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 – Ramadan – Curry/Moonrise, 2000/2002 Another ‘Asian Gangster Kids’ ‘라마단’이라는 음반 제목을 보는 순간 ‘9·11 사태’를 염두에 둔 게 아니냐고 물을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들의 음반은 2000년에 발매된 것이니 그 사건과 연결된 것은 아니다. 이이(eE)는 샌프란시스코의 인디 밴드로 1999년 시작되었다. 밴드명은 뭔가 심오한(?) 단어들의 머릿글자가 아닌, 그저 간단하고 편하게 느낌의 이름으로 알파벳 이(e)를 길게 발음하는 식으로 발음하면 된다고 한다. 기타/보컬을 맡은 프론트맨 토빈 모리(Tobin Mori)는 전 밴드 코리아 걸(Korea Girl)부터 샌프란시스코 아시안 아메리칸 인디 씬에서 나름대로 인지도 있는 인물이었다. 그와 더불어 에스더(Esther)가 첼로를, 머지(Muji)와 댄(Dan)이 드럼을, 브라이언(Brian)이 베이스를 맡았고 이 데뷔앨범 역시 이 원년 멤버들이 연주했다. 그러나 2000년 봄 멤버가 전격적으로 교체되었는데 베이시스트 체 챠우(Che Chow)와 드러머 피터 응구옌(Peter Nguyen)이 새 멤버로 입성했다. 그리고 최근 직장 때문에 이주한 씸의 박수영(Sooyoung Park, 리드 기타와 키보드)까지 가세했다. 이로써 샌프란시스코와 시카고 인디 씬의 두 거물이 조우한 이이는 ‘아시안 아메리칸 슈퍼 밴드’로 탄생했다. 이들은 2002년 가을에 발매 계획이라는 두 번째 LP [For 100 We Try Harder](Asian Man)을 준비중인데, 공연을 볼 수 없는 이들에게는 이 음반을 통해 박수영이 참여한 이이의 면모를 살펴볼 수 있을 것 같다. 지금(3월 29일-4월 20일) 이이는 미국 전국 투어중이다. 이이는 현악기를 동반한, 정제되고 섬세한(보다 포크 록적인?) 사운드를 선보인다. 코리아 걸이 씸이나 페이브먼트의 음악에서 영향받았다는 점은 코리아 걸 음반 리뷰에서 언급했지만 이이 역시 그 연장선 상에 있는 듯하다. 다만 미드 템포를 바탕으로 한 경쾌한 느낌의 코리아 걸보다 애잔함과 우울함을 다듬고 심화시킨 사운드를 증폭시켰다는 점이 차이랄까. 오히려 에이든(Aden)과 유사한 듯하다. 첫 곡 “Sutro(heroin jazz mix)”는 코리아 걸에서 토빈 모리가 보여주었던 경미하게 이탈하는 음조로 말하는 듯한 노래가 보이기는 하지만 그보다 더 속살거리는 목소리가 담겨 있다(“Sutro(supernova whale mix)”의 후반부는 첫 곡보다 몽롱한 딜레이 사운드로 변주되어 있다). 청명하게 살랑거리는 기타 톤을 바탕으로 한 타이틀 곡 “Ramadan” 역시 마찬가지다. “Wrong Song”과 “Brace” 정도가 다소 ‘시끄러운’ 사운드의 곡인데, 전자는 강한 리프가 실린 기타를 바탕으로 목소리 비중을 다소 낮춘 곡이고, 후자는 모터릭하고 쨍쨍한 다운스트로크 기타 사운드의 경쾌한 곡이다. 또한 첼로가 전후면에서 사운드를 보강하는 역할을 한다. “Asian Gangsta Kidz”(‘갱스터’라는 제목과는 전혀 다른 인상이 드는 사운드)의 후반부에서, “Sutro(supernova whale mix)”의 전주에서 쓰이는 것 같은 다소 보조적인 대부분의 역할부터, “Battery Davis”처럼 고즈넉한 첼로가 곡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곡까지. 물론 청명하게 찰랑거리는 기타야말로 텍스처를 좌우하는 변수임에는 틀림없지만. 이밖에도 어코디언이 쓰이기도 했지만(“One Less Year”) 역시 전면적인 것은 아니다. 사후적 범주화이긴 하지만 아시안 아메리칸들의 많은 음악이 이런 서정적이고 우울한 인디 포크/팝 사운드로 경도되는 양상을 보여준다. 이는 아시안 아메리칸 태생이지만 (부모세대와의 의식적 단절이든, 미국에 동화된 연유 때문이든) 전통 음악적 요소와 자신들의 음악을 연결시키지 않는다는 것과, 거칠고 하드한(저항적인?) 록 사운드의 대립지점에 있는(이러한 공식 역시 이미 상투적인 것이 되어버렸지만) 양상을 보여준다. 그렇지만 무언가 공통점을 찾기 위해 이들의 의식, 무의식적 소수자로서의 상처가 이런 음악에 반영되었다고 말하는 것은 억지스럽다. 물론 아시아계 미국인이라는 ‘혈통’적 정체성(에 대한 의식)이 이들을 느슨하고 미약하나마 관계망을 형성하게 하는 바탕이 되긴 하지만. 그 혈통적 뿌리 이외에 이들의 음악적 공통분모는 과연 무엇일까. 이들의 음악 속에 ‘아시안 아메리칸적임’이라는 내면화된 요소는 존재하는 것일까. 굳이 인종성으로 음악성을 판별해야 하는가 하는 의구심과 함께 이는 숙제로 남는다. 20020414 | 최지선 fust@nownuri.net 8/10 수록곡 1. Sutro(heroin jazz mix) 2. Asian Gangsta Kidz 3. Ramadan 4. Battery Davis 5. Wrong Song 6. Retrace 7. Square Back 8. One Less Year 9. Sutro(supernova whale mix) 10. Brace 11. Russian Space Mirrors(Korea release only) 관련 글 아시안 아메리칸 인디 록의 활로 찾기: ‘Directions in Sound’ 공연 후기 – vol.4/no.9 [20020501] Various Artists [Ear Of The Dragon] 리뷰 – vol.4/no.9 [20020501] aMiniature [Murk Time Cruiser] 리뷰 – vol.4/no.9 [20020501] Versus [Two Cents Plus Tax] 리뷰 – vol.4/no.9 [20020501] Aerial M [Aerial M] 리뷰 – vol.4/no.9 [20020501] Mia Doi Todd [Zeroone] 리뷰 – vol.4/no.9 [20020501] Venus Cures All, [Paradise By The Highway] 리뷰 – vol.4/no.9 [20020501] Korea Girl, [Korea Girl] 리뷰 – vol.4/no.9 [20020501] 아시아계 미국인 인디 록 씬에 관하여 – vol.2/no.10 [20000516] 한 ‘코리안 아메리칸’ 경계인의 예술과 삶: 심(Seam)의 박수영 – vol.1/no.6 [19991101] 관련 사이트 eE 공식 사이트 http://www.eetheband.com Asian Man Records 공식 사이트 http://www.asianmanrecords.com Curry Records 공식 사이트 http://www.curryco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