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ey Ramone – Don’t Worry About Me – Sanctuary, 2002 ‘펑크의 아버지’가 남긴 유언장 [Don’t Worry About Me](2002)는 2001년 4월 15일 사망한 레이먼즈(Ramones)의 리드 싱어 조이 레이먼(Joey Ramone, 본명 제프리 하이먼(Jeffrey Hyman))의 유작(遺作)이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레이먼즈는 미국 펑크 록의 원조이자 완성자였다. 1970년대 중반 CBGB에서 클럽 주인 힐리 크리스털(Hilly Kristal)과 그의 애견 조나단(Jonathan) 앞에서 연주를 시작한 이래(일설에 의하면, 조나단은 최초의 레이먼즈 팬이었다고), 레이먼즈는 “펑크 계의 애브라험 링컨”의 위치를 누렸다. 어이없을 정도로 간결한 노래 구조 및 가사, 3분 내로 해치우는 연주, 모든 노래가 거기서 거기인 듯한 유사 스타일의 남발은 지금 와서는 다소 낡은 ‘펑크 이디엄’이 되었지만, 화려한 연주와 대작이 미덕이었던 그 시절에는 새로운 시대가 돌연 나타났음을 만방에 알리는 ‘혁명’의 신호탄이었다. [Don’t Worry About Me] 또한 2001년 최신 음반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이디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대부분의 노래들이 2,3분대 안에서 끝나는 간결한 구조의 ‘정통’ 로큰롤 넘버들이다. “What A Wonderful World”는 루이 암스트롱(Louis Armstrong)의 재즈 애창곡인데, 레이먼즈식 펑크 록으로 경쾌하게 리메이크되었다. 그런데 같은 펑크 리메이크라 하더라도, 시드 비셔스(Sid Vicious)의 “My Way” 같은 경우는 강렬한 풍자와 조롱의 기운이 만발한데 비해, 조이 레이먼의 “What A Wonderful World”는 느긋한 낙천성과 유머가 가득하다. 이것은 시대의 변화 탓인가 아니면 조이 레이먼의 연륜 때문일까? 이러한 의문은 또 하나의 리메이크 “1969(원작은 이기 팝(Iggy Pop)이 리드 싱어로 맹활약하던 스투지스(Stooges)의 곡)”에서도 유사하게 제기된다. 원작과 커다란 차이 없이 ‘충실하게’ 리메이크 된 (보컬 스타일도 비슷하게 처리했다) 이 노래를 들으며, 과연 조이 레이먼의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헤아리는 건 그리 간단치 않다. 자신이 애송이 시절에 애창하던 노래를 감회에 가득 차 ‘재미로’ 연주하는 것인지, 아니면 레이먼즈라는 영광스럽지만 아무래도 부담이 심한 굴레를 박차고 솔로로서 새로운 커리어를 쌓으려는 전환기에(비록 때이른 죽음의 손길로 이러한 전환은 느닷없는 종말을 맞이했지만), ‘초심’으로 돌아가려는 다짐의 일환인지. 돌아가신 분은 말이 없기에, 그 참뜻을 우리는 알 수 없다. 다만 미루어 짐작할 뿐이다. ‘오마주(homage)’의 측면에서 보자면 “You Really Got Me”의 인트로를 차용한 “Sprit In My House”도 충분히 흥미롭다. 하지만 여기서 경의의 대상은 오리지널인 킹크스(The Kinks)라기보다는, 밴 해일런(Van Halen)에 더 기울어져 있는 듯싶다. 수록곡 중 “Searching For Something”은 다소 예외적인 면모를 보여주고 있는데, 우선 곡 길이가 4분 11초인, 조이 레이먼의 작품으로서는 상당히 ‘대작’이다. 곡 스타일 또한 전형적인 일렉트릭 기타 중심의 질주하는 로큰롤이라기보다는, 어쿠스틱 기타 연주가 두드러진 미드 템포의 노래다. 보컬 또한 믹 재거(Mick Jagger)나 루 리드(Lou Reed)의 영향을 감지할 수 있어 이채롭다. 이 또한 조이 레이먼이 솔로 활동을 맞이하며 시도한 ‘변신’의 모습인지, 아니면 그냥 즐기자고 하는 짓이었는지 정확한 뜻을 알 수 없다. 이처럼 크고 작은 특징에도 불구하고, 이 음반은 전체적으로는 일종의 ‘유언장’으로 다가오는 게 사실이다. 이는 물론 음반이 그의 사망 이후 나온 것이어서 더욱 그렇게 보이더라는, 후광효과 내지 선입견의 작용 때문이리라. 그것도 조이 레이먼 자신의 유언장이라기보다는, 레이먼즈로 상징되는 1970년대 미국 펑크 록 전체의 고별 인사로 보는 게 더 타당하리라. 이러한 마음가짐으로 대할 때, 이 음반은 따져보면 평범한 로큰롤 곡들로 가득한, 주목할 만한 점이라곤 상당히 드문 평이한 음반임에도 불구하고 예사롭지 않게 들리는 것이다. 끝 곡과 음반 타이틀이 “Don’t Worry About Me”라는 건 이상하게 깊은 울림을 준다. 말하자면 이것은, 어느 무엇보다도 198,90년대 록 음악에 이루 말할 수 없는 영향을 끼쳤지만, 이제는 역사의 한 페이지로 들어가려는 어떤 음악 사조의 고별 인사인 것이다. 마음 한군데가 허전해오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역사의 순리’이기 때문에 비통해 할 필요까진 없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조이 레이먼도 “내 걱정 마라”라는 최후의 말씀을 남겼는지도 모른다. 과연 원조다운 풍모가 아닐 수 없다. 20020414 | 오공훈 aura508@unitel.co.kr 6/10 수록곡 1. What A Wonderful World 2. Stop Thinking About It 3. Mr. Punchy 4. Maria Bartiromo 5. Spirit In My House 6. Venting (It’s A Different World Today) 7. Like A Drug I Never Did Before 8. Searching For Something 9. I Got Knocked Down (But I’ll Get Up) 10. 1969 11. Don’t Worry About Me 관련 글 펑크 25년: 1976 – 2001(1) – vol.3/no.19 [20011001] Punk Diary – vol.3/no.19 [20011001] Ramones [Ramones] 리뷰 – vol.3/no.19 [20011001] 관련 사이트 조이 레이먼 공식 사이트 http://www.joeyramone.com