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 Girl – Korea Girl – Asian Man, 1999 경쾌한 팝에 담은 서정성 코리아 걸(Korea Girl)이라… 한국인들인가 언뜻 넘겨짚는 순간, 펼쳐지는 이들의 앨범 커버. 어딘가 모르게 이국적인 ‘한국 소녀’ 그림으로부터 한층 더 생각이 진전되면… 그렇다. 코리아 걸은 밴드명과는 다르게 캘리포니아 산 호세(San Jose) 출신의 다인종, 다른 성별로 이루어진 쿼텟이다. 멤버 절반이 아시아계로 구성된 것은 맞지만. 이들은 주로 아름다운 산뜻한 포크 팝을 선보인다. 그 계보를 세울라 치면, 씸(Seam), 페이브먼트(Pavement), 벨로시티 걸(Velocity Girl), 매지 스타(Mazzy Star) 등과 비슷하다는 외지의 평가도 있지만, 애초에 씸(Seam)과 페이브먼트(Pavement)의 영향에 대한 언급이 첨부된 밴드메이트 구인광고가 일본계 미국인 토빈 모리(Tobin Mori, 보컬/기타/키보드)와 써머(Summer, 베이스), 그리고 엘리자베쓰 이(Elizabeth Yi, 보컬/기타)와 마크 듀어트(Marc Duarte, 드럼, 이후 Scott Landucci)를 의기투합시킨 매개체였다는 비하인드 스토리도 자료가 될 것 같다. 1996년 1월 결성한 이들은 두 달 동안 토빈 모리의 타스캠(Tascam) 4트랙 장비로 녹음, 그해 3월 데모를 발표했다. 본 셀프타이틀 앨범은 1997년 발표한 데뷔앨범의 14곡에 몇 곡의 데모곡을 포함시켜 재발매한, 그들의 수년 동안의 작업과 활동들을 담은 결과물이다. 첫 곡 “B-Side”에는 말하듯 노래하는(스티븐 맬크머스가 연상되기도 하지만 그 강도는 지극히 약한) 토빈 모리의 리드 보컬에 엘리자베쓰 이의 배킹 보컬이 부가되었다면, 이어지는 “Under The Sun” “Reunion”(EP로 발매된 바 있다)에는 그 순서를 뒤바꾸어 천사 같은 리즈의 목소리가 주도하고 이따금 토빈 모리가 그녀를 도와준다. 혹자는 남녀 보컬이 교대되는 이런 특징을 두고 다른 아시안 아메리칸 밴드 버시스(Versus)의 ‘남성 싱어(물론 이 역할은 여성 싱어에 의해서도 분할된다)와 비교도 하지만 이이의 음향적 강도는 그들보다는 완화된 느낌을 준다. 혹은 엘리자베쓰 이의 목소리를 “덜 수줍은 호프 샌도벌(Hope Sandoval, 매지 스타)” 버전이라는 이도 있지만 어느 땐 약간 기이한 느낌을 풍겼던 그녀와는 또 다르다. 어쨌거나 엘리자베쓰의 보컬은 때로 그 나름의 강렬함을 선사하기도 하지만(“Conversations”) 대부분은 ‘천사같은’ ‘소녀같은’ 고요한 톤이 많다(“Peon”, “Prozac” 등). 토빈 모리 역시 팔세토의 고음 열창 혹은 거칠고 투박한 음색과는 거리가 멀다. 버스(verse)에서 곱씹듯 부르다가 코러스(chorus)에서 힘주어 내뱉는다든가(“Upside Down”), 거칠고 투박한 느낌을 주기 위해 메가폰을 사용한 듯한 소리를 보여준다는가(“Serpentine”) 하는 선에서 음색의 확장 시도는 멈춘다. 이들의 목소리처럼 이들의 인디 팝은 미드 템포에 찰랑거리는 청명한 기타 사운드(아르페지오나 트레몰로될 때는 영롱한 울림을 강조한다)가 많다. 중반부에 다소 노이즈하게 변한다거나(“Upside Down”), 이 역시 나름대로 굵직한 기타 선율 위주로 구성되는 연주곡(“Li’l Bunch”)처럼 미세한 변화는 있지만. 토빈 모리가 말한 바대로라면 데모가 나왔을 때보다 1997년에는 ‘더 노이지하고 더 헤비한’ 사운드로 다소 변모한 것일 게다. 그렇다 해도 이들의 사운드는 포키하고 쟁글거리는 질료의 진폭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1998년 해체한 코리아 걸(정확히는 토빈 모리)의 시도는 음악적 색깔을 다소 변화시킨, 한층 더 ‘포크적’ 서정성이 농후한 이이(eE)에 의해 연장되었다. 20020414 | 최지선 fust@nownuri.net 8/10 수록곡 1. B-Side 2. Under The Sun 3. Reunion 4. Upside Down 5. Peon 6. Pariah 7. Li’l Bunch 8. Serpentine 9. Conversations 10. Atomic Skies 11. Wile E. 12. Prozac (Acoustic) 13. Democracy And Kings 14. Hey Akane 15. Prozac (Drummed) 16. Li’l Bullhorn 17. Upside Down 18. Peon 19. Wile E. 관련 글 아시안 아메리칸 인디 록의 활로 찾기: ‘Directions in Sound’ 공연 후기 – vol.4/no.9 [20020501] Various Artists [Ear Of The Dragon] 리뷰 – vol.4/no.9 [20020501] aMiniature [Murk Time Cruiser] 리뷰 – vol.4/no.9 [20020501] Versus [Two Cents Plus Tax] 리뷰 – vol.4/no.9 [20020501] Aerial M [Aerial M] 리뷰 – vol.4/no.9 [20020501] Mia Doi Todd [Zeroone] 리뷰 – vol.4/no.9 [20020501] Venus Cures All, [Paradise By The Highway] 리뷰 – vol.4/no.9 [20020501] eE, [Ramadan] 리뷰 – vol.4/no.9 [20020501] 아시아계 미국인 인디 록 씬에 관하여 – vol.2/no.10 [20000516] 한 ‘코리안 아메리칸’ 경계인의 예술과 삶: 심(Seam)의 박수영 – vol.1/no.6 [19991101] 관련 사이트 아시안맨 레코드 공식 사이트 http://www.asianmanrecord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