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sey Chambers – Barricades & Brickwalls – Warner Brothers, 2002 아메리칸 루츠 뮤직의 최전선 케이시 체임버스(Kasey Chambers)의 두 번째 음반 [Barricades & Brickwalls](2002)는 이른바 ‘아메리칸 루츠 뮤직(American Roots Music)’의 최전선을 만끽할 수 있는 음반이다. 그녀의 데뷔작이자 평단의 찬사를 받았던 [The Captain](2000)이 얼터너티브 컨트리 중심의 음반임에 비해, [Barricades & Brickwalls]는 이러한 상황을 훌쩍 뛰어넘어 ‘다양성’을 꾀하고 있다. 음반의 처음을 여는 “Barricades & Brickwalls”는 얼트 컨트리의 범주에 넣을 수 있는 노래이지만, 유난히 둔중하고 느린 남부 록 스타일의 일렉트릭 기타 연주가 두드러져, 얼트 컨트리의 트레이드 마크인 ‘경쾌함’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케이시 체임버스의 보컬 또한 울분을 머금은 듯한 표현을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은 ‘하드 록’적인 어프로치는 “Runaway Train”과 “Crossfire”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Not Pretty Enough”, “Nullarbor Song”, “This Mountain”, “Falling Into You” 등은 어쿠스틱 발라드이다. 이 노래들은 구성지고 애절한 분위기가 곡 전체에 가득한 특징이 있는데, 특히 “Nullarbor Song”은 케이시 체임버스의 뛰어난 가창력을 만끽할 수 있는 노래다. 다소 여린 듯 싶으면서도 강인한 기운을 호소력 짙게 표출시키고 있는 것이다. “On A Bad Day”, “A Little Bit Lonesome”, “Still Feeling Blue” 등은 ‘정통’ 컨트리 넘버. 즉 피들, 벤조, 페달 스틸 등 전형적인 컨트리 악기들이 곡 전체를 이끌어가며, 케이시 체임버스의 ‘꺾기’ 창법이 능숙하게 펼쳐진다. “A Million Tears”, “If I Were You”, “I Still Pray”는 전작 [The Captain]의 연장선 상에 있는 얼트 컨트리 곡들. 이 노래들로부터 미국 모던 록 계보에 크게 벗어나지 않는 ‘절충성’을 감지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위에서도 살펴보았듯, 크게 보아 수록곡들을 ①남부 록, ②컨트리, ③얼트 컨트리, ④어쿠스틱 포크 발라드로 나누어볼 수 있는 [Barricades & Brickwalls]는, 2001년 이후 미국 주류 대중 음악의 판도 중 주요 단면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즉 2001년 미국 대중 음악의 커다란 변수가 두 가지 등장했다. 첫 번째는 사운드트랙 [O Brother, Where Art Thou?](2000)의 메가 히트. 그래미를 석권하고 현재까지도 음반 판매량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이 음반은, (백인 중심의) 미국인의 잠재 의식 속에 박힌 ‘뿌리’의 촉수를 건드리고 말았다. 두 번째는 다름 아닌 9.11 사태. 그 배경이야 어찌되었든, 자신들의 생활 터전이 삽시간에 쑥대밭으로 변하는 악몽을 경험한 미국인들은, 자신들의 ‘근본’으로 돌아가고 싶은 ‘퇴행성’ 욕구를 강렬하게 느꼈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러한 상황을 등에 업고, ‘루츠 뮤직’은 전에 없는 주목과 호황을 누리고 있다. 케이시 체임버스의 [Barricades & Brickwalls] 또한 이같은 맥락의 부산물로 파악하는 것이 다른 어느 잣대보다도 자연스럽다. 수록곡들 노랫말의 공통 주제인 ‘사회의식’ 내지는 ‘공공성(公共性)’도 따져보면, ‘단합하는 미국인’의 정서를 명백히 반영하는 것이리라. 그런데 무엇보다도 주목할 점은, 이토록 미국인의 심정을 절묘하게 (또는 영악하게) 파고드는 역량을 지닌 케이시 체임버스가 실은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이라는 사실이다. 물론 호주 사회가 ‘다문화’를 자랑하고, 그곳 대중 음악계 또한 미국과 굉장히 유사한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는 점(AC/DC, 올리비아 뉴튼 존(Olivia Newton-John) 등을 상기해 보라), 그리고 케이시 체임버스의 경우, 눌라버 평원(the Nullarbor Plain)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며 가족들과 데드 링거 밴드(The Dead Ringer Band)라는 컨트리 뮤직 팀을 활동하여 명성을 얻었다는 사실을 감안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매체에서 “아메리칸 루츠 뮤직의 새로운 희망”으로 찬사를 보낸 뮤지션이 (비록 영어권 국가이지만) ‘이방인’이라는 점은, 충분히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러한 배경 지식을 습득한 뒤 다시 한번 [Barricades & Brickwalls]를 들어보면, 그저 잘 뽑아져 나온 듣기 좋은 음반으로만 생각했던 첫 인상이 어느새 바뀌었음을 느끼게 된다. 이와 같은 ‘인식의 전환’이 노래를 만들고 부른 이와 노래를 듣는 이(들) 사이의 관계 설정에 있어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 미국이나 호주와 전혀 관계가 없는 머나먼 극동 지역에 사는 필자의 처지로서는, 이에 대해 본격적으로 탐구할 능력이 미미하다. 말하자면 ‘문제 제기’까지는 그런대로 성공했는데, ‘해결’의 단계까지는 꿈도 못 꾸고 있는 무기력한 상황에 놓여 있다고 할까. 다만 처음엔 기운차게 시작한 [Barricades & Brickwalls]가, 후반부로 갈수록 다소 힘에 부치는 듯한 인상을 주어 그게 안타까울 뿐이다. 하지만 이러한 사소한(?) 약점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그녀의 다음 음반이 기다려진다. 20020417 | 오공훈 aura508@unitel.co.kr 7/10 * 여담 : [Barricades & Brickwalls]의 프로듀스와 연주를 맡은 내쉬 체임버스(Nash Chambers)는 케이시 체임버스의 오빠다. 크레딧을 보면 아버지 빌 체임버스(Bill Chambers)와 그녀의 영원한 우상 루신다 윌리엄스(Lucinda Williams)의 참여도 눈에 띈다. 수록곡 1. Barricades & Brickwalls 2. Not Pretty Enough 3. On A Bad Day 4. Runaway Train 5. A Little Bit Lonesome 6. Nullarbor Song 7. A Million Tears 8. Still Feeling Blue 9. This Mountain 10. Crossfire 11. Falling Into You 12. If I Were You 13. I Still Pray 14. Not Pretty Enough 15. A Million Tears 관련 사이트 케이시 체임버스 공식 사이트 http://www.kaseychambers.com/ 케이시 체임버스 비공식 사이트 http://www.kaseychambers.8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