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수 | 김두수 3집(보헤미안) (1991)

김두수 – 김두수 3집(보헤미안) – 현대음향, 1991

보헤미안이 은둔하기 직전 보낸 소중한 선물

김두수는 2집 음반을 발표한 직후부터 병마에 시달려서 실질적 활동을 하지 못했다. 간신히 몸을 추스려 이 음반을 녹음했지만 ‘녹음’ 이외의 활동은 불가능했기 때문에, 이 음반은 최근 그가 돌아오기 전까지 그의 ‘최근작’으로 남아 있었다. 그 뒤 김두수는 서울을 떠나 양평을 거쳐 강릉으로 은둔생활에 들어갔으므로 적지 않은 사람들은 이 음반이 김두수의 ‘최후작’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기조차 했다.

그래서 음반은 ‘한국 음반의 컬렉터’의 표적이다. 무엇보다도 그의 대표곡이라고 할 만한 “보헤미안”뿐만 아니라 무려 10분을 넘는 대곡 “청보리밭의 비밀”이 수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보헤미안”은 ‘밥 딜런과(科) 닐 영속(屬)’에 속한다고 볼 수 있는 길 떠나는 방랑자의 노래다. ‘드럼 사운드’라기보다는 ‘북소리’에 가까운 무거운 비트 위에서 해머링과 하머닉스를 곁들인 기타 스트러밍에 날카로운 목소리와 필살(必殺)의 하모니카 소리 등이 어우러진 이 곡은, ‘언더그라운드 포크 최고의 명곡’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청보리밭의 비밀”은 어쿠스틱 기타와 피리(플루트) 중심의 단촐한 악기구성 속에서 예의 그 서늘한 낭송과 챈트(chant)가 ‘열반(涅槃)의 희열이 있다면 이런 것이겠구나’하는 생각을 던져 준다. 특히 5분 30초 무렵부터 2분 30초 동안 전개되는 절정부는 말로 설명하기 힘든 감흥을 안겨 준다.

두 곡 외에 숨겨진 명곡들도 있다. “햇빛이 물에 비쳐 반짝일 때”와 “강”이다. “햇빛이 물에 비쳐 반짝일 때”는 해머링과 하머닉스, 그리고 불협화음의 코드를 구사한 신비주의 송가 같은 곡이고, “강”은 오직 하나의 코드로 백비트를 강하게 넣은 두 박자가 줄기차게 반복하는 가운데 목소리를 악기처럼 구사한다는 이 앨범의 컨셉트를 가장 분명하게 보여준 곡이다. 피아노 반주 위의 슬픈 비가(悲歌)인 “멀리서”가 이제까지 그의 작품에서 이색적인 곡이라면, 앨범을 마무리하는 “나무그늘”은 ‘쓰리 핑거 통기타와 일렉트릭 슬라이드 기타의 상호연주’라는 김두수 토속주의의 한 공식을 보여주는데 이제까지 이런 스타일의 곡들보다 선병질적이다.

이런 곡들이 너무 ‘어렵다’고 느껴지면 “강변마을 사람들”과 “자유로운 마음”의 낭만적 분위기에 도취할 수도 있다. “강변마을 사람들”은 여행 스케치의 “별이 진다네”와 더불어 1980년대와 1990년대 사이의 가교를 잇는 전원주의 목가이고, 컨트리 록 스타일의 “자유로운 마음”은 투병 생활 중에 모처럼 찾아온 마음의 평안을 표현한 것처럼 달콤하기까지 하다.

사후적으로 들으면 이 음반은 ‘2집에서의 실험을 보다 안정되게 연장한 것’이고 따라서 ‘답습’이라고 평할 수도 있는 음반이다. 그렇지만 작곡과 편곡 모두 강력하다. 병약하던 시절에 이런 강한 작품을 만들 수 있었다는 점은 아이러니이자 ‘명작의 법칙’인 것 같다. 그래서 그가 사라져가면서 남긴 메시지를 다시 되새기게 된다. “외쳐 부르던 기쁨의 노래 간 곳 없고 / 다시 혼자가 되어 나는 가네”(“보헤미안”). 이 가사는 음악이 폐쇄적 자기과시의 수단이나 집단적 ‘이지메’의 수단이 아니라 정서적 공감과 소통의 매개체였던 시절에 대한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그게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시절이라고 해도… 20020429 | 신현준 homey@orgio.net

9/10

수록곡
1. 보헤미안
2. 강변마을 사람들
3. 자유로운 마음
4. 햇빛이 물에 비쳐 반짝일 때(명상을 위한 소리 ad-lib)
(이상 Side A)
(이하 Side B)
5. 강
6. 멀리서
7. 청보리밭의 비밀
8. 나무그늘

관련 사이트
김두수 팬사이트
http://cafe.daum.net/kimdoos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