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iniature – Murk Time Cruiser – Restless, 1995 직선적이고 에너지 넘치는 ‘진짜’ 캘리포니아 펑크 어미니어처(aMiniature)는 한국계인 존 리(John Lee: 한국명 이승호)가 이끄는 샌디에이고 출신의 펑크 밴드다. 그러므로 ‘캘리포니아 펑크’라는 지역성(locality)이 ‘아시아계 펑크’라는 민족성(ethnicity)보다 우선일 것이다. 아니면 캘리포니아라는 지역에 아시아계는 이미 충분히 많다는 현실의 반영으로 봐도 좋을 것이다. 존 리는 ‘1967년 생의 얼터너 보이들’답게 학창시절 클래쉬(The Clash), 잼(The Jam), 갱 오브 포(Gang Of Four)를 듣고 ‘자신의 인생을 바꾼’ 경우에 속한다. ‘1980년대 말에 펑크 밴드를 결성하고, 로컬 클럽에서 연주하다가 몇 장의 DIY 싱글을 발매했다’는 경력도 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한 이야기일 것이다. 불행히도 샌디에이고의 펑크 씬이 이 지역을 넘어서 다른 지역까지 많이 알려진 이야기는 많지 않으며 ‘시애틀’이나 ‘채플 힐’처럼 전국적 돌파(national breakthrough)를 수행한 밴드도 우리가 알기론 없다. 혹시나 펑크 록의 다이하드 팬이라면 드라이브 라이크 지후(Drive Like Jehu)나 로킷 프롬 더 크립트(Rocket From The Crypt) 등의 이름을 알지 모르고, 이 앨범의 프로듀서이자 드러머이기도 한 마크 트롬비노(Mark Trombino)가 드라이브 라이크 지후의 멤버라는 사실까지 알아낼지 모르지만 이런 것도 정보 차원의 이야기 이상은 아니다. 앨범은 펑크 음반이라는 정보를 아는 사람에게는 ‘예상대로’ 직선적이고 강력한 “He, The Bad Feeler”와 훵키한 리듬의 에너지를 동반한 “Peddler’s Talk”로 시작한다. 이와 더불어 “Maximum Accident”의 중간부에 나오는 레게 리듬은 ‘펑크’와 연관된 모든 것에 대한 깊은 이해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존 리가 공연 말미에 앵콜이 나오면 갱 오브 포(Gang of Four)의 곡을 종종 연주하는 이유를 짐작하게 해주는 대목이기도 하다(실제로 1999년 10월 씨임(Seam)의 내한 공연에서 앵콜이 나오자 그때까지 묵묵히 기타만 치고 있던 존 리는 “I’ve Found That Essence Rare”를 신나게 불러 제낀 바 있다. 이 나이 또래의 한국 밴드라면 “세상만사”나 “불놀이야”를 연주하는 기분과 비슷했을까… 이것과는 좀 다른 것일까). 가장 인상적인 사운드는 기타 사운드다. 이 앨범부터 새로운 기타 연주자로 가입한 마크 몬테이쓰(Mark Monteith)와 함께 두 개의 기타는 날이 선 채로 휘두르면서 빛이 번쩍이는 칼 같다. 개중에는 “Murk Time Cruiser”나 “The Prizefighters”처럼 1980년대 평단 용어로 ‘쓰리 코드 쓰래시'(의역한다면, 단순무식하게 후려대기?)를 보여주는 곡도 있고, “He, The Bad Feeler”나 “Bored Spy”처럼 노이즈 속에서도 훅(hook)이 확실한 곡도 있다. 9분의 길이를 가진 마지막 트랙 “Long Live Soul Miner”에서 연주가 잠시 중단되었다가 부기 리듬과 피드백 노이즈가 뒤섞인 ‘아방’한 사운드(굳이 말하면 존 스펜서 블루스 익스플로전(Jon Spencer Explosion)이나 로열 트럭스(Royal Trux) 같은 사운드)를 만나는 것도 흥미롭다. 연주가 다 끝난 뒤 0.00초의 일곱 트랙이 주루룩 지나간 뒤에 끝나는 것도… 한마디로 파워와 훅(멜로디)을 모두 가진 펑크 록 음반이다. 그런데 이 앨범이 나오던 시점이 그린 데이(Green Day)와 오프스프링(The Offspring)의 앨범이 ‘대박’을 터뜨렸던 시점 아닌가. 이런 기억 다음에 드는 생각은 ‘어떤 (소수의) 펑크 밴드는 ‘밀리언 셀링 아웃’을 기록하고, 다른 (다수의) 펑크 밴드들은 이렇게 ‘지조’를 지키고 살아가는 것으로 만족할까’라는 식의 궁금증이다. 음악을 직업적 생계수단으로 볼 것인가, 자유로운 자기표현의 수단으로 볼 것인가의 차이라는 말로 충분할까. 20020416 | 신현준 homey@orgio.net 7/10 P.S. 어미니어처는 1994년 톰 페티의 트리뷰트 음반 [You Got Lucky: Tom Petty Tribute]에 참여하여 “Century City”를 연주한 일이 있다. 한편 이 앨범은 1996년 록 레코드를 통해 정식 수입되었고, 존 리는 ‘한국인이 미국인들을 이끌고 록 음악을 연주한다’는 식으로 잠시 한국의 미디어에 소개된 적이 있다. 존 리는 밴드가 해체된 뒤 시카고로 이주하여 ‘그리 활동적이지 않게 된’ 씨임(Seam)의 기타 연주자로 가입하여 활동하면서 자신의 새로운 밴드 미러아메리카(Mirroramerica)를 이끌고 있다. 수록곡 1. He, The Bad Feeler 2. Peddler’s Talk 3. Bored Spy 4. Maximum Accident 5. Secret Enemy 6. The Prizefighters 7. Singer’s Strut 8. Murk Time Cruiser 9. Flux Is Flux 10. Long Live Soul Miner 관련 글 아시안 아메리칸 인디 록의 활로 찾기: ‘Directions in Sound’ 공연 후기 – vol.4/no.9 [20020501] Various Artists [Ear Of The Dragon] 리뷰 – vol.4/no.9 [20020501] aMiniature [Murk Time Cruiser] 리뷰 – vol.4/no.9 [20020501] Versus [Two Cents Plus Tax] 리뷰 – vol.4/no.9 [20020501] Aerial M [Aerial M] 리뷰 – vol.4/no.9 [20020501] Mia Doi Todd [Zeroone] 리뷰 – vol.4/no.9 [20020501] Venus Cures All, [Paradise By The Highway] 리뷰 – vol.4/no.9 [20020501] eE, [Ramadan] 리뷰 – vol.4/no.9 [20020501] Korea Girl, [Korea Girl] 리뷰 – vol.4/no.9 [20020501] 아시아계 미국인 인디 록 씬에 관하여 – vol.2/no.10 [20000516] 한 ‘코리안 아메리칸’ 경계인의 예술과 삶: 심(Seam)의 박수영 – vol.1/no.6 [19991101] 관련 사이트 aMiniature에 대한 간명한 소개 http://www.atomjack.com/incest.php?nav=1&bandid=9 [Ear Of The Dragon] 음반에 관한 비공식 리뷰 http://www.nyu.edu/pages/pubs/realizasian/1296music.html [Ear Of The Dragon] 투어에 관한 비공식 리뷰 http://www.tweekitten.com/tk/articles/ear.of.the.dragon.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