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416105347-pomPuddle Of Mudd – Come Clean – Interscope, 2002

 

 

단순한 음악, 떠오르는 많은 생각

포스트 그런지 밴드 퍼들 오브 머드(Puddle Of Mudd)는 부시(Bush), 크리드(Creed), 니켈백(Nickelback) 등과 엇비슷한 음악을 연주한다. 사실은 위 문장 하나 만으로, 퍼들 오브 머드의 음악 방향을 듣지도 않고 단숨에 눈치챌 분들도 상당히 많으리라. 예상대로다. 육중한 기타, 커트 코베인(Kurt Cobain) 내지는 에디 베더(Eddie Vedder)의 창법을 착실히 ‘모방’하는 보컬, 다소 어둡고 염세적인 분위기의 노랫말 등. 퍼들 오브 머드의 최신 음반 [Come Clean](2002)도 이러한 ‘클리셰’에서 결코 벗어나지 못한다. “Control”, “Out Of My head”, “Blurry”, “Nobody Told Me”, “Bring Me Down” 등, 음반 수록곡 대다수가 포스트 그런지의 ‘전형’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물론 얼마간의 예외도 있다. 제법 깜찍한 리듬의 “She Hates Me”는 육중함 일변도의 음반 컨셉에서 그나마 숨돌릴 만한 여유를 제공하지만, 그만 보컬이 커트 코베인과 너무 비슷한 바람에, 신선함까지 느낄 틈을 주지는 못한다. 마지막 곡이라 할 수 있는 “P*** It All Away”는 오버더빙된 어쿠스틱 기타의 복잡미묘한 폴리 리듬이, 툴(Tool)이 즐겨 구사하는 ‘네오 프로그레시브’를 방불케 한다는 점에서 특이하다.

위에서 열거한 음악 요소들을 놓고 볼 때, 퍼들 오브 머드가 진지한 자세를 겸비한 자신들의 음악성만으로 거물 밴드로 발돋움하겠다는 거창한 야심을 가진 밴드는 아님을 쉽게 눈치챌 수 있다. 오히려 현재 유행하고 인기를 얻는 ‘상업 록’의 요소 요소를 충실히 받아들여(여기서 ‘자기 것으로 만들어’의 단계는 아님에 유의), 인기도 얻고 음반도 많이 팔아 치우겠다는 의도를 어느 누구라도 다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퍼들 오브 머들을, 과연 “뻔뻔한 상업성으로 중무장 한 장사꾼들”로 그냥 쉽게 매도해버리고 말면 그만일까?

나름대로 헤비하지만 쉽게 쉽게 귀에 들어오는 [Come Clean]은, 하지만 조금만 깊게 생각하면 정말 많은 고민을 안겨다 주는 ‘문제작’이다. 이 음반을 들으며 별 다른 저항감 없이 “야 신나는데” 싶으면 참 좋으련만, 불행히도 그렇지가 못하다. 그것은 필자가 나이도 적잖게 먹었고, 무엇보다 “록은 저항의 도구이자 젊은이의 순수성을 어떠한 것보다도 명징하게 보여주는 특수한 대중 음악 양식”이라는 구태의연한 선입견을 떨쳐버리기 힘든, 쉽게 말해 ‘구닥다리’이기 때문이리라. 즉 ‘록의 순수성’은 얼터너티브 록에서 활활 타올랐고, 그 타오르는 불길에 미련 없이 뛰어든 커트 코베인이라는 ‘순교자’가 나왔다고 믿고 싶은 세대인 것이다. 이러한 고루한 시각을 갖고 있노라면, ‘포스트 그런지 밴드들’의 활약상이 곱게 보일 리 만무한 것이다. 그들 모두 다 선배들이 피땀 흘려가며 남긴 위대한 유산을 몇 푼 안 되는 돈에 팔아먹는 사기꾼이며 위선자로만 여겨지는 것이다.

하지만 ‘상대주의’의 원칙에 의거하여 한번 포스트 그런지 로커의 입장이 되어본다면, 순수함이 어쩌고 하는 투정은 사실 세상 물정 모르는 배부른 불평에 지나지 않을까, 슬그머니 자책감이 들고는 한다. 어차피 뮤지션의 길을 걷는 이상 돈과 명예를 왕창 얻고 싶은 건 인지상정이 아닐까. 취미활동에 머무르지 않고 어차피 ‘프로’로 들어섰다면, ‘성공’이라는 단어에 굉장히 민감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기왕 성공하고 싶은 바엔 보다 ‘쉬운 길’을 택하고 싶을 것이고, 그러한 마음가짐은 당대의 인기 음악의 요소 요소를 충실히 구현하여 단시일 내에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싶은 욕망으로 줄달음치게 마련이다. 특별히 거창한 예술가적 야심이 있지 않기 전에는.

더구나 무엇보다도 그들은, 이제는 숨쉬기조차 어려운 상황에 처한 ‘록’을 연주하고 있지 않은가. 비록 번지르르한 어떻게 보면 역겨운 음악을 연주하고 있어도, 이들의 음악이 록임에는 이견이 없다. 이제는 ‘구린 음악’의 간판으로 폄하된 록 음악을 맹렬하게 연주하여 대중들의 사랑도 받고 성공도 거두는 뮤지션들의 성과를 볼 때, 오랜 록 팬의 입장에선 진심으로 고마워해야 할지도 모르는 것이다. 이러한 복잡한 심정 때문에, 포스트 그런지 밴드들의 활약상에 마냥 비난만을 퍼부을 수도, 그렇다고 해서 무한한 사랑을 보낼 수도 없는 노릇이다. 퍼들 오브 머드는 이러한 ‘애정과 증오가 가파르게 교차하는’ 뮤지션 리스트에 새롭게 추가된 뉴 페이스다. 20020415 | 오공훈 aura508@unitel.co.kr

5/10

수록곡
1. Control
2. Drift & Die
3. Out Of My Head
4. Nobody Told Me
5. Blurry
6. She Hates Me
7. Bring Me Down
8. Never Change
9. Basement
10. Said
11. P*** It All Away
12. Control (acoustic)
13. Control (video)

관련 사이트
퍼들 오브 머드 공식 사이트
http://www.puddleofmud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