깝다. 이러한 특징을 가진 곡들은 이후에도 종종 등장하는데([Funhouse]의 “Dirt”, [Raw Power]의 “Gimme Danger”),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자의 차이점은 명확하다. 짐 모리슨의 음악은 아무리 파격적인 소재를 통해서 드러나더라도 항상 시적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었고 레이 만자렉(Ray Manzarek)의 연주도 그의 카리스마를 충만시키는 데 공헌한다 반면, 이기 팝은 철저하게 비꼬는 야비한 창법을 열심히 ‘오버’하면서 구사한다. 어떤 의미에서는 지나치게 약을 많이 한 상태의 짐 모리슨 같다고나 할까? “No Fun”같은 쏙쏙 들어오는 멜로디의 경우에도 그는 한 단어 하나 하나를 열심히 씹어대듯 발음하고, 이는 반복적이고 지나친 피드백 사운드의 기타 연주와 덧칠되어 더욱 야비하게 느껴진다. 제목이 모든 걸 말해주는 “I Wanna Be Your Dog”은 말할 것도 없고.

어떤 의미에서 이러한 사운드의 등장은 히피즘의 화려한 외양의 몰락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들이 데뷔한 1969년이라는 시간적인 의미도 묘하게 이와 조응하는 것같다 — 우드스톡과 알타몬트의 교차. 거기에 한 몫 더하는 인물은 다름 아닌 프로듀서 존 케일(John Cale)이다. 론 애쉬턴의 극단적 피드백 노이즈는 당대의 지미 헨드릭스나 핑크 플로이드보다는 명백히 벨벳을 연상케 하는 구석이 많다. 물론 이는 작곡에 의해서 성취된 부분도 간과할 수는 없는데, “I Wanna Be Your Dog”같은 경우 후대 노이즈 록 밴드들의 단골 커버 메뉴이기도 했던 점은 시사하는 바가 많다. 이러한 사운드는 이후에 발표된 [Funhouse]의 “LA Blues”에서 거의 아방가르드에 가까운 극단적 양태로 드러나기도 한다.

다만 한가지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은, 스투지스의 음악이 이러한 독특한 지점에 다다른 것이 그들의 의도에서였는가 하는 것이다. 이는 앞서 말한 이들의 영향권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그들의 극단적 자해의 일부 지점에 수어사이드와 같은 밴드들이 연관되어 있는 반면, (음악적 성과는 논외로 하더라도) 마초적이고 과시적인 성향에 영향받은 건스 앤 로지스(Guns & Roses)나 80년대의 헤어 메탈 밴드들이 있다는 점. 물론 이는 스투지스 사운드의 ‘외면적인’ 부분에 영향받은 측면이 큰 밴드들일 것이고, 스투지스와 슬레이드(Slade)를 등치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겠지만. 다소 무리를 한다면 짐 모리슨과 같은 자기완결적인 카리스마가 이기 팝보다 더 마초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 않으려나? 20020509 | 김성균 niuuy@unitel.co.kr

9/10

사족 : 스투지스의 정규 음반 세 장은 약간씩의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이들의 곡을 커버한 밴드들의 특징으로 이를 설명할 수도 있다.
– 소닉 유스의 “I Wanna Be Your Dog”(1집),
– 레이지 에게인스트 더 머신(Rage Against The Machine)의 “Down On The Street”(2집) – 레드 핫 칠리 페퍼스(Red Hot Chilli Peppers)의 “Search And Destroy”(3집)
– 건스 앤 로지스의 “Raw Power”(3집).

수록곡
1. 1969
2. I Wanna Be Your Dog
3. We Will Fall
4. No Fun
5. Real Cool Time
6. Ann
7. Not Right
8. Little Do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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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사이트
이기/스투지스 팬 페이지
http://www.artshack.com/iggy.html
[Rolling Stone] – Iggy Pop 인터뷰
http://www.rollingstone.com/news/newsarticle.html?afl=fans&nid=14229&cf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