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운 아이드 걸스(Brown Eyed Girls) | Sixth Sense | 로엔엔터테인먼트, 2011

 

관광객의 여행가방

브라운 아이드 걸스가 “Abracadabra”로 ‘급’이 다른 그룹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다시 되풀이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게 벌써 2년 전이고, 제작사에서도 그룹의 신작에 대해 여러 모로 신경을 쓴 것 역시 당연할 것이다(녹음을 중간에 엎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룹에게는 실질적인 소포모어 음반일 [Sixth Sense]는 그 중압감을 극복하지 못한 결과물이다.

타이틀곡 “Sixth Sense”를 요약할 수 있는 단어는 과잉이다. 쇼스타코비치(현대카드 광고 음악으로 유명해진 교향곡 7번 4악장)를 샘플링으로 깔고 뮤지컬 풍의 편곡으로 슬쩍 ‘트위스트’를 가미한 디스코 넘버라는 것이 대략의 인상인데, ‘대략의’ 인상인 까닭은 곡의 포커스가 어디에 맞춰졌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부분 부분 웅장해 보이고 격렬해 보이고 화려해 보이지만 다 합쳐놓고 보면 겉멋만 있고 내용은 없다. 멤버들은 득음이라도 하려는 듯 노래하지만 이 웅장-격렬-화려한 사운드의 폭포가 목소리를 모두 집어삼킨다. 그러다보니 제작사 측에서 내세운 ‘한국 대중음악 최초의 랩소디풍 하이브리드 소울’이라는 설명이 내게는 ‘한국 최초의 이탈리안 비스트로 분자요리 떡볶이’와 별 다를 바 없이 들린다.

인트로와 인터루드, 그리고 “Sixth Sense”의 인스트루먼틀 버전을 제하면 음반의 수록곡은 여섯 곡이다. 라틴 댄스 넘버 “Hot Shot”은 ‘노는 언니’ 컨셉을 강조하면서도 심의의 칼날을 재치 있게 받아넘긴(“위스키, 럼, 하나 없이도/이런 여자애가 어딜가야 또 있겠어”) 간결하면서도 화사한 곡이다. 솔직히 말하면 음반에서 기억에 남는 유일한 곡이다. 멤버 제아의 자작곡이라는 “불편한 진실”은 스패니쉬 풍의 기타와 현악 세션, 반도네온이 두서없이 섞였다는 인상이다. 록 뮤지컬을 의식한 듯한 “Vendetta”는 혼 섹션의 후끈한 ‘펀치’가 인상적이지만 4분도 안 되는 시간에 이렇게 많은 ‘턴’을 돌아야 했는지는 의문이다. 이게 [나는 가수다]에서 부를 노래는 아니지 않은가?

사실 [Sixth Sense]는 브라운 아이드 걸스라는 그룹의 맥락에서가 아니라 작곡/작사/비디오팀(김아나/이민수/황수아)이라는 맥락에서 더 보고 싶은 음반이다. “Sixth Sense”를 특징짓는 ‘예술’과 ‘허세’ 사이를 오락가락하는 태도를 같은 팀이 만든 써니힐의 “Midnight Circus”, 그리고 황수아 감독이 만든 “기도”의 비디오에서 이미 받은 바 있기 때문이다. “Sixth Sense”의 비디오가 [브이 포 벤데타]가 아니라 ‘더이상은 naver…’처럼 보이는 이유도 마찬가지다(이 비디오를 즐기기 위해서는 비욘세(Beyonce)의 “Run The World”와 푸 파이터스(Foo Fighters)의 “The Pretenders”를 머릿속에서 지우는 게 좋다).

쉽게 말해 [Sixth Sense]에서 보이는 것은 브라운 아이드 걸스가 아니라 작곡가/프로듀서다. 그렇다면 이 음반을 최근 주류 가요계의 경향이라 할 수 있는 ‘작곡가/프로듀서 위상의 강화’라는 측면에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경향 속에서의 ‘작가주의적 야심’에 대해서도 더불어 생각해 볼 수 있을 테고. 어쨌거나 그 야심은 지금까지의 결과물로 봐서는 관광객의 여행가방처럼 불필요한 것까지 꽉꽉 채워 넣은 형태로 실현되고 있다. | 최민우 

 

수록곡
1. Swing It Shorty (Intro)
2. Sixth Sense
3. Hotshot
4. La Boheme
5. 불편한 진실
6. Lovemotion
7. Countdown (Interlude)
8. Vendetta
9. Sixth Sense (In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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