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502014141-0409miadoitoddMia Doi Todd – Zeroone – City Zen, 2001

 

 

어쿠스틱 영혼의 메시지

미아 도이 토드(Mia Doi Todd)는 판사인 일본계 어머니와 조각가인 아일랜드계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1975년 생의 여성 싱어 송라이터이다. 예일대학에 진학한 1994년에 처음으로 음악을 만들고 연주를 했는데, 그녀의 첫 앨범 [The Ewe And The Eye]는 1997년 LA의 인디 레이블인 크리스마스 레코드(Xmas records)에서 발매되었다. 이 앨범을 들어볼 기회는 없었지만, ‘엄격하고 세련된 운율과 여유 있는 태도를 통해 듣는 이의 영혼을 정화시키는 음악'([CMJ], July 1997)이라는 평을 참고로 하면 대강 어떤 음악일지 상상할 수는 있을 것이다. 두 번째 앨범 [Come Out Of Your Mine](1999)과 세 번째 앨범 [Zeroone](2001)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하는데 직접 들어본 것은 [Zeroone]밖에 없으니 앞의 두 앨범에 대한 얘기는 생략하도록 하자. 어쨌든 미아 도이 토드는 데뷔 앨범을 발표한 몇 개월 뒤 대학을 졸업하고, 일본의 현대 무용을 연구하기 위해 두 나라를 거듭 왕래했다고 한다. 세 번째 앨범 [Zeroone]은 1998년 그녀가 도쿄에 머물며 만든 곡들 중에서 10곡을 간추린 앨범. ‘2001년의 가장 아름다운 앨범중 하나’라는 평을 받기도 한 [Zeroone]은 그녀 스스로 설립한 레이블 씨티 젠(City Zen)의 첫 앨범이기도 하다(이 앨범은 전적으로 그녀 혼자의 힘으로 만들어졌는데, 매킨토시 G4 컴퓨터와 ProTool’s Digi001 프로그램이 사용되었다고 한다).

앨범은 무겁게 가라앉은 어쿠스틱 기타 리프 속에 그녀의 단정한 음성이 돋보이는 “Digital”로 시작된다. 어쿠스틱 기타의 깊은 울림이 인상적인 이 곡에는 우울하고 어두운 정서가 가득한데, 이렇게 ‘무거운’ 사운드의 중심에는 그녀의 맑고 단아한 음성이 있어 매우 이질적인 느낌을 주는 동시에 앨범의 전체 분위기를 묘한 깊이로 빨아들인다. 게다가 ‘Digital, binary system / Ones and zeros / Dark versus light / Yin and yang’이라는 가사에서는 동양과 서양의 접점에 있는 ‘철학’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녀의 목소리는 사실, 미국의 어느 평론가가 말했듯 조니 미첼(Joni Mitchell)과 캣 파워(Cat Power)의 목소리의 중간쯤 놓여진 것 같은데, 그만큼 저음의 보컬이 매력적이면서도 치명적으로 느껴진다는 말이다. 이러한 그녀의 음성은 노래한다기보다는 시를 읊는 것처럼 들린다. 한 예로 “Poppy Fields”에서 그녀의 음성은 느리게 반복되다가 후반부에서 강하게 반복되는 기타 리프를 좇아 독백처럼 흐느낀다.

전통적인 버스(verse)-코러스(chorus)의 구성에서 비껴나 있는 그녀의 곡은, 그래서 포크음악이라고 부르기가 망설여진다. 어쿠스틱 기타 연주와 음성, 이 두 가지 요소는 형식적으로는 포크음악의 범주에 포함되겠지만, 컴퓨터를 사용하는 작업 방식이나 구성 등이 그녀의 곡을 낯선 포크음악으로 만든다는 말이다(“Like A Knife”처럼 다소 우울한 멜로디의 ‘포크 곡’은 뜻밖이긴 하다). 이어지는 “Ziggurat”이나 “Bound Feet & Feathered”, “Can I”, “Amnesia” 등 모든 수록곡들도 이러한 형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게다가 어쿠스틱 기타의 하드한(?) 리프에 ‘Ziggurats are built only to crumble we approach the gods then prepare to tumble down’이라는 가사가 인상적인 “Ziggurat”이나 불협화음의 기타 연주와 함께 ‘Can I, I / Think I can / I can I think / Think I can’이라는 독백이 반복되는 “Can I”등은 미아 도이 토드의 노래에서 가사가 차지하는 비중을 짐작케 한다.

아마도 미아 도이 토드의 음악을 그녀의 아시안 아메리칸으로서의 정체성, 혹은 미국에 살고 있는 ‘아시안 여성’이라는 이중적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연관시키는 것이 이 앨범에 대해 가장 쉽게 얘기하는 방법일 것이다(심지어 수록곡들 모두를 ‘어머니의 땅’ 일본에서 만들었다니!). 하지만, 그녀의 음악과 인터뷰들을 듣고 읽다보면 한편으로는 이러한 생각이 혹시 편견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든다. 이번 호 [US Line] 기사를 참조해도 여기에 대해서는 다른 시각이 필요할 것 같다. 최근에 그녀가 아시안 아메리칸 인디 록 밴드들의 활동에 처음으로 참여했다는 사실이 하나의 단초가 될까? 잘 모르겠지만, 이 일이 앞으로의 그녀의 음악 활동에 어떤 영향을 줄까라는 궁금증은 생긴다. 문화 연구자로서, 음악가로서, 작가와 컴퓨터 그래픽 아티스트로서 그녀의 다재다능한 재능이 어떻게 발현되고 바뀌게 될지 궁금해진다는 말이다. 물론 한국에서 그녀의 새 음악을 들으려면 얼마나 있어야할지 알 수 없다는 사실은 이러한 궁금증에 묘한 여운을 남긴다. 20020429 | 차우진 djcat@orgio.net

7/10

수록곡
1. Digital
2. Poppy Fields
3. Obsession
4. Ziggurat
5. Bound Feet & Feathered
6. Merry Me
7. Can I
8. Amnesia
9. Like A Knife
10. Tugbo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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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사이트
Mia Doi Todd 공식 사이트
http://www.miadoitod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